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은신상플)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6

그랑블루08 2012. 8. 30. 01:51

 

<당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16

 

 

 

 

<오늘은 배경음악을 꼭 틀어주세요.

오늘 내용은 배경음악이 내용의 반입니다.>

 

1. 더킹 ost - Dead line

2. 더킹 ost - Breach

3. 더킹 ost - 타는 마음

4. 더킹 ost - Lovely Yours

 

 

 

 

 

 

 

 

 

 

 

 

 

“왜...그러셨습니까...왜........”

 

“당신을.........살리고 싶었으니까.........

 또....죽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당신도....남겨지는 괴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공주님!!!”

 

 

 

 

 

 

1

 

 

 

 

 

 

“What the Furk!!!”

 

뚜뚜뚜뚜

 

 

전화가 끊어졌다.

머리가 멈춘 것 같다.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공주님은, 공주님은!!!!!

 

 

“은시경!!!!”

 

방밖으로 뛰어나가려는 내 팔을 전하가 잡고 계신다.

 

“전하!!!”

 

“무슨 일이야!!!”

 

“제레미 스미스가........온 것 같습니다.”

 

신음소리처럼, 억지로 짜내어 겨우 대답을 한다.

 

“죽었다며? 그 자식 죽었다더니, 무슨 소리야?”

 

“이 자식이 아무래도..........”

 

시경은 뒷말을 이을 자신이 없다.

설마 설마 하는 그 생각을 도저히 말로 뱉을 수가 없었다.

말로 뱉는 순간 정말 현실이 될 것 같아서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보안이 얼마나 삼엄한데?

내가 아무리 무기 잔치 할 거라고 했어도, 뇌관도 없는데 무슨.....

아니야, 절대......게다가 모든 무기는 코드화해놨는데, 패스워드도 없이 무슨.....

절대 아니야. 은시경!”

 

전하는 아니라며 손사래까지 치신다.

그러나 전하가 아무리 미소를 지으려고 하셔도, 이건 아무 일도 아니라고,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씀하셔도,

전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뇌관. 코드. 패스워드.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내부의 상황을 모두 아는 자, 게다가 아주 오래 전부터 무기개발에 관여해 온 자.

그러면서 뇌관을 검색당하지 않고, 숨겨 가져올 수 있는 자.

 

“전....하.........”

 

재하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시경은 바로 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염동하!!! 비상사태다!! 테러범이다!

지금 휠체어에 타고 있는 남자,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한쪽 팔은 의수를 한 남자 잡아.

절대로 행사장 안으로 들여보내면 안 돼!!!!”

 

“예? 예!!! 알겠습니다!”

 

“염동하!!! 그리고 그 놈, 폭탄을 가지고 있을 거다.

조심해!!!”

 

“걱정마십시오!!”

 

 

 

 

“그 썩을 놈!!! 처음부터 계획적이었어.

그 미친 놈에게 완전히 놀아난 거야.”

 

“..................”

 

“어설픈 테러극으로 우리가 어떻게든 군산복합체들을 설득하게 만들려고 했겠지.

결국 제주도에 떡~하니 무기 판매상을 차려놓겠다는 떡밥을 던져 넣도록.

이런 개썩을 것들!!!”

 

재하도, 시경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무기 판매로 군산복합체를 설득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한 거였다.

어차피 뇌관도 없고, 무기 코드에 패스워드까지 알아야 하는 거니, 안전할 거라는 우리의 판단을 비웃고 있었던 거다.

무기 판매에 관여했던 제레미 스미스라면, 무기 코드나 패스워드를 알아내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몸에 뇌관만 숨겨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이 가능한 단 한 사람, 바로 제레미 스미스였다.

그런데,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시경은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고, 정신차려야 한다고 몇 번이나 외쳐보지만, 자신의 꿈틀대는 본능은 자꾸만 불안을 알리고 있었다.

 

전화가 온 지, 3분.

동하에게 전화한 지, 2분이 지났다.

1분이, 아니 1초가 영겁의 시간 마냥, 불안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전하!!!!”

 

 

 

 

 

2

 

 

 

 

 

 

“공주님, 이제 들어가셔야 합니다.”

 

“응.”

 

동욱이 재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재신은 한숨을 쉬며 휠체어에 앉았다.

 

“많이 힘드세요?”

 

“아니.....그런 건 아니고.......”

 

이상하게 허전하다.

뭔가.........왜 이렇게 빈 것 같지.........

재신은 자신의 마음이 왜 이런 건지,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늘 같이 있던 동욱 씨가 곁에 있는데, 게다가 저 앞에서는 동하 씨도 날 보며 웃어주고 있는데,

난 지금 왜 이렇게 뭔가 텅 빈 기분일까.

 

“참, 동욱 씨, 오빠한텐 도착했다고 연락했어요?”

 

“예. 전하께 직접 보고드리지는 않았지만, 근위대장님께서 전하셨을 겁니다.”

 

근위대장님....이라는 말에, 재신은 이상하게 심장이 쿵...하고 떨어진다.

나.....왜 이러지......

정말......왜 이러지........

 

어제.....그 사람이 한 말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재신은 애써 자신의 마음을 다독였다.

 

 

“그래서요. 공주님. 전, 다시는 그렇게 바보 같이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잃어버린 그곳에서 계속 가만히 서 있을 겁니다.

소중한 사람을 찾으려면, 움직여서도 안 되고, 흔들려서도 안 됩니다.

다른 데 가서도 안 되고, 저쪽으로 가서 찾으면 찾아질까 싶어도 가서는 안 됩니다.

그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게 그곳에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럴 겁니다. 공주님.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내 삶의 이유인, 그 사람이 제게 돌아올 때까지,

저는 계속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을 겁니다.”

 

 

그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뭔가 정확하게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내릴 수가 없다.

한없이 강직한 사람인 듯이 보이다가도, 어떨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이토록 수줍어할 수가 있나 싶다가, 심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자신에게 남자로 다가와서 겁나게 만들기도 한다.

그라는 사람은......도저히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또 다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재신은 어제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포럼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남아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하고 있었다.

돌아와 달라고,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그리고 자신을 봐달라고.

그의 목소리가 자꾸 재신의 심장에 바람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의 입술........

이재신....정말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뺨이라도 한 대 날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그의 입술 앞에서 나는 그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의 뺨을 때리지도, 밀치지도 못했다.

그저 그의 입술을, 내 안 저까지 들어오는 그의 혀를 힘에 부쳐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섞여들고, 쓰다듬는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그의 혀에,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면서 그의 팔에 안겨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등 뒤로 지나가던 저릿했던 느낌들.......

심장을 정신없이 뛰게 만들던 그의 입술......

저 발끝까지 간질이던 감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뱉어야만 했던 달뜬 신음 소리......

그리고 내 허리와 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길......

 

이러지 말아요...라니.......

그건 하라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당장 나가라고,

어디 공주에게 감히 이런 짓을 하느냐고,

난 왜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을까.

 

하아........

 

“공주님? 괜찮으세요? 혹시 피곤하신 거면.....”

 

“아니야. 괜찮아요. 들어가요.”

 

정신차리자. 이재신.

난 오늘 대한민국 왕위서열 1위의 자격으로 이곳에 온 거야.

이럴 때가 아니야.

 

재신은 입구에 도착하자, 목발을 받아들고 휠체어에서 일어섰다.

 

 

 

 

3

 

 

 

 

 

“오늘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회식이라고는 하지만, 좀 가볍게 해도 되겠죠?

다들 오시느라 힘드셨는데, 말이 길어지면, 짜증만 나실 듯합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루한 인사말은 여기서 끝내고 쇼타임으로 넘어가시죠.

아, 물론 배는 꼭 채우셔야 합니다. 배고프면 짜증만 나는 법이니까요.”

 

재신은 무거운 장소도 가볍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들 역시 장사치라 하더라도 그녀의 미소 앞에서는 마음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오늘은, 이 시간만은 편하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좀 더 느긋해지고 있었다.

 

입구 쪽에서 뭔가 소란스러웠다.

휠체어에 앉은 누군가와 근위대원 사이에 뭔가 말싸움이 일어난 것 같기도 했다.

 

“동욱 씨, 무슨 일이에요?”

 

옆에 있던 동욱에게 물어보니, 동욱도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인이어로 뭔가 얘기를 주고 받는다.

 

“공주님, 그게, 저번에 잡힌 테러범 있지 않습니까?”

 

“아, 그......본인은 폭탄에 대해 전혀 모른다던 그 사람요?”

 

“예. 그 테러범 친척이라는데, 자꾸 공주님을 뵙고 싶답니다.”

 

“나를? 왜요?”

 

“뭔가 억울하다는 거겠죠.

테러범 친척으로 일단 한국에 들어왔는데, 공주님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그 말에 재신은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휠체어에 앉은 외국인이 뭔가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하고, 왼쪽 팔은 의수인 듯, 뭔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저 사람이 친척이라.......

 

그 남자는 재신과 눈이 마주치자, 재신을 향해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게다가 휠체어에 장애인의 모습을 한 그 사람이 아무래도 눈에 밟혀서 결국 재신은 들여보내라고 허락을 하고야 말았다.

각국 기업들의 개인 보디가드에, 우리쪽 정예부대 근위대원들까지 있으니 뭔 일이 있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곧......그것은........현실로 닥치고 말았다.

 

 

 

“I'm Lee Jaeshin, the Princess in Great Republic of Korea.

(대한민국 공주 이재신입니다.)

I've heard you'd like to meet me.”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들었는데요.)

 

"Oh!! Your Majesty!

I'm so honored to see your Majesty."

(오~! 공주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Majesty는 보통 왕에게 쓰지만, 왕실 가족들을 높여 부를 때도 씀.

 

“Why do you want to meet me?”

(왜 날 만나려고 한 거죠?)

 

“Oh, you're so kind.”

(오, 당신은 정말 친절하시군요.)

 

그의 목소리는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과장된 연기를 펼치는 듯,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듯, 그의 목소리는 뭔가가 부족했다.

재신은 뭔가 그의 하나밖에 없는 눈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함을 감지해내었다.

 

뭔가, 이상하다.

 

재신은 고개를 들어 동욱에게 가까이 오라고 눈짓을 했다.

여차하면 근위대원들이 그를 붙잡도록 자신은 목발을 짚고 한 걸음 뒤로 슬쩍 물러서려 했다.

 

“Just a moment~!”(잠깐만!)

 

갑자기 그가 한쪽 입술을 묘하게 비틀며 웃더니 자신의 자켓의 끝부분을 잡았다.

그러자 근위대원들이 그를 둘러싸며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조소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How about this, Dear?”(이건 어때? 디어?)

 

그는 슬그머니 자신의 자켓 한 쪽을 열었다.

 

헉!!!!!!

 

“공주님!!!!!”

 

순간 동욱이 재신의 앞을 막아서며 총을 겨누었다.

그 모습을 보던 좌중의 손님들이 불안함에 수군대기 시작했다.

문앞에서 달려들어오는 동하가 보였다.

 

“Yes! I wore clothes with TNT bombs that might blow up Forum areas using by this tiny remote control.

(맞아. 이 정도 포럼장은 날려 버릴 수 있는 고성능 폭탄 옷을 입고 왔지. 그것도 이렇게 작은 리모콘으로 말야.)

Oh! Wait a minute! (아참, 잠깐만.)

If I would be killed, automatically boom up~!!! Understand?”

(만약 날 죽이면 말이지. 자동으로 빵~!! 이해되지?)

 

그에게 총을 겨누던 근위대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좋지 않았다.

붐업이라는 말에 좌중에 있던 귀빈들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Fall down to the ground! (바닥에 엎드려!)

Don't move~!!! Okay?” (움직이지 마, 알겠어?)

 

재신은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조금도 떨지 않으려 그를 꼿꼿이 바라보았다.

나는 대한민국 공주 이재신이다.

나는 대한민국 공주 이재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 받아 왔던 납치되었을 때, 테러범을 만났을 때의 훈련을 기억하면서,

죽을 수밖에 없다면, 명예롭게 죽어야 한다는 그 말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좌장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렸고, 근위대원들만이 내 주위를 에워싸며 테러범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러나 재신은 알고 있었다.

결국 재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Don't move. except you, pretty princess.(움직이지 마! 너만 빼고, 이쁜 공주!)

yes, good girl.” (그렇지. 착한 아가씨.)

 

그가 말하는 대로, 아니 그가 가리키는 대로 나는 조금씩 목발을 짚고 움직였다.

내가 움직이면서 주위에 원을 만들고 있던 근위대원들도 같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Put the gun down!!! Right now!!!” (당장 총 내려놔!)

 

테러범의 말에 근위대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야 한다. 이재신.

최대한 이성적으로, 최대한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최대한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방법.

그러나 희생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신께 빈다.

여기 있는 이 목숨들을 살려달라고.....

특히....지금 나를 에워싸고 있는 근위대원들을 살려달라고.....

이들이 함부로 목숨을 내던지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었다.

 

테러범에게 납치를 당했을 때를 대비해서 Negotiation 교육을 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재신은 자신의 입을 열었다.

 

“What do you want?”(원하는 게 뭐야?)

 

“You and the yellow bastard.”(너! 그리고 그 썩을 놈!)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건지......

 

“Who?”(누구?)

 

“Son of Bitch!!! I will certainly see his painful eyes.”(그 새끼! 내가 반드시 그 놈의 고통스러운 눈을 보고야 말 거야!)

 

누구....누구를 말하는 거지?

지금 복수심에 불타서 말하고 있는 사람, 도대체 누구를.....

헉!!!! 설마....설마.....아니야, 아닐 거야.

그 사람은 아닐 거야.

 

그러나 정황은 그가 맞다고 가리키고 있었다.

클럽 M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인물.

결국 김봉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인물.

그다.

그 사람이다.

이 놈이 노리는 건, 그 사람이다.

 

침착해야 한다. 이재신. 제발 침착하자.

 

“I'm the only one you want, ain't I? (난 니가 원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렇지?)

Let those people go outside.(저 사람들은 밖으로 내보내줘.)

They have nothing to do with you.”(그들은 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야.)

 

 

“And then?” (그 다음엔?)

 

 

“And then the Royal Guards will put down the guns.”(그러면 근위대원들이 무기를 버리겠다.)

 

 

“안됩니다. 공주님!! 그건 절대!!!”

 

동욱이 그 소리를 듣자 절대 안 된다며 소리를 지른다.

 

“동욱 씨, 그래야만 해요.”

 

“안됩니다!!!! 총을 버리는 건!! 절대로 안 됩니다!!!!”

 

동욱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명령이에요!!”

 

“공주님!!!!!”

 

“걱정 말아요. 나, 그렇게 함부로 호락호락 죽지 않으니까!”

 

재신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못해 평온해보였다.

동욱은 미소 짓는 재신의 모습이 낯설었다.

 

공주님께서 왜 저런 표정을 지으시는 건지.........

가슴에 싸하게 저릿한 무언가가 지나간다.

 

테러범은 재신을 비웃더니, 휠체어에서 일어서서는 재신에게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재신의 바로 앞에 다가온 테러범은 과장된 몸짓으로 재신을 향해서 손을 치켜들더니 다시 청중들을 향해서 손을 펼쳤다.

이놈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Go outside!!! right now!!!!!”

 

재신과 테러범의 이야기에 숨죽은 듯이 귀를 기울였던 사람들이 재신의 말에 고개를 든다.

재신은 그들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치 목발을 짚고 있는 전사처럼 보였다.

육체의 한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 고매한 정신의 향기를 내뿜는 듯했다.

 

“Get out of here!!!”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가던 그들은 생각했다.

어쩌면 이 모습이 대한민국 공주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저토록 당당하게 테러범에게 맞섰다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사람들의 목숨을 먼저 생각했다고.

미소마저 품고 있던 당당한 공주의 모습을 그들은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만찬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테러범과 실랑이를 하는 동안, 재신은 점점 기운이 빠져나갔다.

목발을 짚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더 서 있을 수 있을지, 여기서 주저 앉아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자신의 다리가 이토록 뻐근한 걸로 봐서는, 족히 1시간은 되어가는 듯하다.

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Now~?”

 

테러범은 다음을 재촉했다.

재신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근위대원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땀에 절어 있는 그들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두려움이 비쳤다.

 

저들도 사람이다.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고 해도, 저들도 사람이다.

목숨을 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두려울 것이다.

최소한의 희생과, 최대한의 효과.

 

“무기, 내려놔요. 다들!”

 

“공주님!!! 그건 정말 안 됩니다.”

 

동하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재신을 보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저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희생과, 최대한의 효과.

아니다.

저들은 대한민국 공주의 목숨을 생각하고 있겠지.

 

“내려놓으세요!!! 명령입니다!!!!”

 

재신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보였다.

마치 그녀의 미소는,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단순히 왕족의 권위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했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그녀의 아우라로 풍겨 나오고 있었다.

재신은 동욱의 총에 손을 대었다.

 

“나, 이재신이야.”

 

동욱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믿으라고. 자신은 대한민국의 공주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당신은 지금 최선을 다한 거라고.

동욱의 손에 있던 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기를 버린 근위대원들.

그들에게 이제 무기란 없었다.

그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없었다.

대한민국 공주를 지킬 그 어떤 무기도 그들의 수중엔 없었다.

머리로 숱한 생각들이 지나가지만,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주군을 쳐다볼 뿐이었다.

 

“Wow, Good kids!”

 

재신은 놈을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이 놈과 나의 결판만 남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가 이곳에 없어서.........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What should I do now?”(그럼, 이제 뭘 하면 되지?)

 

재신은 조금은 편안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Just waiting!”(그냥 기다려!)

 

“What?”(뭐?)

 

“Waiting for him, okay?”(그놈을 기다리는 거지. 오케이?)

 

“He never co.......”(그는 절대 오지....)

 

그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설마 설마........

 

“공주님!!!!!”

 

그가 그곳에 서 있었다.

땀에 젖어 헐떡이는 그가, 서 있었다.

약간은 긴장하면서, 또 약간은 안도하면서,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은...시..경......!! 왜.....왜.......”

 

 

 

 

 

3

 

 

 

 

 

“전하!!!! 아무래도 제가 가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시경은 재하의 답도 듣지 않은 채, 뛰어나가려 했다.

 

“기다려!!!! 왕실전용기가 더 빨라.”

 

재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전용기 띄워. 긴급 상황이다. 바로 이륙한다.”

 

 

 

비행장으로 가면서 재하도, 그 옆에 앉아 있는 시경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며,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몇 번이나 되뇔 뿐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그 놈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전화까지 한 거다.

적어도 내가 가기 전까지는 공주님께선 안전하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일 뿐, 불안하게 뛰고 있는 심장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었다.

 

“계획적...이었지?”

 

“예. 아마 저희 쪽으로 갑자기 정보가 넘어온 것도, 모두 절 노리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하, 저 때문에.......”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웃기는 소리하지 마!!!”

 

“전하.......”

 

“봉봉을 쏜 건 항아였어. 근데 왜 타겟이 너지?”

 

“저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까요. 그들 입장에선 제가 배신한 거니까.”

 

“배신......미친...새끼들!!”

 

재하의 입에서 기어코 욕설이 나온다.

 

 

 

 

비행기는 이미 이륙준비가 완료되어 있었다.

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을 것이다.

행사장까지 들어가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아까 처음 전화받았을 때부터 1시간.

1시간 전후로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비행기에 오르려던 시경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까지 분명 비행기장에 서 있던 재하가 바로 시경을 따르고 있었다.

 

“전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나도 간다!”

 

“전하!!!!!!”

 

“비켜!! 나, 대한민국 국왕이야. 내 말이 곧 법이라고!!! 나와!!!”

 

자신을 막아서는 시경을 밀어내지만, 시경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야!! 은시경!! 너 죽고 싶어?!!!!”

 

“전하!!!! 전하는 절대 못 가십니다!”

 

“뭐?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내 동생이라고!!!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

재신이라고!! 임마!!! 당장 안 비켜!!!!”

 

“전하!!!!! 위급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왕전하와, 왕위계승서열 1위이신 왕족께서는 함께 계실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야!!! 은시경!!!!!!”

 

“안됩니다!!! 전하!!!!”

 

재하의 눈에 물이 고였다.

 

“야!!!!!!!!”

 

“전하, 공주님 반드시 무사히 모시고 오겠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전하께 모시고 오겠습니다.

저, 은시경입니다. 전하.

목숨 걸고 공주님 지켜내겠습니다.”

 

재하의 눈에서 기어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야 만다.

 

“야, 이 새끼야!!!!! 뭐? 목숨 걸고?

니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누가 너한테 감히 목숨 걸라 그랬어!!!! 누가!!!!”

 

“전하........”

 

“재신이!!! 말짱하게 데려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놈 반드시 말짱하게!!!

그리고 너!!!!”

 

“예.”

 

“은시경!!! 너, 털끝이라도 다치면, 너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알겠어?

둘 다!!! 무사히, 다치지 말고, 오란 말이야!!!!!!”

 

“예. 전하.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시경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이것이 전하를 뵙는 마지막이 아니기를.......

그러나 공주님은 반드시 무사히 전하를 뵐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하러 간다.

내 삶의 이유인 그녀와, 나의 주군을 위해서.

 

 

 

 

 

 

 

4

 

 

 

 

“공주님!!!!!”

 

그녀가 단상 근처에 서 있었다.

목발에 의지한 채, 그 연약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이 놀라다 못해 경직되고 있었다.

다행이다.

무사하시다.

 

“은...시..경......!! 왜.....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왜냐고.....물으신다.

공주님은 이미 그 답을 알고 계십니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는 건, 나의 착각일까.

 

 

“Wow~~!! At last our hero comes here!!!”(와우, 드디어 우리의 영웅이 도착하셨군!)

 

놈의 눈이 나를 발견하고는 미친듯이 번뜩인다.

놈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니,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니니, 이런 미친 짓을 벌였겠지.

놈의 눈에서 광기가 번뜩이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정말 다 날려버릴 생각인가.

 

“Your purpose is only me! (니 목적은 오로지 나다.)

Let her go outside. (그녀는 내 보내줘.)

It's so hard for her to stand by herself here.”(그녀는 여기 서 계시기도 힘들어.)

 

 

“Well, well, well.......(저런 저런 저런)

so sad.(거 참 안 됐네.)

However, I will certainly see your crying for her.”(하지만 말야. 난 니가 그녀 때문에 우는 꼴을 꼭 보고야 말거거든.)

 

 

“I did not kill Bongbong.”(난 봉봉을 죽이지 않았다.)

 

 

“No, No! You did!!! You were the first step leading toward all of tragedy.(아니야, 니가 그랬어. 니가 모든 비극의 출발이야.)

You should suffer from losing your love like me.”(너도 나처럼 니 사랑을 잃는 고통을 겪어야만 해.)  

 

 

“What the Furk!!!!”

 

 

놈의 말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은 나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놈의 상황이었다면, 나의 그녀가 놈의 손에 죽었다면, 난 더 미쳐 날뛰었을지 모른다.

복수로 미쳐서 모든 걸 날려버렸을지 모른다.

놈의 몸에 폭탄이 칭칭 감겨 있었다.

저놈은 자폭할 생각이다.

그래, 살 이유가 없지.

그녀가 없으니까.

자신의 삶의 이유가 없으니까. 굳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니 지금 저렇게 폭주하고 있는 저 놈이나, 나나 똑같을지 모른다.

다르다면, 저놈이 지켜야 할 누군가를 잃어버린 데 반해, 난 지켜야 할 그녀가 내 눈 앞에 살아계시다는 것, 그것이다.

저놈도, 나도 미쳤다.

한 사람에게 미쳐있는 것은, 같다.

 

“Have you ever felt her Um~~~”(너 이 여자~ 느껴본 적 있어?)

 

놈이 나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때처럼, 봉봉이 나를 긁어댔던 그때처럼.

 

“What the hell!!! Just kill me.” (제기랄! 차라리 날 죽여!)

 

 

“you didn't know this. (넌 이건 몰랐을 거다)

Yes, she was so sexy, right, on that day I touched her.”

(그래, 그녀는 정말 섹시했어. 맞아, 그날 내가 그녀를 건드렸지.)

 

 

놈이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놈이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저 안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나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Pressing her hands, when I bothered her, your princess,(그녀의 손을 누르면서 말야, 내가 그녀를, 니 공주님을 괴롭힐 때 말야.)

yes, I was surprised her voluminous breasts.(그래, 난 탐스럽게도 큰 그녀의 가슴을 보고 놀랐었지.)

Yes, my hands remember her smooth skin.(맞아. 내 손은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기억한다고.)”

 

 

이제 놈은 공주님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그날이었다. 공주님께서 그 일을 당하셨던 그 날, 저 놈도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그 놈이 저 더러운 손으로 공주님을 능욕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

 

“저 미친 새끼가!!!!!”

 

제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왔다.

나도 모르게 놈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은시경!!!!! 오지 마!!!! 거기 서!!!!!”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나도 내가 어떻게 했을지 모른다.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가 오고야 말았다.

아까까지 안심했던 마음이 불현듯 다시 폭풍우가 쳐대듯이 울렁댄다.

그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저곳에서 나를 쳐다보지 말았어야 했다.

아까까지 다독였던 마음에 금세 불안이 밀려온다.

그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독여야 한다.

생각해봐야 한다. 이재신.

저 남자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무슨 일인지.

은시경을 자극하기 위한 대화에서 그는 의외로 자신의 정보를 유출하고 있었다.

테러범이 자신의 개인사를 얘기하면 할수록 이쪽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봉봉이라면, 그 날 내 머리를 짓누르던 그 여자였다.

나를 두렵게 만든 그 여자. 공포로 나를 패닉에 빠뜨렸던 그 여자가 틀림없었다.

분명 죽었다고 들었다.

항아 언니의 총에 맞아서 죽었다고, 그렇게 들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분명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내가 그 날, 죽어도 잊지 못하는 그 날, 그 여자와 같이 있었다.

그는 봉봉의 애인인 건가.

아닌데, 분명 봉봉은 김봉구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는데........

그러나 어쨌든 저 남자는 봉봉이 죽은 것 때문에 이토록 날뛰고 있는 거다.

 

도대체 왜 이렇게 봉봉에게 집착하는 건지. 그것이 생사를 나누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모든 테러범은, 특히 인질극을 벌이는 놈은 분명 멘탈에 문제가 있는 놈이었다.

특히 정신적으로 매우 여려서 작은 일에도 엄청나게 폭발해 버린다고 했었다.

도대체 이 놈이 돌아버린 근원은 뭘까.

왜 그렇게 봉봉에게 집착하는 걸까.

도대체 뭔지 알아봐야 한다.

 

잡힌 테러범이 분명 관계되어 있다.

출신이....어디었더라........

 

“...무슨 ...스탄인인데........”

 

오빠가 짜증내며 하던 얘기가 떠올랐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나라들 중 하나가 틀림없다.

무기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두 나라다.

그럼, 둘 중 어디지?

 

“Why are you obsessed with Bongbong? (왜 그렇게 봉봉에게 집착하는 거야?)

Why is she still special? (봉봉이 왜 그렇게 특별한 거야?)”

 

 

재신은 놈을 향해서 미끼를 던졌다.

 

 

“Surely, she is different. (당연히 그녀는 특별하다.)

She was the only one who understood me, and sincerely hugged me like my mom.

(그녀는 나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나를 안아 준 유일한 사람이었어. 우리 엄마처럼.)

We had shared the same emotions and wounded hearts. (우린 같은 감정을, 상처받은 심장을 공유했어.)

Both of us lost moms by the accidents. (우린 둘 다, 사고로 엄마를 잃었으니까......)

That's not my fault. We ought not to be blamed for the accidents. (그 사고는 내 잘못이 아니야. 우리 탓이 아니라고.)

 

 

“You killed your mother yourself, didn't you?”(넌 니 어머니를 니 손으로 죽였어. 그렇지?)

 

 

“Absolutely not!! I didn't kill her. I led her to the heaven peacefully!”

(절대 아니야!!!! 죽인 게 아니라, 어머니를 평안하게 보내드린 거야!!!)

 

 

“What do you mean?” (무슨 소리야?)

 

 

“She always wanted to kill herself. (어머닌 늘 죽고 싶어 하셨어.)

Do you know? Allacatsu!!! (니가 알아? 알라카추!!)

We've got our devillish customs for 900 years. (900년이란 세월동안 이어온 우리의 악마 같은 전통.)

Catch and run!!! Kukkukkuk!!!!”(잡고 튀어라!!! 큭큭큭큭)

 

 

알라카추? catch and run?

 

아......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보쌈이었다.

키르기즈스탄의 오랜 악습.

마음에 드는 여자를 납치해서 성폭행 하고 결혼해 버리는 악습.

우물에 물을 뜨러 가다가도 잡혀 가고, 여러 남자들 사이에서 폭행을 당하고, 어쩔 수 없이 결혼해야 하는 풍습.

예전 키르기즈스탄을 방문했을 때, 여전한 그 문화에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났다.

아무리 그들이 레몬혁명을 일으키고 법으로 금지시켰다고 해도, 여전히 그들 바닥에서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에게 납치를 당하고, 도망이라도 나오면, 그건 그 길로 이혼녀의 길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여자가 져야만 했다.

 

 

그의 모든 여성상은 비틀려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걸까.

재신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

그걸 생각해 내어야 한다.

봉봉이 그에게 쓴 방법을......써야 한다.

봉봉이 이 남자를 사로잡은 그 방법을 알아내어야 한다.

이 남자는 이미 내게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놈이 한 말들을 기억해야 한다.

 

 

“I wonder why me.”(왜 난지 궁금한데.)

 

 

“Because you are his lover.”(왜냐하면 니가 저 놈의 여자니까.)

 

 

그 말에 동하 씨를 제외한 모든 근위대원들이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본다.

그들의 시선은 자신들의 대장을 향해 있었다.

 

 

“No, I am not! (아니야.)

I don't know I was, but I am not, now.”(예전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

 

 

“What?”(뭐?)

 

 

“What the hell do you want?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For what? For her? (뭣 때문에? 여자 때문에?)

Huh~! I do not remember at that time. (하~, 난 그 때에 대한 기억이 없어.)

I lost memories. I don't remember that guy at all! okay? (기억을 잃어버렸어. 그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I do not even want to remember him. (그에 대해선 기억조차 하고 싶지도 않아.)

I don't care about him. He is nothing. (난 저 남자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아. 저 남자는 내게 아무 것도 아니라고!)”

 

 

 

He is nothing!

 

그녀의 말이 이 와중에도 시경의 가슴 한 가운데에 박혀 버린다.

난 그녀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녀는 마치 전사처럼 서서 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목발을 짚고 서서, 이미 지쳐버린 듯, 그녀의 다리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녀의 목소리만은 여전히 그녀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었다.

 

 

“Why are you doing this? because of losing a women? (왜 이러는 건데? 넌 여자 하나 잃어서 이러는 거야?)

There are thousands of Korean people losing families, don't you know?” (대한민국은 그런 사람 천지다. 니가 알아?)

 

 

“What are you talking about?(뭐라는 거야?)”

 

 

“Do you know fratricidal war? (니가 동족상잔의 전쟁을 알아?)

There are many dispersed families in Korea. (한국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있어.)

Many families were separated by the demilitarized zone border. (많은 가족들이 비무장 지대에 의해서 나눠진 채 살아가고 있다고.)

Hurt? Pain? (상처? 고통?)

Do you know the painful hurt? (고통스러운 아픔을, 니가 알아?)

Do you know the mind that have missed family where have lived in North Korea?

(북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니가 아느냐고!)

 

I don't give a monkey's. 멋대로 해.(너 따위에게 던져줄 바나나는 없어.)

Nothing's gonna daunt me. (난 겁나는 게 없다고.)”

 

 

“No kidding! Throw your pride out the window.” (웃기지 마! 꼴에 왕족이라고, 알량한 자존심 따위 내세우지 말라고!)

 

 

그녀는 놈을 몰아치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끌어오르고 있는 놈이 보였다.

그녀는 지금 놈을 최대한 자극하고 있다. 최대한 감정적이 되도록!

시경은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어떻게 해야 그녀를 구할 수 있는지.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써 봐도 모두가 죽는 길밖에 없었다.

동하와 눈이 마주쳤지만, 동하 역시 불안해하고 있었다.

근위대원 전부가 미래를 느끼고 있었다.

이곳이 우리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그리 된다고 해도, 그녀만은, 그녀만은 살아야 한다.

 

 

“Look at this. 이것 봐.”

 

 

재신은 자신의 오른쪽 팔목에 있던 팔찌를 풀어서 던지며, 울긋불긋한 자신의 팔목을 놈에게 내밀었다.

 

 

“I have already attempted suicide three times.(난 이미 자살 시도도 세 번이나 해봤어.)

If succeeded, I would go to heaven very peacefully. (이것만 제대로 됐어도, 난 이미 갔을 거야. 편안하게.)

I said nothing's gonna daunt me. (나, 무서운 거 없거든.)

I am forced to live. (억지로 살고 있었을 뿐이야.)

Yes, It's me. (그래 나야.)

A person who put charcoal dust in the fireplace to die my Big Bro. (우리 큰오빠 죽게 벽난로에 목탄 가루 넣은 사람.)”

 

 

“Don't get above yourself.” (우쭐대지 마.)

 

 

나를 향해서 소리지르고 있지만, 놈의 목소리는 이미 떨려나오고 있었다.

 

 

“Do you think a person got hurt is only you? (왜, 너만 아픈 거 같아?)

In my case, I killed my Brother. yes, by my hands. (난. 내 손으로 우리 오빠 죽게 했어.)

So, I appreciate it that you give me a chance to be able to die honorably.

(그러니까...고마워. 이렇게 명예롭게 죽게 해 줘서.)

Thanks to your choice, we will go well. (니가 이렇게 해 주면, 우린 잘 될 거야.)

We will reunite soon, and nobody dare touch us. (통일도 되고, 아무도 감히 우리를 못 건드리겠지.)

The place where you belonged to will be devastated by an all-out war.(니가 소속되어 있던 곳은 전면전으로 다 초토화될 거고.)

 

Well, It doesn't really matter to you what it happens. (참, 어차피 넌...상관 없지?)

By the way, you! yes You! die what for? (그런데...넌....뭘 위해서 죽는 거니?)

I can die honorably. (난...명예롭게 죽을 수 있는데)

I have the Great Republic of Korea, so I can die for my painful country like a poor scapegoat.

(난 대한민국이라는 아픈 나라가 있어서, 그 나라를 대신해서 희생양으로 죽으면 되는데,)

You? Die what for? (넌,...뭘 위해서 죽을 거야?)

If die, you will just die in vain like a dog very shameful.

(넌...죽으면 그냥 개죽음이잖아. 명예롭지도 않잖아.)

Bongbong was J.M's. Your love was not returned.”

(봉봉이는 어차피.....봉구거였잖아. 혼자 짝사랑하고 만 거잖아.)

 

 

재신은 끝까지 몰아치고 있었다.

놈의 눈에 불이 튀는 게 보였다.

그래 다 왔다. 이제 거의 다. 이제 끝을 보자!!

 

 

“No, Him! yes him! I will still avenge my lover's death on the bastard.”

(그래도..저 놈은 저놈은.....저 놈한테 내 여자의 죽음에 대한 복수는 할 수 있어.)

 

 

“avenge? (원수를 갚아?)

No kidding! (웃기고 있네.)

Not avenge, but revenge very shameful. (원수는 무슨, 그냥 정말 쪽팔리는 보복일 뿐이야.)

 

It has nothing to do with you.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you will have already died in the world. (넌 어차피 죽고 없을 텐데.)

Maybe that guy will really live happily ever after. (아마....저 남자는 정말 즐거워하며 잘 살 걸?)

 

There is no relationship between him and me. I said I don't even remember him.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 말했잖아. 난.......저 남자........기억조차 못 한다고.)

So I don't care.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아.)

He may like this situation if crippled woman will disappear out of his life. I would be pleased.

(좋아할지도 모르지. 다리 병신 여자 하나 떼 놔서....나라도 좋겠다.)

He will be intimate with sexy girls without a annoying girl.

(거추장스럽던 여자 보내버리고, 자기는 널려 있는 이쁜 여자들이랑 즐겁게 놀겠지.)

 

 

“Shut up!!! Furk!! Son of Bitch!!!!” (입닥쳐!!! furk!)

 

 

“Wouldn't be my first choice, (나라면 이 따위 패는 고르지 않을 거야.)

but, hey, you never know. (하지만 뭐, 넌 모르는 일이지.)

In that case, you! just! die like a dog, in vain. (그럼, 넌 그냥 개죽음이야.)

you're a real jerk. (넌 그냥 멍청한 놈이야.)”

 

 

“I Kill You!!!!” (죽여버리겠어!)

 

 

“Sure! (좋아!)

However, I will die with you.(그래도....내가 같이 죽어줄게.)

You are also painful life, aren't you?(너도...아픈 인생이지. 그렇지?)

So am I. (나도...그래.........)”

 

 

놈의 눈이 흔들렸다.

아니 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마지막 한 방이 남았다.

재신은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 모든 건, 운명에, 하늘에, 신에게 맡길 뿐.

 

 

“If I die hugging you, they will save their lives.

(내가 널 안고 죽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살 수 있을 거야.)

I will hug you, so you won't feel lonely anymore.

(내가 널 안아 줄게.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해 줄게.)

Let's die with me! (같이 죽자.)

I really appreciate it that I would meet my end, (정말 고맙다. 내 끝을 보게 해줘서).

and that I would make my life like a jerk finish.(이 따위 삶, 끝내게 해 줘서.......)

 

 

재신은 목발을 짚고 한 걸음 그놈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모든 근위대원들이 긴장했다.

재신을 지켜보고 있던, 재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심장 속에 박아 넣고 있던 시경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지금, 공주님께서 무엇을 하시려는 건인지.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건........

 

 

재신의 두 다리를 지탱하고 있던 목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놈도 놀라고 있었다.

지금 이 여자가 뭘 하려는 건지.

재신은 목발이 없는 채로 한 걸음, 한 걸음 그 놈에게로 걸어갔다.

 

“I will hug you, so you won't feel lonely anymore.”(내가 널 안아 줄게.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해 줄게.)

 

재신은 그 남자를 안았다.

놈의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재신은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은.......신의 손에.........

그녀는 모든 것을 놓았다.

 

그녀의 품 속에 있는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니 그녀가 떨고 있는지도 몰랐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끝까지 왔다.

자신의 육체의 한계.

그것을 이미 넘어서 있었다.

그래도 왕족으로서, 대한민국의 유일한 공주로서, 그렇게 당당하게 죽고 싶다.

 

모든 것은 찰나였다.

재신이 놈의 몸을 안은 것도, 놈이 그 때문에 놀라서 덜덜 떨고 있던 것도,

그 상황에서 정신 없이 뛰어든 시경도, 모든 것은 순간의 찰나로 지나갔다.

 

시경은 그저 달렸다.

그녀의 결심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멀리 던지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목숨만은 구하실 수 있지 않을까.

저 놈이 리모컨을 누르기 전에, 저놈을 내가 감싸면, 적어도 그녀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시경은 있는 힘껏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가 몇 걸음 떨어져서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 찰나로 스쳐지나갔다.

 

됐다!

 

시경은 그대로 놈의 몸을 덮고 엎드렸다.

그리고는 놈의 팔목을 잡고 제압하며 리모컨을 빼앗았다.

그제야 근위대원들도 놈의 팔다리를 잡고 결박하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놈이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놈은 울고 있었다.

무언가가 놈의 가슴 저 안을 터치한 듯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재신이 겨우겨우 몸을 추스르며 몸을 일으켰다.

근위대원의 손에 지탱해서 겨우 앉아 있는 재신의 눈에도 놈이 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재신은 그런 남자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재신의 눈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도, 증오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저 담담했다.

 

“Are you serious? die with me?(정말이었냐? 나랑 죽겠다는 거.)”

 

 

“Of course. I.....I am no longer interested in my life. I feel sorry for you.”

(당연하지. 난.......삶 따위에는 미련이 없어. 니가 안 됐을 뿐이다.)

 

 

“I'd have been killed....” (난 어차피 죽을 건데.....)

 

 

“Sure, All of lives die, but never die for nothing.” (그래, 모든 인생은 죽지...그래도 개죽음은 하지마.)

 

 

문밖에 서 있던 폭탄 해체반들이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근위대원들이 놈을 결박해서 데리고 나갔다.

놈은 재신을 바라보았다.

재신은 끌려나가는 남자를 향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목발 갖다 줘요.”

 

그때까지도 추이를 살피던 시경이 그제야 재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경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목발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근위대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물러났다.

 

분명.....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근위대장님과 공주님의 관계.

무언가.....알 수 없는....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거기에 남아 있던 인물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시경이 전해주는 목발을 잡고 일어서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다리는 재신의 의지만큼 그렇게 쉽게 일어서주지 않았다.

 

“휠체어를 가져오겠습니다.”

 

“아직은 안 돼요!!”

 

“공주님!!!!”

 

시경은 속에서 꾹 참고 있던 무언가가 자꾸 차고 올라오고 있었다.

 

“기자들이 보고 있어요. 아직은......당당한 공주로 서 있어야 해요.

대한민국의 공주는, 죽으면 죽었지, 테러에 쓰러지지 않아야만 해요.”

 

“공주님!!!”

 

재신은 기어코 일어섰다.

몇 번이나 비틀대며, 결국에는 시경의 팔 힘에 의지해서 목발을 잡고 일어섰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통제하는 근위대원들과 기자들 간의 실랑이가 들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동하가 얼어붙은 듯이 서 있는 동욱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도 그들을 따라서 밖으로 나간다.

 

이미 그녀의 다리는 육체의 한계를 넘어섰다.

더 이상 지탱하기에는 무리였다.

결국에는 비틀대며 힘을 잃는다.

쓰러지려는 그녀를 시경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지탱한다.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시경을 재신은 거부하려야 거부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서 있고 싶지만, 이것이 자신의 한계인 것을........

원망을 담은 시경의 눈과 질책을 담은 재신의 눈이 마주쳤다.

 

“뭐하러 왔어.....또 죽으려고? 또?”

 

시경의 눈에 눈물이 차올라온다.

원망과 질타, 그리고 애타는 심경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왜...그러셨습니까...왜........”

 

시경은 목이 메어서 미처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까의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녀는 자신의 몸으로 놈을 안을 생각을 하신 것일까.

왜, 그런 무모하고도 위험한 일에 자신을 던지신 것일까.

 

“당신을.........살리고 싶었으니까.........

또....죽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당신도....남겨지는 괴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공주님!!!”

 

시경의 절규를 들으며, 재신은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쓰러져 버렸다.

 

 

 

 

 

5

 

 

 

 

 

시경이 재신을 안고 호텔 객실로 올라가는 동안,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아니 마치 신성한 의식을 보는 듯이 모두가 비켜주었다.

테러범에 맞서 장렬히 싸워낸 전사인 공주님이 쓰러지신 채로 근위대장의 품에 안겨서 올라가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며 눈물 짓는 이들도 있었다.

함께 끝까지 있었던 근위대원들은 공주님께서 자신들을 위해 그러셨다는 것을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공주님은, 공주님 스스로를 던져서, 자신들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근위대장님은 그런 공주님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엄숙하다 못해, 신성한, 그보다도 더 거룩한 순간이었다.

동하도, 동욱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인물인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가 공주님, 모시겠습니다.”

 

시경이 재신을 방 침대에 눕히자, 궁중실장이 시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예?”

 

“제가, 공주님 모시겠습니다.”

 

“아니, 그러실 필요는........”

 

“여기에 있겠습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다.

한 치의 틈도 없었다.

그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확고했다.

 

“근위대장님, 그래도 이곳은 공주님께서 주무시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근위대장님께서는 남자분이시니, 공주님께서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궁중실장도 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히 그는 남자였다.

시집도 가지 않은 공주님 방에, 그것도 주무시는 공간에 외간 남자가 있겠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아무리 이 사람이 은시경 근위대장이라도 이건 안 된다고, 궁중실장은 마음을 다잡았다.

 

 

“전, 이곳에 있을 겁니다. 궁중실장님.”

 

“근위대장님!!!”

 

“만약에, 또 그런 놈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밖에 근위대원들도 있고......”

 

“아까는 없었습니까? 포럼장에도 근위대원들은 많았습니다.”

 

시경의 눈은 절박했다.

이곳을 나갈 수 없다고, 자신은 이곳에 있어야만 한다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자신은 나갈 수 없다고,

이곳에서 공주님을 지켜야 한다고,

그는 온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궁중실장은 침을 삼켰다.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상황이 아닐까.

자신의 손을 떠난 상황.

 

“공주님, 1시간 후면 링거를 다 맞으실 겁니다.

그러면 의무실로 연락 주세요.

그리고 혹시 공주님께서 불편해 하시는 일이 있으시면, 호출하세요.

저희는 옆 방에 있겠습니다.”

 

궁중실장은 시경에게 목례를 한 뒤, 방 밖으로 나갔다.

닫히는 방문 너머로 근위대장이 공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은.........근위대장의 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눈이었다.

 

 

 

“공주님.........”

 

침대에 앉아 누워 있는 재신을 바라보며, 시경은 힘겹게 그녀를 불러본다.

진정제가 들어 있는 링거를 맞고 계시니 들으실 수도 없을 터였다.

아니 진정제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 여린 몸으로 혼자서 몇 시간을 감당하셨으니, 실신하지 않으실 수 없었을 터였다.

 

아까 그곳에서 자신은 너무나 무력했다.

그녀를 위해서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잃는 줄 알았다.

정말.......그녀를.......보내는 줄 알았다.

지금도 심장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놈을 안기 전, 자신과 마주쳤던 그녀의 눈빛이 담담했다.

마치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이, 평온했다.

그래서, 그래서 두려웠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내가 그녀에게 아무 것도 아니어도 좋았다.

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셔도 좋았다.

그저, 지금처럼 이렇게 살아만 있어주시기를, 그래서 자신이 바라볼 수 있게만 해주시기를......

두려웠던 순간이 자꾸만 떠올라 시경의 심장이 멎도록 쳐댄다.

시경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지만, 정작 시경 자신은 알지 못한다.

 

불안하다.

그녀가 지금 숨을 쉬고 계시는지, 지금 살아계시는지,

저 감겨 있는 눈을 뜨게 하고 싶다.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다.

 

그녀의 코끝에 손을 갖다 댄다.

미약하지만,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시경은 떨리는 손을 그녀의 볼에 갖다 대었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따뜻했다.

살아 있다.

그녀는 살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확인해도 겁이 난다.

 

손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이마를, 오똑한 코를, 그리고 따스한 볼을, 그리고 자신을 미치도록 만드는 그녀의 입술을 만져본다.

말랑하고도 부드러운 그 느낌을 자신의 뼛속까지 새겨 넣는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공주님......오늘만......오늘만......하아.......

욕심......내겠습니다.

용서하세요.”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고, 그녀의 코에, 그리고 그녀의 볼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하아..........

심장이 떨리도록 깊은 한숨이 배어나왔다.

 

나의.....공주님........

 

시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고 있는 그녀의 입술로 다가가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자신의 입술에 살아 있는 그녀의 입술이 느껴졌다.

따뜻한 그녀의 입술이 느껴지자, 자꾸 속에서 울컥하며 올라온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 위로 자신의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이것이 사랑인가.

이러한 감정이 사랑인가.

사랑이라는 말로, 이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 터질 듯한 마음을, 이 터질 듯한 심장의 울림을.......

어떻게 그런 한낱 말 따위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를 잃는 줄 알았다.

그녀를 다시 못 보는 줄 알았다.

이렇게 그녀를 만질 수도 없고, 그녀의 이 부드러운 입술을 느낄 수도 없게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입술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촉촉한 그녀의 입술을 느끼며, 그녀의 숨결을 느끼며, 살아있다는 그 자체에 감사하며,

그렇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고 그녀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한 남자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 누워 있는 그녀는 한 나라의 공주가 아니었다.

자신의 여자였다.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그의 여자.

죽어도 빼앗길 수 없는, 그의 여자.

 

그는 자신의 여자를 품에 안고, 그녀의 입술에 끝도 없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 가득 깊이 깊이 내려 앉아, 그녀의 숨결까지 훔치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그 밤이 다하도록 그녀의 입술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그녀가 마치 오롯이 그의 여자인 양, 그는 그녀의 입술을 놓을 줄 몰랐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온 마음으로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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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너무 늦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도 많았고, 출장도 있었고, 또다시 닥친 일폭탄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16회는 정말 사람잡는 회였습니다.

보시는 님들께서는, 뭐 이런 걸로 그렇게 힘들어하냐? 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들었는 품에 비해, 참 비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ㅠㅠㅠㅠㅠ

그러나 그래도 제 깜냥 안에서는 정말 죽을 뻔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능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회는 정말 사람을 잡았습니다.

 

사실 이번 회는, 처음 시놉을 잡을 때부터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회였습니다.

8회 은시경 고백씬과 더불어 제 나름의 3대 회차 중 하나였습니다만,

제 기대와는 달리, 이따위로 나와 버려서 제가 더 돌아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치고 또 고치고 해보아도, 그 나물에 그 밥, 전혀 좋아지지가 않네요.

데드 라인을 걸어놓으면, 그때까지 어떻게든 내겠지 싶어서 8월 중으로 가져오겠다고 말씀드려놓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 정도가 저의 한계인 듯합니다.

개연성도 없고, 논리도 없고, 그저 그러하다 해도, 너그러이 봐주시길.......

 

사이사이, 영어 역시, 그저 그러려니 해주시길......

굳이 영어로 써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현실성을 살리고 싶은 욕심에,

결국 이렇게 나와버리고 말았답니다.

어쩔 수 없는 제 성격 때문인 듯합니다.

괜히 영어 때문에 몰입 안 되실까봐 그것도 걱정입니다.

영어표현과 한국표현은 따로 썼습니다.

번역투가 될까봐, 아예 따로 가는 바람에, 정확한 뜻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의역을 하면 비슷할 듯합니다.

비루한 제 영어 실력은 스킵해주시길......

 

 

 

2

그리고 이번 회는 사실 16회의 1/2입니다.

반 정도 썼는데 37장이나 되어버려서 결국 끊게 되네요.

17회까지가 2부입니다.

1부는 공주님이 영상편지를 보고 알게 되는 상황까지였습니다.

2부는.....17회에서.....

그리고 <당.기.못>은 총 4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3부 정도에서 끝내버릴까 무지 고민중이기도 합니다만, 원래 시놉은 4부까지였습니다.

4부까지 갈 지 어떨지는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어쨌든, 원래 시놉대로 하면, 다음 회까지가(원래는 이번 회까지가) 2부였습니다.

 

이번회는 공주님을 위한 회였습니다.

다음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당한 공주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처음 시놉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6회, 정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제겐 가장 중요한 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말 제가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되지도 않는, 능력도 없는 인물이, 능력에 부치는 글을 적다보니 이토록 말이 많아지네요.

그저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3

이번 회는 배경음악을 꼭 틀고 봐주시길.....

배경음악이 없으면, 진짜 16회는 버린 회랍니다.

그러니 꼭 틀고 봐주시길, 거듭거듭 부탁드립니다.

 

 

 

늘 기다려주시고, 찾아주시고, 또 상플에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에 참 큰 힘을 얻습니다.

주신 댓글로 또 한 편이 완성된 듯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 (__)

 

+) 헐~~ 오타에 문법 오류에 난리도 아니었네요.

    다시 보고 수정했는데, 낯이 뜨겁습니다. ㅠㅠㅠㅠ 고쳤습니다만, 그것 역시 확신?할 수 없는 저의 외국어 실력......거슬려도 그저 스킵해주시길....

+) 15회에 달아주신 댓글에 답글 달았습니다. 이렇게 늘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너무나 감사드려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