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지훈
- 즐거운 “담”과 무화과
나는 오늘도 다미의 반으로 간다.
다미의 반은 종례가 늦게 마치고 있었다.
저 녀석 오늘도 야자를 빼먹으려는 건지.
문을 열고 나오는 다미와 바로 마주쳤다.
“너, 아예 출근부, 퇴근부 도장을 찍지 그러냐?”
언제나처럼 다미는 내게 비아냥거리고 있다.
“야자 또 빼먹으려구?”
“응. 오늘은 좀 머리가 아파서...”
“하여간 변명도 가지가지다.”
“진짜거든? 오늘 내 머리가 터지는 음악을 들어서 정말 뽀개질 것 같다구.”
“뭐야? 너 만날 듣는 그 베사메무쵸 기타아저씨 말고?”
“베사메무쵸 좋아하네. Jesse Cook이거든요. 이 무식한 친.구.”
만날 듣는 음악 대신에 다른 걸 들어서 머리가 아프다니, 도대체 뭔 신경에 변화가 생긴 건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뭘 들었는데?”
“그런 게 있어. 어떤 불량배 놈이 준 클래식 CD...”
“불량배? 너 어제 삥 뜯었다는 그 놈?
야! 괜찮아! 누구야? 도대체! 우리 학교 놈이야?”
갑자기 꼭지가 도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침에도 나랑 같이 등교하자니깐 다미는 늘 말을 듣질 않는다.
“왜 급흥분이야? 니 컨셉은 평온이니까 그냥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좀 희한하기는 하다. 불량배가 삥을 뜯어야 하는데 그 놈이 뭔 CD를 줬다고 한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그리고 불량배가 왜 너한테 CD를 줘? 좀 제대로 얘기를 해 봐.”
“아...그냥...어떤 불량배가 내 Jesse CD 훔쳐가서는 다른 CD를 주잖아. 그것도 머리 아픈 클래식으로. 그래서 지금 머리가 뽀개질 것 같다, 이 말씀이지. 애고 골이야. 계속 웅웅대는 것 같다. 정말...”
이상하게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왜 다미의 CD를 가져가서 지 놈의 CD를 주는 거지?
뭔가 찝찝하다.
“뭐야? 그놈! 너한테 관심 있는 거야?”
내 말에 다미의 표정이 확 구겨진다.
“뭐? 어떤 맛간 놈이 나한테 관심이 있겠냐? 그리고 전혀 그런 놈 아니거든?
완전 불량배 놈이니 더 말도 하지 마. 짜증난다.”
다미는 언제나처럼 지 말만 하고 교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린다.
그런데 갑자기 다미 앞에 어떤 놈이 하나 선다.
“어이~~ 꽁초! 너 토끼는 거냐?”
“뭐요? 토끼요? 뭔 말하는 거예요?”
“도망가는 거냐고? 너 완전히 날라리구나.”
놈은 다미에게 말을 놓고, 다미는 놈에게 말을 높인다.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는 있지만, 배지가 없어서 학년을 알 수는 없었다.
다미가 말을 높이는 걸로 봐서는 고3인 듯했다.
“뭡니까?”
난 다미 앞으로 몸을 슥 내밀었다.
놈은 나를 보더니 눈이 매서워졌다.
“넌...뭐냐?”
“넌, 빠져! 뭐 하는 거야?”
다미가 날 밀쳐내려고 했지만, 나는 눈에 힘을 준 채 그 놈을 계속 노려봤다.
“누구야? 너 아는 사람이야?”
난 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다미에게 물었다.
다미는 한숨을 가볍게 쉬더니 말을 내뱉었다.
“왜 있잖아...CD.”
“뭐? 그 불량배?”
갑자기 눈이 확 뒤집히는 것 같았다.
내 눈 앞에 있는 이 허우대 멀쩡한 놈의 빈정거리는 웃음이 싫었고, 다미 앞에서 계속 걸떡대는 것도 봐줄 수가 없었다.
“허~~ 이제 불량배? 야~~ 꽁초! 너 좀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내가 그만큼 이름까지 가르쳐 줬으면, 이름으로라도 불러야지.
이젠 위치지정하다 못해 ‘불량배’냐? 내가 선물까지 줬는데 정말 심하네!”
“아 이보세요. 선물은 무슨 선물이에요?
빨리 내 CD나 내놔요!! 댁이 내 CD 안 가져갔으면 불량배 소리도 안 들을 거 아니에요?”
놈은 다미의 말에 피식 웃음까지 흘린다.
저렇게 뭔가 느긋하게 웃을 수 있는 놈이 너무도 거슬린다.
“들어는 봤냐?”
“아...진짜!!! 내가 그 CD 때문에 야자도 안 하고 가는 거 아니에요? 아직까지도 머리 아파 죽겠네. 진짜!!!”
“야~~ 꽁초!! 너 다시 봤다!! 난 안 듣고 버릴 줄 알았는데...”
놈과 다미의 대화가 날 불안하게 만든다.
다미가 모르는 놈과 이렇게 오랫동안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저 놈이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저 놈을 어디서 만났다는 건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싶어 갑자기 다미의 손을 확 잡아 당겼다.
다미는 순간 당황하는 듯했지만,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는 듯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는 듯했다.
나는 다미의 손을 잡아 내 옆으로 바짝 잡아 당겼다.
그러자 놈의 눈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뭐야?”
약간 낮게 깔리는 놈의 목소리.
뭔가 거슬린다는 표시인 듯했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보아하니 선배님이신 듯한데, 일단 제가 누군지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난 봐도 잘 모르겠는데?
도대체 누구라는 거야?”
놈은 만만치 않았다. 일부러 더 싸늘하게 웃고 있는 듯했다.
“보고서도 모르시겠습니까?
전 다미 남자친굽니다.
저랑 먼저 얘기하시죠.”
“야!!!! 김지훈!!!!”
먼저 반응한 것은 놈이 아니라 다미였다.
다미는 내 말에 바로 기겁을 하며 손을 놓으려 했다.
그러나 나는 다미의 손을 더 꽉 잡아 내 곁에 더 가까이 붙였다.
“너!! 너!!!”
다미의 입에서 곧 욕이 나올 듯했다.
그러나 난 다미에게 강한 시선을 보내고는 바로 놈을 바라보았다.
“흐음....다미라?”
그런데 놈의 반응이 이상했다.
“꽁초 이름이 다미라는 말이지? 음....”
내가 남자친구라고 말한 것에 대해 놈이 반응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놈은 이상한 데서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몰랐다는 건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갑자기 피식 웃었다.
“어이!! 꽁초!! 그럼 난 간다!! 그 돌머리로 열심히 들어봐라!!
아~~ 그래도 머리에 금은 안 갈 정도로 듣던가...
어이 남친!! 어쨌든 오늘 반가웠다. 또 보자.”
놈은 우리 둘만 남겨놓은 채 정신병동 쪽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따악!!!
“야!!! 김지훈!! 너 죽고 싶어!!
뭐? 남자친구? 이게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손이 엄청나게 매운 다미가 내 머리와 등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아니...난 저 놈이 이상하게 수작 부리나 싶어서 일부러 그랬던 거야.
너 생각해서 그런 거라니까!!”
“근데 왜 손을 잡아, 손을 잡긴!!!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진짜 다시는 안 본다.
나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너!! 조심해!!!”
“알았다구...아...진짜...미안하다구. 이젠 좀 용서해 주라.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라니까!”
다미는 들은 체 만 체 하며 혼자서 걸어가 버린다.
그런 다미의 뒷모습을 난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쩌면 난 다미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익숙한지도 몰라.
다미를 처음 만났던 건 일곱 살 때 유치원에서였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야 했던 나는 계속 입이 툭 튀어나온 채 돌덩이만 발로 차고 있었다.
“지훈아, 다른 친구들 봐라. 다들 다 들어가잖아.
너 이제 일곱 살이야. 이제 씩씩하게 유치원에 다녀야지. 맞지?”
“싫어!! 가기 싫다구!!!”
“지훈아, 저기 봐라. 저기 저 애는 방글방글 웃고 있네. 다른 친구들은 저렇게 씩씩한데 우리 지훈이만 이러면 돼?”
엄마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한 여자 아이가 까르르 웃는 게 보였다.
검은 색 반들반들한 긴 머리카락에 정말로 뽀얀 여자 아이였다.
정말로 하얀색 크레파스를 얼굴에 칠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가 뭐라고 하자 그 아이는 정말로 환하게 웃었다.
“엄마!! 그럼 나 들어간다.”
“어이구...우리 이쁜 둥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돼!! 알았지?”
“당연하지!!!!! 헤헤헤헤”
“그래, 우리 즐거운 담이!!! 오늘도 즐겁게!! 재미있게!! 사이좋게!! 알았지?”
“아이참, 엄마!! 이제 그만!! 나중에 봐!! 바이바이!!!”
그 아이는 정말로 햇빛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활짝 웃는 그 웃음이 내 눈에 박히던 그 순간부터 난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 마음이 막 아파.
잠도 안 오고, 막 속상해.”
밤에 잠도 못 자고 끙끙대는 날 보자 엄마는 기겁을 하셨다.
친구들이랑 사이가 안 좋은 거냐, 선생님께서 혼내시더냐, 등등 엄마는 사색이 되셨다.
그런데 묻는 말마다 고개를 가로젓자, 엄마는 이제 화를 내기 시작하셨다.
“그럼, 뭐야? 왜 그러는데? 응? 지훈아! 말을 해야 알지 말을!!”
“엄마...나...다미가 좋은데, 다미가 나 안 좋아해. 어엉엉엉”
엄마는 내 말을 듣더니 완전히 기가 막혀 하셨다.
그래도 내가 울어 대자, 한숨을 쉬시더니 그때부터 엄마는 나의 진정한 조력자가 되어 주셨다.
일곱 살짜리의 한숨을 듣느니 적극적으로 도와서 잠이라도 재워야겠다는 취지셨겠지만 말이다.
엄마는 핀이나 방울 같은 것을 사 와서는 내게 건네셨다.
그리고는 내가 끙끙대며 포장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시며 훈수를 놓고는 하셨다.
엄마는 도와주시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내 힘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일곱 살이 되도록 난 글을 잘 쓰지 못했다.
한글도 영 볼 때마다 헷갈려서 엄마는 나 때문에 울화통이 터지셔야 했다.
글도 싫고 책도 싫고 그래서 늘 글자 공부를 하지 않으려던 내가 다미 때문에 공부까지 하게 되었다.
오로지 일념은 하나였다. 다미에게 편지를 쓰는 것!
내가 다미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뭐랄까 아주 착잡한 표정이셨다.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엄마는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라고 여기신 듯했다.
유치원도 열심히 가고, 글자 공부도 열심히 하고. 그런 모습은 아무래도 엄마를 흡족하게 했다.
물론 아침마다 머리에 물을 바르고 빗질을 해 댄다고 난리, 머리에 젤을 발라라 마음에 안 든다 다시 해 달라고 난리...
그 때문에 유치원에 늦을까 전전긍긍하던 엄마는 정말 속에 열천불이 나셨을 거다.
엄마는 밤마다 잠 못 자고 끙끙대던 나를 대신해서 팔을 걷어붙이셨다.
다미 엄마에게 접근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같은 동네라서 마주칠 일이 많았다.
다미의 엄마는 늘 웃고 계셨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다미의 집에 입성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내 심장은 울려댄다.
처음으로 그 아이와 함께 둘이서만 있어본 날...
그 아이의 집은 담벼락 밖까지 빨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리고 집안 마당에는 무화과 나무가 있었다.
집에 들어섰을 때, 다미는 그 무화과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무화과를 따 먹고 있었다.
무화과 나무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나무를 타고 올라가 있는 다미가 너무도 놀라웠다.
엄마는 잘 해 보라며 눈을 찡긋하고는 다미의 엄마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난 어린 마음에 저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다미가 너무도 경이로웠다.
나무 아래에 서서 다미를 눈부시다는 듯 올려다 보았다.
“너, 김지훈이지?”
“어? 어....”
이 아이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내가 더듬거리자 다미는 깔깔대며 화통하게 웃어댔다.
“너...이게 뭔지 알아?”
“아...아니...그게 뭔데?”
“흐음...역시 모르는구나. 이건 무화과야. 들어 봤어?”
그때까지 난 무화과라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먹어 볼래? 진짜 달고 맛있다?
근데...잘 골라야 돼. 잘못 고르면, 정말 혓바닥이 확 뒤집어 져.”
“응. 먹어 볼래.”
난 그 아이가 먹는 것이라면, 그 아이가 주는 것이라면, 뭐든 갖고 싶었다.
“큭큭...그럼, 니가 골라봐.”
“어?”
“니가 직접 골라서 먹어봐.
정말 맛난 걸 고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니가 골라 봐!”
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빛이 섞인 초록빛깔이 탱글탱글한 걸로 골랐다.
뭔가 단단한 것이 좋아보였다.
“이걸로 할게.”
“정말? 그걸로 할 거야?”
“응!”
내 목소리는 결의에 차 있었다.
제대로 골랐다는 자신감도 넘쳐 나왔다.
그 아이는 그런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 만약에 그거 맛있는 무화과가 아니면 어쩔래?
그래도 먹을 수 있어?”
“응!”
“진짜지? 그거...아니다. 뭐. 니가 결정했으니 먹어봐. 나중에 뭐라 그러기 없기다?”
“그래. 근데 만약에 내가...이거 먹으면...
너 내 소원 하나 들어줄래?”
“소원? 큭큭... 알았어. 니가 그거 찡그리지 않고 다 먹으면, 니 소원 들어줄게.”
“약속했다!!”
“그렇다니까. 자!! 손가락 걸고 도장!!”
갑자기 그 아이는 나무 위에서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난 살짝 주저하다가 깨금발을 딛고 그 아이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야...너 왜 이렇게 떨어? 팔 아파?”
그 말에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음...아프더라도 확실히 해야지. 자! 도장!!!”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었다.
“자. 이제 됐지? 소원이 뭐야?”
“응...만약에, 내가 이거 다 먹으면, 너 나랑 친구하는 거야!”
“뭐? 지금도 친구잖아.”
“그런 거 말고...진짜 진짜 친한 친구!
같이 유치원 다니고, 밥도 같이 먹고, 소꿉장난할 때도 같이 놀고, 그런 친구 말이야.”
“그래, 알았어. 일단 먹기만 먹어!!”
그 아이의 눈은 까맣게 반짝반짝 거렸다.
난 천천히 무화과의 껍질을 까서 입안에 넣었다.
아...그 맛은...
혓바닥에 있는 무언가가 하나하나 일어서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곧 입천장을 텁텁하게 했고, 다시 머리끝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꼭 입안을 사포로 문지르는 것 같았다.
올리고 싶었다.
뱉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이것만 견디면, 이 아이와 친구가 된다.
내 생애 처음 맛 본 무화과.
혀가 얼얼하기도 했고, 텁텁하기도 했고, 따갑기도 했다.
그러나 난 삼킬 수 있었다.
아니 삼켜야만 했다.
혀 전체가 기분 나쁜 텁텁함으로 가득했다.
“다...먹었어.”
“야~~ 너 대단하다. 김지훈!
좋아! 내 친구로 인정해 줄게.”
그러더니 다미는 내게 자신이 먹던 무화과를 내밀었다.
순간 나는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또...먹으라구?
“큭큭...먹어봐. 무화과는 말이야. 갈색까지 되어야 제대로 익은 거야.
햇빛을 많이 받아야 돼서 저 위에 있는 게 진짜 맛있는 거지.
자...이건 괜찮으니 먹어봐.
내 친구가 된 기념으로 주는 거니깐 먹어.”
그 아이가 자기가 먹던 걸 내밀었다.
아무리 지독한 맛이라 해도 그 아이의 입술이 스친 거라고 생각하니 먹고 싶었다.
한 잎 베어 물었다.
입 속에서 단맛과 톡 쏘는 맛이 휘돌아 감겼다.
아...
텁텁했던 입 속으로 단맛이 퍼져갔다.
내 얼굴을 보며 다미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미를 생각하면, 그때 너무도 달았던 무화과가 생각난다.
다미 때문에 “떫다”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달다”라는 단어의 깊이도 알게 되었다.
“우리 즐거운 담!! 어서 지훈이랑 들어와!!”
다미의 엄마가 우리를 불렀다.
“응!! 엄마!! 가자!!”
그렇게 즐거웠던, 늘 환하게 웃던 다미였다.
그때는....그랬다...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즐거운 담이가 그립다.
“다미야.”
“왜!!”
“나 남자야...”
“그럼, 남자지, 니가 여자냐? 시끄럽다. 난 간다!!”
다미는 별 시시껄렁한 얘기를 다 듣겠다는 양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임마!! 나 남자라구! 나 너한테 남자라구!
어쩌면 아주 기본적인 나의 바람...
열한 해를 고스란히 품어온 내 바람...
“즐거운 담”이는 나에게 무화과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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