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6 - 세상의 지지는 나로부터 출발한다

그랑블루08 2012. 6. 10. 05:39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6

 

 

 

 

 

 

 

 

+) 배경음악 틀고 봐주세요.

 

 

 

 

 

 

 

 

<윤찡갤 시경재신 횽이 올려주신 거 닥저한 짤. 감솨감솨(혹시 문제되면 내릴게여.)>

 

 

 

 

 

 

 

 

1

 

 

 

 

 

 

 

 

 

시경은 내실 안쪽이 보이는 쪽에 앉아 있었다.

보지 말아야지, 절대 보지 말아야지 하지만,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 시경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여기는 밖인데다, 기자들이 눈치 채고 올 수도 있는데,

자신은 이렇게 다른 쪽에 정신이 팔려 있다니........

시경은 자신이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없었다.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움직여지지 않는 마음 때문에, 자꾸만 괴롭다.

한 번도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내가 세운 원칙대로 안 된 적이 없었다.

공주님을 만난 이후, 그 원칙이라는 것이, 모든 걸 규칙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오만했던 건지 알게 되었다.

 

 

정말, 감정이란 걸 이성이 컨트롤할 수 있는 줄 알았다.

30여 년을 그렇게 믿고 살았고, 또 단 한 번도 실패한 적도 없었다.

하늘은 그런 나를 아주 오만하게 보셨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감당이 안 되는 감정을 주셔서, 이토록 나를 비웃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감히 올려다 볼 수 없는 분을 올려다 보고,

너무나 빛나는 분을 가슴에 품어서,

다시는 다른 이를 바라볼 수도 없게 만드셨겠지.

너무 환한 빛을 봐서, 나는 이제 그 누구를 보더라도 빛난다고 느끼지도 못하겠지.

 

 

그녀가 또 웃는다.

그녀는 저 남자만 보고 있다.

 

 

당연하잖아. 은시경!

 

 

이 와중에, 난....또 뭘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거?

아니면, 나를 향해서 한 번은 봐주실 거라는 거?

2년 전, 나를 잠깐 봐주셨다고, 지금도 그럴 거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 멍청한 놈!

 

 

시경은 정신차리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다그치지만, 눈 앞에서 환하게 웃는 재신을 보면, 또다시 가슴이 무너져 버리고 만다.

 

 

잔인하다.

너무 잔인하다.

내게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건, 정말로 잔인하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는 공주님께서, 다른 남자를, 그것도 자신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서 저렇게 아름답게 웃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로 잔인한 일이다.

 

시경은, 재신이 처음 선을 보겠다고 했던 날 밤, 전하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며칠 간 잠도 못 자며 괴롭혔던 그 말씀이, 자꾸만 시경의 심장을 후벼파고 있었다.

 

 

 

 

 

 

 

 

 

2

 

 

 

 

 

 

 

 

 

전하께서 방을 나가던 나를 붙잡았다.

 

 

“어이, 은시경, 넌 나랑 이야기마저 하고 가야지.”

 

 

“예?”

 

 

“남으라고.”

 

 

“예.”

 

 

“너 누워 있는 동안, 재신이 선보게 하려고 했는데........

삐졌냐?”

 

 

“아닙니다.”

 

 

시경은 고개를 숙인 채, 딱딱하게 대답했다.

 

삐졌네. 뭐. 아닌 척하기는.

 

재하는 오늘 작정하고 덤벼든다.

 

 

“내 친구놈 말야. 그 놈.......재신이 첫사랑이다?”

 

 

“예?”

 

 

시경은 공주님의 첫사랑이라는 말에,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고 만다.

재하는 옳지, 걸려들었군 싶어서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 놈, 장난 아니야.

나한테 묻더라고. 공주님 부마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거냐고?

자기 정도면 되냐고........"

 

 

“.................”

 

 

 

“난 안 된다고 했지. 너같은 재벌 2세들은 엄청나게 많다고.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명예로워야 된다....

그러면서 농담으로, 뭐, 영국에서 기사 작위라도 받으면 모를까. 라고 한 마디 붙여줬지.”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부마도위.

아무나 넘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하께 직접 부마 조건에 대해 들으니,

자신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 느껴진다.

세상에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많다.

왕실의 국혼.

감히, 내가 생각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재벌들조차 조건이 안 된다는, 부마.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 시경을 재하는 빠짐없이 다 보고 있다.

 

 

“그렇게 묻더니 계속 재신이랑 선보게 해달라고 그러더라.

오래됐어.

재신이, 다리 다치기 전부터, 내가 너 만나기 전부터..........”

 

 

재하는 슬쩍 시경을 본다.

적어도 자신의 의도는 전달된 듯했다.

너보다 훨~씬 오래 좋아한, 엄청나게 괜찮은 놈 있다는 내용은 확실히 전달된 것 같았다.

시경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이마에는 이미 핏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재하는 내친 김에 아주 인을 박으려고 작정하고 덤벼들었다.

 

 

“근데 말야. 그 놈 그래도 진국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재신이 다치고 나서도, 내게 요구하더라.

한동안 뜸하길래, 이놈도 결국 재신이 다쳐서 마음 접었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야.

전화가 왔더라고. 많이 힘들 것 같아서,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기다렸다고.

그땐, 나도 너무 정신없었고, 그래서 일단 기다리라고 했었어.”

 

 

시경은 묵묵히 듣고 있다.

아니 적어도 묵묵히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근데 그 놈이 몇 달 전에 다시 전화가 와서 대뜸 하는 소리가,

이젠 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 같다고, 재신이 만나게 해달라고. 그러잖아.

그리곤 바로 기사가 뜨더라.

그 놈이 진짜로 영국에서 영국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거야.”

 

 

“저에게, 왜 그런 얘기를 하십니까?”

 

 

시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재하에게 참았던 말을 던졌다.

 

분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노라기보다는, 처참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자신도 알고 있다고.

자신이 감히 부마도위에 오를 수 있는 자격도, 신분도 되지 못한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그러나 그걸 직접 들으면, 아플 수밖에 없다고.

 

장난스러웠던 재하의 눈빛이 다시 엄격하게 변했다.

 

 

“왜겠어?

니가 살아 돌아온 거랑, 너랑 재신이 사이는 별개야.

나 솔직히, 남자로서 넌.......꽝이야.”

 

 

“!!!!!!!!!!!!!!”

 

 

“재신이가 너무 아팠어.

더 아플 지도 모르지.

니가 이따위로 나오면.”

 

 

“전하..........”

 

 

시경은 전하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또렷했다.

나 때문에 공주님께서 아프실 수도 있다는 것.

 

 

“지 감정 하나 책임 못 지는 놈이,

자격지심에 빠져서 자기 여자 하나 위로해 주지 못하는 놈이,

무슨, 사랑을 해. 개뿔......”

 

 

“전...전........”

 

 

“정신 차려 은시경!!!

니 사랑에 대해서, 지지해 주는 사람 단 한 사람도 없어.

너 자신조차도, 우군이라 할 수 없잖아.

잘 생각해 보라고.

또 겁쟁이처럼, 그렇게 숨을 건지,

아니면!!!!!

내 여자, 내가 쟁취할 건지!!!”

 

 

 

내 여자........

내 여자........

 

감히 내가 내 여자라 말할 수 있으신 분인가.

그러나 난 자꾸만 공주님을 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내 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처음부터 생각해 오고 있었다.

공주님이 나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나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나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내가 공주님을 내 여자라고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잘 들어. 은시경.

내가 사적으로 널. 아끼는 거랑,

재신이 남자로 널 미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

널, 굳이 반대는 하진 않아.

하지만 널 지지하지도 않아.

그러니 재신이 남자로 널 지지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어.

재신이조차 아니지.”

 

 

시경은 재하의 말에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뭔가가 억울했다.

 

 

“자, 어떡할 거야. 은시경.

또 비겁하게 숨을 거면, 정확하게 니 감정 정리해.

내 충신으로, 내 친구로, 남아.

감정 질질 흘리지 말고, 그깟 감정 때문에 일 그르치지 말고,

은시경답게 정리하고 정신 차리라고.

재신이 이번에 또 헷갈리게 하면, 너 진짜 내 손에 죽어!”

 

 

정리? 감정을 정리해?

어떻게? 어떻게 정리하라는 말씀이신가?

은시경답게 라고?

나다운 게 뭔데?

도대체 뭔데?

 

 

“전하!

은시경다운 게 뭡니까?”

 

 

“뭐?”

 

 

“감정.....

그깟 감정이라 하셨습니까?”

 

 

“은.시.경.”

 

 

“예. 전, 저라는 답답한 놈은, 그.깟. 감.정 때문에 여기 서 있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깟 감정 때문에 살아 돌아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 그랬다.

무의식을 헤매며 다니면서도, 늘 그곳에는 공주님이 계셨다.

아직도 기억한다.

전하께서 하셨던 그 말씀을.........

내 정신을 붙들게 만드셨던 그 말씀을.......

 

 

야! 이 자식아! 재신이가 손목을 그었다. 너 때문에!!

 

 

아직도 기억한다.

먼 곳에서 울려오던 그 목소리가 현실감으로 바뀌던 그 순간을.

다시 살아 돌아온 그 순간 나는 지옥을 맛봐야만 했다.

그런데 어떻게, 날더러 정리하라 하실 수 있는가?

이것이 정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괴로워하지도 않았을 것을.

그럴 수만 있었다면, 심장이 찢기는 이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아무리 전하시더라도,

사람의 마음까지.......간섭하실 수는 없습니다.”

 

 

시경은 가장 아래에 있던 자신의 마음을 끄집어내어 재하에게 처음으로 보였다.

재하는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이 답답한 놈의 저 바닥까지 한번 내려가 볼 생각이다.

모두를 위해서 어느 쪽으로든 어서 결판을 내야 한다.

 

 

“그래? 좋아.

그럼, 니 마음이니까 간섭하지 않겠다.

그럼, 확실히 해.

혼자 속으로 끙끙댈 거면, 혼자서 해.

다 티내면서, 재신이 헷갈리게 하면서, 정작 말로는 아닌 척 해서 애 상처주지 말고!

니 마음 못 숨길 거면, 확실하게, 남자답게, 재신이한테 들이대라고!!!

비겁하게 숨지 말고!!!

신분이 어쩌네, 자격이 안 되네, 그 딴 소리 집어치우라고!!!

그럴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때려치워!!!!”

 

 

“.......전하는......왕이시잖아요.

한 번도, 그 사람보다 자신이 못하다고 생각해 보신 적 없으시죠?

날 만나서, 그 사람이 꺾일까봐, 더 멋진 사람 못 만나게 내가 날개를 꺾은 걸까봐,

고민해 보신 적, 없으시잖아요.”

 

 

“은.시.경. 내가 마지막으로 충고 한 마디 한다.

너, 방금 그 말, 얼마나 비겁한 말인 줄 아냐?”

 

 

“예?”

 

 

“웃기지 마! 뭐? 꺾어?

하, 너, 방금 그 말, 엄청나게 상대방 생각해 주는 거 같지?

아니야! 넌 지금 너 자신만 생각하는 거야.

오로지 상처받을 너 자신!”

 

 

“전하......”

 

 

“하는 김에 한 마디만 더하자.

너, 지금 재신이 기억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냐?”

 

 

“예?”

 

 

“왜, 기억 안 돌아오면 자신 없냐?

재신이 상태 안 좋을 때, 잠깐 너 좋아하는 걸로 착각했던 거 같아?

지금이면, 너 안 좋아할 것 같아?”

 

 

“저..전하....”

 

 

“그래서 비겁하게 기억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그때가 되면, 재신이 이놈은 의리 있는 놈이니까, 너 쳐다봐 줄 거 같아서?”

 

 

“...................”

 

 

“만약, 니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내가 너 잘못 봤다.

은시경 넌! 답답이가 아니라 비겁한 놈이야!

난 너 같은 놈, 내 동생 남자로, 죽어도 못 밀어 준다.

지 자신도, 지 자신을 못 밀어주는데, 다른 사람한테서 지지를 얻어?

웃기지 마! 은시경!!!

니 마음은 니꺼라고? 그래서 정리를 못해?

그 따위 마음은 민폐만 될 뿐이야.

내보이지도 못할 거면, 가지고 있는 거만으로도 재신이한테는 독이 될 뿐이야!”

 

 

처음에는 화가 났는데,

전하께서 왜 이러시는 건지, 내 마음을 가장 잘 아시면서 왜 이러시는 건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전하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내 마음이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 마음을 놓으면, 난.....살아온 이유가 없다.

아니, 살아갈 이유가 없다.

자꾸만 심장이 아파온다.

할 수 없는 일을 요구받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3

 

 

 

 

 

 

 

 

상우는 아까부터 재신과 자신을 쳐다보는 시경이 신경쓰였다.

단순히 호위를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재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뭔가 고통 같은 게 느껴졌다.

 

 

“저 사람은 누구야?”

 

 

“누구?”

 

 

“아까 너랑 같이 들어온 사람, 근위대원인가?”

 

 

“아, 은시경 씨? 그냥 근위대원 아니고, 근위대장님이셔.”

 

 

“어? 은시경? 그,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응. 알아?”

 

 

“알다 뿐이겠냐? 저 사람한테 할 말 있는데, 공주님이 불러줄래?”

 

 

“응. 알았어.”

 

 

 

 

 

 

 

 

갑자기 은시경의 휴대폰이 울린다.

공주님이시다.

 

 

“예. 공주님.”

 

 

“잠깐 이쪽으로 와줄래요?”

 

 

“예? 예. 알겠습니다.”

 

 

 

은시경은 예의 단단한 모습으로 두 사람 앞에 섰다.

자신은 절대 감정 같은 건 없는 거라, 끊임없이 세뇌하며 그렇게 묵묵히 서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공주님.”

 

 

“은시경 씨, 이재하의 아니지, 우리 국왕 폐하의 충신이자 1순위.”

 

 

정작 도착하자 공주님이 아니라, 옆에 있던 남자가 아는 척을 한다.

 

 

“예?”

 

 

"난 솔직히 둘이 사귀는 줄 알았잖아요. 재하랑 은시경 씨랑

왕비님만 아니셨으면, 나 진짜 재하, 커밍아웃하는 줄 알았다니까.”

 

 

“말씀 삼가시죠. 국왕전하십니다.”

 

 

“아, 미안합니다. 재하한테, 아니 전하께 얘기 들어놓고 이러네.

반갑습니다. 이상우라고 합니다.”

 

 

상우는 시경에게 악수를 청한다.

 

 

“공무수행 중인 건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만나고 싶었거든요. 내가.

악수, 정도는 할 수 있죠? 아무리 공무수행중이라도.”

 

 

그는 당당했다.

그렇다고 오만해보이지도 않았다.

진심으로 자신을 만나서 반가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자신이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정말 치졸해보일 것 같았다.

 

 

 

시경도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하며 말했다.

 

 

“은시경입니다.”

 

 

“정말, 살아있네요.”

 

 

“예?”

 

 

“사실은, 은시경 씨, 미국에서 본 적 있어요.”

 

 

“!!!!!!!!!!!!”

 

 

그렇다면, 미국에서 나를 도와주었다던 전하의 친구가 바로 이 사람이었던 거다.

 

 

“무슨 소리야? 은시경 씨가 미국에 있었어?

병원 있었던 거 아니야?”

 

 

재신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재신아, 은시경 씨, 정말 기적의 사나이다?

나, 악수하면서도 막, 경이로워.”

 

 

“무슨 소리야? 오빠?”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죠? 은시경 씨는?

난, 솔직히 은시경 씨 존경합니다.

당신의 정신력에, 당신의 의지에, 진짜 놀랐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은시경은 당황하며 물었다.

 

 

“무언가가 당신을 살아나게 만든 거겠죠?

거기 있던 의사가 그러더군요.

인간은, 정말 경이로운 존재라고.

정말 인간은 신이 자신과 닮게 만든 존재가 맞을 거라고.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무언가가,

생을 잡게 만드는 무언가가,

당신을 살게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의사는 당신을 통해서 생명 그 자체에 대해서 경외감을 느끼게 되었다구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무언가.

생을 잡게 만드는 무언가.

 

그건 내 눈 앞에서 지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이 사람이다.

 

 

시경은 그런 그녀를 한참을 바라본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짧게 목례를 하며, 시경은 그들로부터 다시 멀어졌다.

 

 

 

 

 

 

 

 

4

 

 

 

 

 

 

 

 

재신은 몰랐다. 그가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어떻게 견뎌내고 살아 돌아왔는지 들은 적이 없었다.

상우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무엇이 그토록 이 사람을 살게 만든 걸까.

그토록 삶을 잡도록 만든 것일까.

정말 궁인들이 말하던, 그 첫사랑 때문인 걸까.

 

 

“여전하네. 이재신, 주위에 남자가 끊이질 않아.”

 

 

상우의 말이 재신을 상념에서 깨워낸다.

 

 

“그게 뭔 소리야?”

 

 

“공주님 주변에 남자들이 다 너만 보잖아.

어쩔 수 없긴 해.

이렇게 아름다우신 공주님이니까.”

 

 

“오빠 놀리지 마.”

 

 

“진짜야. 저기 서 있는 재하의 충신도 그렇고.”

 

 

“누구?”

 

 

갑작스러운 상우의 말에 재신은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은시경 근위대장님.”

 

 

“에? 아니야. 그건. 은시경 씨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재신이 니가 어떻게 알아?”

 

 

“궁인들이 얘기하는 거 들었어.

인기 많은가 보더라. 벌써부터.”

 

 

“그거, 혹시 너 아니야?”

 

 

“어? 무슨 소리야?

아니라니까......”

 

 

“글쎄. 내가, 니 주변에서 너 좋아하는 남자들 쳐내봐서 아는데

내 촉으로는 확실하다.”

 

 

“오빠!!”

 

 

“아마, 은시경 씨, 지금 속으로는 죽을 거 같을 거다.”

 

 

“그런 거 아니래두!!!”

 

 

재신은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이상하게 속이 탄다.

아닌데. 무슨 소린지.

저 사람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다고 했는데.

오빠가 날 놀린다고 이런 소리를 할 뿐이다.

 

 

그러다 상우의 시선을 따라 재신도 시경을 쳐다본다.

시경도 재신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보면 고개를 돌릴 줄 알았는데, 시경은 뚫어질 듯, 재신을 바라본다.

이상하게 재신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저 눈빛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꽤 떨어진 거린데도, 그의 눈빛에서 그의 감정이 느껴졌다.

슬퍼보였다.

안타까워보였다.

그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마음이 아프다고, 아주 슬프다고.........

 

 

재신은 다시 물을 마셨다.

속이 탄다.

 

 

 

 

 

 

 

 

5

 

 

 

 

 

 

 

“어쨌든 우리 공주님 만나려면, 정말 신경 써야겠다.

온통 주변에 적군이야.”

 

 

“오빠 좀! 그런 소리 좀 그만해.

나, 놀리는 거지?”

 

 

“아니라니까! 이재신 공주님, 마성의 여자잖아.”

 

 

“아, 좀!”

 

 

“큭....반응은 여전하구나. 우리 공주님.”

 

 

상우가 재신이가 귀엽다는 듯이 재신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공주님, 정말 귀여워.”

 

 

“뭐야, 여전히 애 취급이네.”

 

 

 

 

 

 

“흠흠......얘기 중에 죄송합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고 시경의 목소리가 났다.

 

 

“어? 은시경 씨? 왜요?”

 

 

“자리, 옮기셔야겠습니다.”

 

 

“네?”

 

 

“기자들이 왔습니다. 바로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미 정문 쪽에 포진해 있답니다.”

 

 

순간 재신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난, 찍혀도 상관없는데, 우리 공주님은 안 되겠지?”

 

 

“오빠, 오빠도 너무 알려진 사람인데, 나랑 있는 거 사진이라도 찍히면,

정말 대한민국 뒤집힐 걸?

오빠의 여자관계, 과거 일, 회사 그룹 일까지 샅샅이 파헤쳐질 거야.”

 

 

“큭큭.....그러게 다들 우리 공주님 보쌈해가는 도둑놈으로 보겠지?

전 국민을 상대로 관리체제 되는 건가?"

 

 

아까부터 저 남자가 말하는 ‘우리 공주님’이라는 말이 자꾸만 거슬린다.

시경이 인상을 쓴다.

 

 

“안 되겠네. 벌써 은시경 소령님 인상 쓰신다.”

 

 

상우의 말에 재신이 시경을 바라본다.

시경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하죠?”

 

 

재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시경에게 물었다.

 

 

“일단 여기 문이 세 개가 있습니다.

저희가 아까 들어온 정문에 포진하고 있다니까,

음.....이 분께서는 북쪽 문으로 나가시고, 저희는 후문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후문 쪽은 여기 직원들만 거의 이용한다고 하니, 사람이 적을 것 같습니다.”

 

 

“이 분 아니고, 이상웁니다.”

 

 

“예?”

 

 

“이상우라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예.”

 

 

“재하랑 친구 먹는다면서요? 그럼 나랑도 친구 먹으면 되는데.”

 

 

“죄송합니다만, 전 전하를 친구로 생각한 적 없습니다.”

 

 

“푸하하하하. 진짜 내가 이러니, 재하만 짝사랑하는 거 같지.

하여튼 은시경 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바로 움직이셔야 합니다.”

 

 

상우는 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시경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한다.

 

재하 너도 고생 좀 하겠구나.

뼛속부터 ‘나는 강직해’라고 써있는 것 같았다.

 

 

“오빠, 어서 가요.

우리 같이 있는 거 찍히면 진짜 안 좋아.”

 

 

“아, 진짜 너무 아쉬운데?

내가 이 기회를 어떻게 잡은 줄 아니?”

 

 

“다음에 다시 만나면 되잖아. 지금은 어서 가야.....”

 

 

“어? 이재신 공주님, 내 애프터 받아준 거지?

약속한 거다!!”

 

 

“어...어?”

 

 

“갈게. 공주님. 그리고 다른 남잔 절대로 쳐다보지도 말고!”

 

 

“에엥? 뭐래? 어!!!!!!”

 

 

상우는 재신의 어깨를 잡고 재신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재신은 얼어붙고, 시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시경의 이마로 핏줄이 선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아, 은시경 씨, 그냥 인사예요. 인사.

근데, 근위대장님. 근위대장님께서 공주님 사생활까지 감독하는 겁니까?”

 

 

“사생활이 아니라, 공공장솝니다.

게다가 밖에 바로 기자가 있는데, 사진이라도 찍히시면,

결국 그 모든 후유증은 왕실 측에서 고스란히 져야 합니다."

 

 

"진짜, 그게 이윱니까? 공공장소라서?"

 

 

"예?"

 

 

"아니에요. 난, 다른 이유가 아닐까 해서."

 

 

시경은 무슨 소린가 해서 뭐라고 덧붙이려다 만다.

어쩌면, 저 남자도, 자신도 무언가를 눈치 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일단 갈게.

공주님, 전화해도 되지?"

 

 

"응. 당연하지."

 

 

재신은 또다시 해맑게 웃어준다.

그런 재신의 미소가 상우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정말......이재신 공주님!

다른 남자 앞에선 그렇게 웃지 마세요."

 

 

"응?"

 

 

"남자들 심장 멎겠다. 진짜 갈게.

이러다 내가 '공주님은 내 여자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외칠 것 같다."

 

 

상우는 손을 위로 흔들며, 북쪽 입구로 걸어갔다.

시경은 지금 그가 한 말이 빈말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었지만, 그 남자의 눈빛에서 공주님을 향한 진심을 읽었다.

아주 오래된 감정이라고.......

자꾸만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럴 때가 아닌데,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정신 차려!!! 은시경!!!

 

 

"은시경 씨?"

 

 

"예. 공주님. 가시죠."

 

 

"휠체어는요? 나 빨리 못 걷잖아요."

 

 

"휠체어가 있으면 정말 눈에 띌 것 같아서 치워뒀습니다.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어, 잠시만요. 뭐야?"

 

 

인이어로 밖에 있던 근위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위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기자들이 이미 들어갔습니다.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알았어. 그리고 거기 앉아 있던 사람들, 휴대폰 싹 다 조사하고,

공주님 사진 있으면, 다 지워."

 

 

"뭐예요? 기자들 움직인대요?"

 

 

"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시경이 재신을 안아 올리자, 재신이 시경의 목 뒤로 손을 둘렀다.

시경은 이 와중에도 설레는 자신이 정말 한심스러웠다.

오로지 앞만 보며, 후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근위대원들이 바리케이트를 이중으로 치고 있으니,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어쨌든 후문에 세워둔 차만 탄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이런!!! 낭패다!!!!

 

 

후문으로 나가기 전, 창문 너머로,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몇몇이 보였다.

그렇지. 대한민국 기자들이 그냥 있을 리가 없지.

 

 

"공주님, 죄송하지만, 지금은 나가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이미 와 있습니다.

아무래도 뜸해질 때까지 호텔에 숨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요? 어디요? 객실?"

 

 

객실.

공주님을 위해서는 객실이 좋지만, 잘못하다가 더 이상한 루머가 생길 수도 있다.

 

 

"혹시 객실로 가다가 사진 찍히면,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거 아니에요?"

 

 

"예. 다른 곳에 있을 데가......."

 

 

주위를 둘러보던 시경의 눈에 로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간 곳에 벽장 하나가 보였다.

벽장이라서 틈을 다 볼 수 있기는 했지만,

방향이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앉아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밖에서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공주님, 아무래도 저기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주님을 벽장 앞에 내려놓고, 안을 보니, 생각보다 너무 협소했다.

간단한 청소도구를 넣어놓는 곳이라 그런지, 좁아서 앉아있을 수도 없었다.

 

 

"나가는 길, 이쪽밖에 없지?"

 

 

"분명히 근위대원이랑 같이 계실거야. 빨리 빨리!!!"

 

 

벌써 기자들이 들이닥쳤다.

진퇴양난이었다.

문 밖에도 기자들이 서 있는 상황에서 이제 갈 곳도 없었다.

 

 

"공주님!!"

 

 

시경이 재신에게 작게 속삭였다.

재신도 어쩔 수 없다 싶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시경이 따라 들어오자, 두 사람만으로도 공간은 꽉 찼다.

시경은 문을 닫고 혹시 소리가 새나갈까 싶어서 귀에 꽂혀 있던 인이어까지 껐다.

밖에서는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재신은 벽장 벽에 바짝 붙었다.

시경이 안으로 들어오자, 진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좁았다.

시경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재신의 머리 위로 자신의 팔을 올려 벽에 붙였다.

시경의 가슴과 재신의 가슴이 서로 닿을 듯이 붙어 있었다.

시경은 어떻게든 떨어져 있어 보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잘못 움직이다가는 벽장문이 열릴 판이었다.

얼굴도 조금만 잘못 돌려도 서로 부딪칠 것 같았다.

 

 

재신은 밖에 있는 기자도 기자였지만, 은시경 때문에 더 긴장이 되었다.

남자랑 단 둘이, 엄청나게 좁은 밀폐된 공간에서 이렇게 붙어 있다는 것이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숨도 내쉬기가 힘들었다.

너무나 가까이에서 그의 스킨 냄새가 풍겨왔다.

귀에서는 그의 약간은 거친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

안은 듯한 자세지만, 정작 안지는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어야 하는 건지......

게다가 이 남자. 정말 남자 같았다.

왜 이렇게 그가 남자로 느껴지는 건지,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재신은 점점 긴장이 된다.

 

 

 

 

 

 

처음에는 시경도 그녀가 불편할까봐 그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두 팔 사이로 그녀가 가두어져 있었다.

온전히 자신의 품 안에, 살아 숨쉬는 그녀가, 미치도록 자신의 가슴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푹 파인 옷 위로 드러나 있는 그녀의 깨끗한 어깨가, 그녀의 가늘고 새하얀 목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 같다.

큰일이다. 정말 큰일이다.

 

 

이대로 그녀를 안고 싶다.

그녀의 입술에, 그녀의 하얀 어깨에 입맞추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오는 엄청난 욕망에 시경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시경의 머리가 하얘지고 있을 즈음, 재신이 시경을 작게 불렀다.

 

 

"은....시경 씨.....나, 더 못 버틸 것 같아요.

다리가.........더는......어!!!!"

 

 

시경은 재신의 허리를 두 팔로 강하게 껴안았다.

그 바람에 재신의 몸이 시경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다.

 

 

"공주님, 제 목을 감으세요. 그래야 버티실 수 있을 겁니다."

 

 

재신은 그렇게 하는 게 낫다는 건 알지만, 섣불리 안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시경의 조금은 가라앉은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공주님, 걱정 마세요. 제가 무사히 궁으로 모시고 갑니다."

 

 

시경의 목소리는 단단하지만, 따뜻했다.

그 목소리에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날 지켜주지 않을까 싶은, 근거를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겼다.

재신은 시경의 목 뒤로 자신의 팔을 둘렀다.

 

 

"공주님, 제 목을 꽉 안으셔야 덜 힘드실 겁니다."

 

 

시경은 바깥쪽이 조용한 틈을 타서, 한쪽 손으로 인이어를 켜고 지시를 내렸다.

 

 

"나, 은시경이다.

지금 차 출발시켜.

두 대 정도 공주님 타신 것처럼 위장하고, 바로 출발해."

 

 

<예. 알겠습니다.

그럼, 공주님께서는?>

 

 

"내가 알아서 모시고 간다."

 

 

<예.>

 

 

시경은 인이어를 다시 빼고는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재신의 허리를 강하게 안았다.

재신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한 손으로는 허리를 안아 단단히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깨를 안아서 고정했다.

 

 

재신은 자신을 강하게 안고 있는 시경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심장소리가 재신의 귀에 들렸다.

엄청난 속도로 뛰고 있는 시경의 심장소리가, 재신의 마음도 자꾸만 들뜨게 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파파라치들도 이 심장소리 앞에서 자꾸만 지워지고 있었다.

왜 이 곳에 들어왔는지, 언제 나갈 수 있는지,

그 답답한 상황에 대한 생각은 잊혀지고,

오로지 지금 자신을 꽉 안고 있는 이 남자에 대한 감각만이 살아났다.

 

 

 

 

 

 

 

분명 지금은 비상사태인데, 시경의 가슴은 뛰기만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솔직히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녀와 단 둘이, 그것도 밀폐된 이곳에서,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다니......

시경은 그녀를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시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이 갔다.

흡! 하고 놀라는 그녀를 느꼈지만, 자신도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한쪽 손은 그녀의 벗은 등이 그대로 느껴졌다.

부드러운 살결이 그대로 시경의 손을 타고 심장까지 전해졌다.

자신의 귀에도 자신의 숨소리가 거칠게 느껴졌다.

그녀가...무서워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러나, 시경은 자신의 감정에 지고야 만다.

 

 

오늘만이다.

오늘만 욕심내는 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그런 거니까......

오늘만, 오늘만 그녀를 이렇게 품에 안겠다고,

그렇게 빌고 있는 시경이었다.

 

 

시경은 더 깊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뇌쇄적인 그녀의 향기 속으로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그저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조금만 더 이 사람을 안을 수 있기를,

이 사람을 조금만 더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기를,

시경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기도를 드렸다.

 

 

 

이 순간만은,

공주님은 오롯이 자신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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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스압 작렬이네요.

적게 써야지 하는데도, 24장입니다.

아마, 제가 조절능력이 없나 봅니다.

 

 

휴일에는 더 쓰기가 어렵습니다.

집에 있기 때문에 남편 눈치 보며, 아이 건사해 가며, 써야 해서,

휴일날 더 쓰기가 어렵답니다. ㅠㅠㅠㅠ

남편에겐 글 쓰는 걸 비밀로 하고 있어서,

남편은 제가 그저 갤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간 의심도 하고 있는데,

흥신소에 연락해 볼까 싶기도 하답니다.

(제가 제 차에 꽂혀 있던 흥신소 연락처를 신기하다며 보여줬거든요.ㅠㅠ)

제가 아무래도 바람을 피든지, 아님 남자랑 채팅으로 놀고 있을 거라고 확신을 하네요.

 

여튼, 갖은 핍박(?)과 눈치 속에서 겨우 겨우 6회를 썼다는 걸, 알아주시길......

 

 

제가 글을 질질거리며 쓰는 바람에 원래 쓰려던 회차가 점점 밀리고 있습니다.

제가 감정의 낭비가 심해서 정말 문젭니다.

 

 

사실 이 글도 워낙 틈틈이 쓰고 있어서, 감정선이 들락달락인 듯해서 걱정입니다.

내일은 더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마무리지었습니다.

 

 

비루한 글, 열심히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열심히 남겨주신 댓글 읽으며, 이 새벽에 이러고 있는 제 생활에 대해 그래도 큰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되세요.(__)

 

 

+) 3회까지는 주신 댓글에 답글 달았습니다. 4회부터도 댓글에 천천히 답글 달겠습니다.

감사해요. ^^

+) 텍본이나 개인소장하고 싶으시다는 님들이 계시는데요. 정말 죄송합니다.

   블로그에서 봐주시면 안 될까요? 제 오랜 철칙이라서......죄송합니다. 양해해 주시길.....(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