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 대한 이야기
이제 또 한 편을 겨우 겨우 올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가슴 속에 올려놓은 무거운 돌처럼, 이 이야기는 어서 끝맺어야 하는데 라는.......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멘붕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계속 가슴에 아픈 생채기마냥 남아 있었던 이야기다.
두 개를 한꺼번에 못하는 스타일인데, 하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내게는 큰 무리였다.
심적인 부담감도 만만치 않고.
그래서 8월이 가기 전에 꼭 한 편을 올리고 싶었다.
뒤로 갈수록 잘 써지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건데, 이 중압감은 늘 견디기가 어렵다.
아마추어일 뿐이니, 마무리를 괜찮게 낸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여전히 내게는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올 초, 시놉을 완전히 정리하면서, 좀 줄였다.
뭔가 지저분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쳐내어버리고, 깔끔하게 가자 싶었다.
또 54회 역시 55회와 합쳐서 올렸다.
그랬더니 훨씬 쓰기도 수월했고, 질질거리는 것도 덜한 것 같기도 하다.
희한하게도, 끝이 다가오면, 어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기분과,
또 그 상황을 유예하고 싶다는 기분.....이 상반된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든다.
어떤 면에서.....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가락국>을 마무리하고 나서는....정말 오랫동안 아무 것도 쓸 수 없었다.
그토록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마무리하고 나서, 엄청난 패닉이 오고야 말았다.
보내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쓰는 나로서는.......감정이입의 결과물들을 보내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이번은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운명처럼 다가온 두 이야기의 시작과 마무리가 겹쳐졌다.
끝을 내면서도, 지금 쓰고 있는 이 이야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을까....
그 때처럼 한동안 쓰지 못하는 사태는 적어도 없지 않을까......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말로만 포기하지 않았다, 중단하지 않았다 외친 게 아니라서.....
이렇게 또 한 편 올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시작했으니, 이제 정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이미 2월에 다 정리해서 어느 정도 써 두었으니.....그래도 조금은 다행이다 싶다.
이렇게 조금씩, Keep going 하다 보면, 한 이야기를 보내고, 또 한 이야기도....계속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느려도, 포기 없이, 중단 없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써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와의 싸움도....이길 수 있을 것이다.
자학하고, 괴로워하고, 내 깜냥에 한탄하는 나 자신과도, 조금은 타협하며 그렇게 나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써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생각해 보면, 아무리 느리다 해도, 그래도 나의 한계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는.....나와의 약속.
여기까지가 내 한계가 아닌가 싶은....나약해지는 내 마음과의 싸움에서 또 한 번 이겼다는 기쁨.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결국 모든 글은, 나와의 싸움이다.
사랑받으면 좋다.
당연히 너무나 좋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나 혼자 오롯이 남게 된다.
그래도....혼자서 끝까지 해내는, 끝을 내는 훈련.
그러니 결국 글 쓰는 일은
나와 내가 싸우는.....
내 한계와 싸워내는 연습이다.
그래서 이렇게 또 한 번의 싸움을 어렵게 어렵게 이겨내 본다.
다음엔.....또 그 다음의 힘으로 이겨내면 될 것이다.
혼자만 남아, 나 혼자만의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이 약속을.......꼭 지켜내고 싶다.
그래서 나약한 내 자신을 이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