영웅은 죽은 자인가 산 자인가 -쾌도 홍길동- 1. 결말에 대해 결말은 스포대로이기도 하고 스포와 다르기도 하다. 길동이와 이녹이가 죽고 현대로 넘어간다는 스포는 그대로였다. 줄거리로만 놓고 볼 때 맞다. 그런데 실제 방송을 보면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내가 쾌동을 보기 시작한 것은 경성 스캔들에서 본 홍길동 역할의 강지환 때문이었다. 내가 쾌동에 미치기 시작한 것은 눈빛으로 말하는 이창휘 역의 장근석 때문이었다. 아니 장근석이 내면화한 창휘 때문이었다. 풍자와 비꼼에 즐거워하던 나도 어느 순간 창휘에 홀릭 되어 드라마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창휘만 보였다. 그것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드라마가 살려면 캐스팅이 중요하다. 작가의 대본이 살려면 어쩌면 뛰어난 배우보다는 조금 덜 알려진 배우가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야 배우보다는 극본과 연출, 구성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뛰어난 배우는 도리어 그 드라마를 죽일 수도 있다. 그것을 느끼게 해 준 “창휘”였다. 드라마도 구성도 연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창휘”만 보였다. 그냥 사랑에 빠졌다. (이 나이에...쯧쯧 ㅠㅠ) 6살 짜리 딸내미가 길동이 오빠야가 잘 생겼다고 말해도 창휘 오빠야가 좋다며 강요했다. 딸내미 남자친구는 창휘 정도 되어야 된다는 둥... 홍자매 최고의 실수는 장근석을 창휘 역에 캐스팅 한 것이다. 그들의 드라마가 죽어버렸다. 그것이 못내 아쉽다. 나 스스로도 그 홀릭으로부터 빠져나오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결말을 보며 느낀 것은.... 마지막회를 통해 홍자매가 나를 창휘홀릭으로부터 끌어냈다는 것이다. 물론 난 여전히 창휘 홀릭에서 장근석 홀릭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주 급격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회 동안 나는 창휘를 위한 드라마를 보지 않고 “쾌도 홍길동”을 보게 되었다. 5회 이후 처음이었을 것이다. 길동이도, 이녹이도, 창휘도 모두 자신의 길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았다”. 숨 한 숨 하나까지도 그냥 내쉬지 않고 태어났으니 던져진 채로 주어진 대로 생을 지나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숨을 쉬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 이것이 이 세 사람을 영웅으로 보이게 한다. 또한 이 세 사람의 길이 다르지 않도록 보이게 한다. 결말은 허망한가?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같은 길을 걸었고 같이 생각했으며 같이 살고 같이 죽었다. 길동과 이녹은 활빈당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지켜보는” 인물로 다음 세상에서도, 그 다음 세상에서도 늘 세상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름들로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동역자를 잃은 창휘는 그 영웅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자신의 세상을 열어 갔다...
그러나... 영웅은 산 자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 속에 죽은 활빈당을 품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산다”라는 것 자체가 영웅인 것이다. 창휘는 다음 세상에서도, 그 다음 세상에서도 늘 세상을 “지켜보는” 수많은 이름으로서, 혹은 세상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영웅이다.
경성스캔들에서 봤던 바로 그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동지의 죽음을 부채로 가지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 혹은 끝까지 남아서 세상을 “지켜보며” “사는” 것 그리고 끝까지 남아서 세상을 “바꾸며” “사는” 것 이렇게 계속해서 내 자리에서 “살아가는” 것 그것으로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며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늘 수면 부족에, 직장 일에, 육아 일에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허덕대는 나... 그리곤 어린 시절...열정적인 시절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말했던 나... 생활에 찌들어가는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사치인 그때의 나...더욱더 비교되는 나는... 갈수록 세상살이에 자신이 없어지고... 세상이 변화되는 줄 알았는데 주춤거리고 퇴보하는 듯이 느껴지는 이 때... 나도...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으니... 영웅이다... 열심히 아줌마 수다를 떨며 아이에게 신경질도 부리고 잘 해주지도 못하고 직장에서도 실수해서 욕 먹어도... 멋진 배우를 보며 가슴 떨려하며 지나간 내 청춘 때문에 안타까워해도 그래도...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리고 “지켜볼”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을 길동이처럼, 이녹이처럼, 창휘처럼 그렇게 지켜보는 영웅이 될 것이다.. ------ 2. 창휘 홀릭으로서 한 가지 더...-홍자매와 창휘에 대한 변명 길동이와 이녹이가 부부의 연을 맺고 죽은 후 창휘 혼자 남아 신분에 상관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길녹으로 연결된 것만으로도 창휘에게는 최고의 결말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홍자매는 창휘를 위한 최고의 결말을 내었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창휘에 홀릭되도록 여운을 준 것이다. 길동이와 이녹이의 결혼장면도, 애정장면도 거의 건너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창휘 때문이 아닐까? 혹은 창휘 홀릭 팬들이 무서워서? 혹은 홍자매가 창휘 홀릭이라서? 홍자매보다 조금 더 많은 나이인 나의 입장에서 볼 때 홍자매 역시 창휘 홀릭이라 생각한다...아님 말고... 창휘가 이녹을 사랑한 때부터 창휘는 악역으로 가야만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창휘는 너무나 멋진 인물이 되어 갔다. 마지막에는 길동이를 죽이려하면서도 네 길이 내 길과 다르지 않다고 나는 끝까지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 될 거라고 활빈당과 함께 죽어간 너희들을 잊지 않을 거라고 나 또한 지금의 세상에 압박받는 자라고 그러나 이 압박받는 세상을 내가 내 방식대로 변화시켜 나갈 거라고 그렇게 창휘는 멋들어지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팬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길녹 팬들을 위해서는 길동이와 이녹이를 부부의 연으로 맺어 준 것으로... 휘녹 팬들을 위해서는 창휘를 끝까지 멋진 인물로 고독하게 남겨 “창휘” 캐릭터를 아주 오랫동안 가슴에 남도록 “장기 기억”으로 전환 시킨 것으로... (이것은 아마 배우 장근석으로서도 아주 좋은 결말이다. 독자들(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맺어진 결말을 봤을 때보다는 혼자 남겨진, 혹은 슬픈 역할을 하는 인물일 경우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휘 팬들을 위해서는 싸우고 있으나 같은 길을 가는 세상의 영웅들로... (사실 이 둘은 바람직한 기럭지와 착한 외모로 둘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팬 서비스라 생각하오 ^^) 그렇게 그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게 그렇게 세 영웅을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쾌도 홍길동”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만나 행복했다. -------- 늘 눈팅만 하던 창휘 홀릭 아줌마가 결말의 여운 때문에 한 마디 날립니다. (물론 길동, 이녹도 좋답니다. 사실 광휘가 젤 좋다는...ㅋㅋ) 글이 너무 길어서 미안하네요. 아줌마 수다려니 ...그저 그러려니 해 주시길... 워낙 오랫동안 여기에 와서 눈팅을 하던 터라 저에게는 모두가 낯익다는 헐헐... 어쨌든 글도...드라마 팬분들의 소설도 열심히 읽고 있어서 아마 이후에도 계속 놀러올 것 같네요... 제작자, 연출자, 작가, 스텝, 배우 모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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