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칠순.
칠순 때는 어딘가로 여행가자고 서로 이야기해오고 있었다.
사실 이번 봄이나 여름에 일본 하코네로 가자는 것이 대세였다.
갑상선 수술 이후로 엄마 몸이 워낙 안 좋으셔서
멀리 여행 가는 건 무리였다.
일본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일본에 엄청난 사태가 터지면서 바로 계획은 취소가 됐다.
그렇게 흐지부지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바쁜 오빠가 갑자기 제주도 가자며 급하게 컨택해 왔다.
오빠가 사용할 수 있는 할인 티켓이 비성수기에만 된다고 해서
급하게 6월 초로 잡았다.
사실...정말 갈 수 있을까 싶었다.
6월 초....현충일 때문에 이 날들도 완전히 대목이었다.
급하게 날짜를 잡아보고 항공권을 알아봤지만, 역시 자리가 없었다.
안을 제안한 오빠도 별 수 없었는지 항공권이 없다며 내게 다시 컨택해왔다.
결국 내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항공권을 구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희한하게도 내가 설치면 늘....자리가 나곤 했다.
나도 이런 점이 신기하긴 하다. 남편은 이런 내게 모든 걸 미루기 일쑤다. 자기가 아무리 몇 주 고생해 봐도, 결국 내가 나서서 하루 이틀만에 끝낸다며 이번에도 나보고 알아서 하란다. 비행기표며, 숙박이며, 렌트카까지......거의 난리를 쳐서 얻어내었다.
결국 비행기표는 돌아오는 게 없어서.....눈물을 흘리며(?) 비지니스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오빠 덕분에 이틀은 신라호텔에서 자고 나머지 하루 묵을 곳을 찾아보고 예약을 했다.
원해서 그랬던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엄청난 럭셔리 여행이 되어버렸다.
이왕 이렇게 돈 쓰는 게 에라 모르겠다 싶기도 했다.
어쨌든 오빠 덕분에 신라호텔에도 반값으로 있으니 이것도 괜찮다 싶기도 하고,
평생 다시 이 호텔에 오겠나 싶기도 했다.
신라호텔.....
만사 귀찮은 내 스타일로는 꽤 괜찮았다.
호텔 안에 있으면 뭐든지 다 해결되니 좋았고, 키즈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좋았다.
수영이며, 물폭탄 만들기며, 그 외 키즈 프로그램들 때문에 아이들은 좋아서 야단이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보내고 어른들은 쉴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야외 정원도 정원이라기보다 거의 공원 수준이었다.
그 길만 산책해도 2박 3일은 걸려야 할 만큼 꽤 괜찮았다.
걷기 좋고, 아름답고, 또 해변으로 나 있는 산책로는 꽤 괜찮은 명소였다.
무엇보다 해변에 있는 방갈로는 굉장히 괜찮았다.
방갈로 안에 샤워실도, 앉아서 누울 수 있는 방도 있어서
아이들은 해변에서 놀고, 부모들은 놀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둘째날 밤 야외 바베큐 캠프도 굉장히 괜찮았다.
가운데는 아이들 놀이터가 있고, 그 가쪽으로 캠프시설을 갖추어 놔서 몸만 가면 되게끔 되어 있었다.
귀찮지 않게 캠프를 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큰 텐트 안에는 식탁도 있고, 또 더 안에는 누울 수 있는 곳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음식도 모두 제공되는데다, 숯불 바베큐도 할 수 있어서 마치.....외국에 나와 있는 기분이었다.
뭣 보다 좋은 것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나가도 되는 것.......
엄마 칠순이라고 갔는데, 알고 보면....우리가 더 놀다 온 것 같다.
일도 많고, 갑자기 정해서 가는 바람에 처리해 놓고 갈 일도, 해야할 일도 많아 헉헉됐지만,
역시.....떠났다가 돌아오고 나니 확실히 재충전이 되는 것 같다.
좀 일찍 다녀온 휴가.....
앞 뒤로 일이 엄청나게 밀려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다녀오니 좋다.
바다는....진짜.....최소 6개월의 한 번씩은 꼭 봐줘야 하는 것 같다.
눈만 높아져서....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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