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독수리 날다

엄마와 딸

그랑블루08 2010. 4. 13. 09:35

어제 밤새 유니가 많이 아팠다.

저녁부터 열이 펄펄 끓더니 밤새 열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뒤척여댔다.

열감기가 유행인지......

녀석은 일하는 엄마 때문에 이리저리 다니다 더 심해진 듯하다.

 

학교 다녀와서 미술 학원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영어 학원에서 2시간, 그리고 피아노, 다시 바이올린....

그렇게 다니고 나면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저녁 6시 30분에 이 모든 일과가 끝나는

여덟 살 짜리 내 딸.....

 

열이 나고 힘들면, 힘들다고 일찍 좀 전화하지.

바이올린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그제서야 전화를 한다.

 

엄마...나....열 나고 아파.....

 

이미 유니를 데리러 갔을 때는 6시 30분.

병원에 데려 갔더니 열이 아주 많이 난단다.

39도...가 좀 넘었다.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라신다.

열이 굉장히 높다고...애가 어떻게 견뎠냐고.....

늘 뛰어다니고 밝은 내 딸이...기운이 없다.

 

맞벌이 엄마, 아빠를 둔 내 딸은....아파도 쉴 수가 없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열이 날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밤새...아이는 열에 들끓고, 난 아이의 열과 싸운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은 내려가지 않고,

밤새 아이의 몸을 수건으로 닦였다.

그리곤....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간절히 기도한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게 나도 컸고, 나 역시 이 아이를 이렇게 키우게 된다.

 

5살 때였던가.....

밤새 앓다가 눈을 떠보니 엄마가 내 옆에서 내 손을 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내 머리에는 수건이 놓여 있었고......

엄마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기억.....

이것이....엄마인가 보다.

나 역시.....그러고 있으니......

 

잠을 한숨 못 자도, 아이가 열이 나니 몇 시간이고 수건으로 닦이고,

약을 먹이고, 기침 하다 토할까봐 옆에서 전전긍긍 살피게 된다.

이게.....엄마인 듯하다.

 

새벽녘에 열이 떨어졌다가 학교를 보내려는데 열이 다시 났다.

일은 가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약 먹이고 수건을 닦여서 학교에 보냈다.

오늘은...내가 일이 너무 많은 날이라....

남편더러 오후에 아이를 찾으라고 했다.

내일은.....내가 애를 봐야 할 듯하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거.....

직장을 다니는 엄마로 산다는 거.....

그건...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참....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우리 딸.......열심히 견뎌주겠지.

 

기도하는 거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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