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얼마나 무서운가...
요즘 여러 사태를 보면서 많이 느낀다.
그냥 좀 답답하달까, 안타깝달까...
오후 2시...
아마 이 그룹이 지금 가장 "핫이슈"일 거다.
19살...어리기도 하고, 어리지 않기도 한 나이...
철없다면, 철없고, 힘들다면 가장 힘든 나이...
스물, 스물 하나...그렇게 오는 동안 한 아이가 아주 힘들었었나 보다.
그래서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나보다.
이번 사태에 내가 가장 안타까운 건 "글쓰기"의 문제였다.
뭐? 글쓰기?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젠데 무슨 글쓰기가 문제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난 가장 큰 문제는 "글쓰기"에 있다고 본다.
글이란...인류 최대의 유산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또 다른 이에게 정직하게 보여주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
난 근본적으로 글은 "소통"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소통", "의사소통"이라고 말하면
그저 나와 타인의 "의사소통"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정말 그러한가?
그래 정말 그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타인의 소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전달할 내용, 그 형식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오해를 하게 된다.
우리 딸은 내게 말한다.
"엄마, 미워! 엄마 싫어!"
나에게 뭔가 서운한 게 있을 때, 우리 딸은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운다.
그럼 울컥한 내가 똑같이 이렇게 말한다.
"엄마도 유니 미워! 유니 안 예뻐할거야!"
그러면 우리 유니가 정말 서럽게 대성통곡을 한다.
"엄마, 미워! 유니 미워하고! 엄마 정말 미워!"
그럴 때의 유니를 보면 내 마음이 짠해진다.
나는 알고 있다.
유니가 정말 엄마가 미워서 밉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엄마 미워에는 정말 많은 뜻이 담겨 있다.
나는 엄마가 좋은데, 엄마가 이렇게 자기에게 화내는 건 싫다고.
엄마가 나를 안 예뻐해줘서 속상하다고.
예뻐해달라고.
우리 딸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엄마가 유니에게 유니 미워하면, 유니는 더욱더욱 더 속이 상하는 거다.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못 알아준다고 생각하니까...
유니가 바라는 건 자기를 사랑해 달라는 건데 엄마가 도리어 미워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더 속이 상하게 되는 거다.
재범군의 일도 바로 이거라 생각한다.
내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재범의 글에서 나는 굉장히 많은 걸 읽게 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삶, 미국인이 되고 싶지만 완전히 될 수 없는 괴로움,
차별 속에서 약간은 거들먹 거려서 또래 집단에 끼이고 싶은 마음,
한국을 욕하면서 스스로 자위하는 마음,
한국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인정받고 싶은, 모국에 대한 이상한 마음,
한국조차 자신을 이방인 취급하는 것에 대한 속상함.
뭐...그런 것들이었을 것이다.
싸울 때, 혹은 속상할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표현"이다.
그 표현 때문에 더 심하게 싸우고, 몸도 마음도 다치고, 또 더 큰 일을 겪게 되기도 한다.
무엇을 표현해야 되는가.
그 상황과 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늘 사람들은 결과물만을 이야기 한다.
그것 때문에 늘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난 정말 안타까웠다.
가능했다면, 정말 재범군을 앉혀 놓고 글쓰기와 표현을 가르쳐주고 싶기까지 했다.
결국 이러한 일은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장 기초적인 문제가 간과되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글은 의사소통이다.
나의 마음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 그래서 서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내 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지 가장 올바른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내 마음을 모르니 감정의 결과물만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재범군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을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던 19살의 소년도 청년도 아닌
그 애매한 시간을 겪어낸 외로웠던 한 아이는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두번째 문제점이 있다.
아이의 내적 성장에 둔해 있었다는 점, 그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지 않았다는 점,
아이의 가치관을 성장시킬 그 어떤 교육도 없었다는 점, 그것이다.
이것은 사실 고스란히 소속사에게 비난이 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얼마전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장한나가 떠오른다.
천재 첼리스트에 이제 마에스트로로 자신을 한층 더 개발해 나가는 장한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장한나를 보면서 사실 첼로 실력 그 이상으로 그 정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장한나는 음악의 울타리에 자신을 가둬두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으로 SAT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하버드 철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면서 음악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늘 기억했다.
자신이 세상을 향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인가...
그것을 고민하고 행동하고 실천했다.
그리하여 그러한 마음이 그녀의 음악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재범군은 그러했을까...
재범군의 행동을 보면, 그러한 환경이 제공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첫째, 재범군은 평상시 거침없는 언사에 약간은 불편한, 혹은 버르장머리 없어 보이는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았다.
아무리 마음은 따뜻하다 해도 거친 언사, 나이든 이들에게 예의없는 언사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나쁘게 한다.
문화란...일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몇 만년, 몇 천년을 흘러내려 오면서 형성된 분위기가 있다.
적어도 이곳에서 활동하고 꿈을 펼치려 했다면, 그러한 분위기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는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의 재범군의 태도와 소속사의 태도다.
재범군에게 내적 성숙을 할 수 있는 교육과 환경이 주어졌다면,
재범군이 그리 쉽게 포기하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미국으로 돌아갔더라도 그렇게 도망가는 듯한 인상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내적으로 성숙했다면, 자신의 가치관을 성립시키고 꿈을 가지고 있었다면,
재범군은 아마 성심성의껏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과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고, 어떠어떠한 면에서 이렇게 썼다고 좀더 솔직하게 고백했을 것이다.
정직함! 솔직함!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무기다.
왜! 인간은 감성적인 동물이다.
정직한 고백 앞에 인간의 마음은 움직인다. 그래서 인간은 아름답다.
그러나 재범군은 두려웠던 것 같다.
여전히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 그러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아이,
그래서 세상이 더 두려웠을 아이, 어찌 해야 될 지 몰라 도망치고 싶었던 아이,
그렇기 때문에 소속사에 대해서 화가 났다.
왜 이 아이를 이렇게 방치했는가.
왜 대한민국의 소속사는 하나의 인격체를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고, 돈버는 기계로 전락시키는가.
셋째는 팬심이다.
가장 멋진 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나 혹은 배우가 올바른 길을 정직하게 갈 수 있도록 채찍질해주는 사람이다.
은퇴하라는 압박 속에서도 여전히 힘내라고 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
박찬호는 고등학교 수준의 선수들과 성실하게 연습하고 최선을 다한다.
몇몇의 배우들은 자신들의 팬 때문에 좀 더 개념있는 "인간"이 되려고 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때로는 질책하는 팬들 때문에 그 스타들은 진정한 스타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번역"에 대한 논박이었다.
심한, 약간은 감정이 실린 번역이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문장에 실려 있던 그 사람의 태도였다.
기존 세대들은 한국인으로서, 혹은 한국에 와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 그렇게 무시하는 태도로 임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팬들은 오로지 자신의 팬을 감싸안는 데 시간을 보낸다.
이 글은 "싫다", "혐오한다"가 아니라 "잘 맞지 않다" 정도라고 말한다.
그것이 이 문제의 핵심일까?
진정한 팬이라면, 그 스타와 같이 채찍을 맞는 것이다.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이 스타를 격려하는 것이다.
잘못을 덮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정말로 그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이해를 구하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고, 이해를 받는 것이다.
그 때 팬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말을 한 연예인도, 그 연예인을 그러한 어려움 속에 그대로 방치한 소속사도, 팬들이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팬들은 다시 그 연예인을 격려해야 한다.
실수가 맞고, 잘못이 맞지만, 용서받으면 된다고, 다시 열심히 성실하게 살면 되다고 다독여주면 된다.
그리고 팬들은 그 연예인과 같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것이 진정으로 그 연예인을 위하는 길이다.
한국의 팬심은 매우 두려운 존재들이다.
다른 스타의 팬일 경우, 굉장히 섬뜩해진다.
이번 사태도 상대 팬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퍼졌다는 설도 있다.
지금 돌아오라고 말하는 팬들...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재범군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넷 판에서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걸 보면, 정말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이 벌어질까 매우 두렵다.
네티즌들이 완전히 악플러로 전락되고,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가 되어야 하고...뭐 등등의 이야기를 보면,
설상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전한 비판 정신이 살아 있을 때 그 사회는 건강하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비판할 수 있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제 재범군의 기사를 보는 것이 불편하다.
과도한 팬심에 동정 여론까지 악플로 바뀌고 있는 이 시점이 아주 불편하고 안타깝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인이 아니고,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고,
그러면서도 한국에 사는 사람보다는 해외파가 좀 더 우위에 있는 것 같고,
교포라면 있어보이고...
그러면서 그 사회 내에서는 약간의 차별을 맛보는...
교포 2세, 3세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자신의 모국을 더 싫어하고 혐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한국인을 벗어날 수 없는
그 근원적인 심리...
그런 것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본 한국인들은, 한국 밖에서 더 한국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애타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아마 한국이 애증의 대상이 아닐까 한다.
나의 언니가 미국에서 살고 있다.
두 조카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동양인이 너무 적은 곳이라 학교에서도 같은 학년에 한국인이 내 조카 한 명 뿐이라고 한다.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조카들은 코리언, 동양인으로 불린다.
다음에 만나면 내 조카들은 훨씬 더 미국인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내 시각에서 그럴 것이다.
아마 미국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내 조카들은 한국인스러울 것이다.
그것은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재범군 사태가 너무 안타까워 내 블로그에서나마 속시원히 터놓고 싶었는데
이거 완전 용두사미에 배가 산으로 간 듯하다.
결론은, 이제 그만 인터넷에서의 싸움도, 기사도 보고 싶지 않다는 거다.
재범군도, 소속사도 정직하게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죄하고 그리고 용서 받기를 바란다.
정직한 마음 앞에 사람들의 마음이 열린다.
그리고 재범군에게 시간을 주길 바란다.
격려와 용서의 글들로 시간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장 돌아오라고, 재범군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잘못된 팬심보다는
잘못했다는 시인과, 그 잘못을 뉘우칠, 혹은 대응할 시간, 그리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
그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함께 맞는 매, 그리고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같이 보듬고 격려하는 그 마음이
사람을 감동시킬 것이다.
그리고 재범군에게 그보다 더 큰 힘은 없을 것이다.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한, 그리하여 정직하고 솔직하고 성실해진
재범군을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기를...기도한다.
'나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가 난다!! (0) | 2009.09.29 |
---|---|
내 맘대로 보기-나의 시대 (0) | 2009.09.28 |
인연 (0) | 2009.09.12 |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0) | 2009.09.12 |
바닥에서 하늘을 보다 (0) | 2009.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