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난감하다.
오늘 하루 정말 정신이 없었다.
딸내미 방학식하고, 오자마자 밥 먹여서 2박 3일 캠프 보내주고,
오후에 출근했다.
물론 이 상황은 어제까지 아주 좋은 분위기였다.
딸내미 캠프 보내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거니 했었는데,
밀린 일도 처리하고 그러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런, 세상은 그렇게 내 계획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6월 중반에 내놓은 프로젝트 기획안이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떨어져라 하고 있었다.
그래서 1시간도 안 돼서 대충 기획안도 짜서 내버렸다.
작년부터 맡았던 일이라, 대충하기도 했고, 또 일을 줄이기로 해놓고서는 슈퍼바이저가 다시 하자고 해서 열받기도 했었다.
일은 많은데, 더더더 일을 퍼부어대니, 에잇 떨어져라 라는 못된 마음이 더 많았다.
그런데 왠걸....오늘 오전엔 딸내미 때문에 출근 못하고 집에 있는데
바로 전화가 왔다.
프로젝트 통과됐으니 추진계획이랑 세부예산안 다시 짜라고......
아아아악!!! 이런 뜨악한 일이!!!!!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당장 내놓으라는 전화에 미친다 싶어서, 애 캠프에 보내자마자, 지금까지 죽도록 만들어 올렸다.
하루, 이틀 시간 주고 다시 만들어내라니, 정말 뭐 이런 경우가 있는지.
여튼 처음에 제대로 만들었으면, 좀 나았을 텐데, 이건 뭐, 떨어지라는 심정으로 했으니, 올바르게 되었을 리가 없었다.
새로 짜고, 예산안 맞추고....끙끙대고 있으니,
참, 내 자세가 이 모양이었구나 싶다.
어차피 할 일이었는데, 시간 많을 때 제대로 해놓을 걸 싶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화근은 나 자신의 자세의 문제였다.
일은 되는 쪽으로 해야지, 안 되는 쪽으로 해서는 안 된다.
싫으면 그만 두는 것이 맞다.
그만둘 수 없다면, 제대로, 열심히 하는 게 맞다.
에효.....그래서 참......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내일....나름 하루 휴가로 놀러가기로 했는데,
목요일 마감 때문에, 오늘 죽도록 일해서 마감 맞춰놓고 놀러가야지 하다가 완전히 난리가 나버렸다.
갑자기 생긴 프로젝트 기획안 때문에 정작 목요일 마감 일을 하나도 못하고 있으니.......
결국 내일 놀기 위해서는 오늘 밤을 새워야 한다는.......
내가 운전해서 가기로 했는데, 이건 진짜......밤새고 운전을 어케 하나........
뭐, 어떻게 되겠지.
잘못하면, 내일 놀고 와서 다시 밤새워 일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 불편한 진실........
이 모든 건, 다 내 책임이다.
처음 할 때, 제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게 주어진 일이라면, 불평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이 단순하고도 오래된 진리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 생각해 보니, 오늘은 무슨 날이었다. 일폭탄의 날.
8월 말에 행사도 내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책임자 이름으로 넣어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정말....일폭탄의 날.....이를 어쩔........말이라도 미리 해주고, 물어라도 봐야되는 거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