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단편·조각

(은신/단편) 소개 下

그랑블루08 2012. 11. 23. 19:19

 

(은신/단편) 소개 下

 

 

 

 

 

 

 

41

 

 

 

 

 

 

1

 

 

 

“은시경 씨?”

 

“예. 공주님.”

 

“지금 어디예요? 아직 해영 언니랑 같이 있어요?“

 

“예.....지금...홍대 쪽에....”

 

“뭐야? 지금 아직까지 거기 있다고? 우와~~은시경 씨, 오늘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렇게 빼더니.....”

 

“...............”

 

시경은 아무 대답이 없다.

아직까지 거기 있다는 말에 재신은 조금, 아니다 좀 많이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분명 가기 싫다고 했었는데, 내가 억지로 꼬시지 않았다면, 절대 그곳에 나갈 생각이 없던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늦게까지 같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해영 언니가, 꽤 괜찮은 스타일이긴 하다.

이런 타입을 좋아했구나.

키도 크고, 화려한 스타일........

이상하게 배알이 꼬여서 재신은 시경을 일부러 놀려보았다.

그런데 시경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의 정적은 말해주고 있었다.

시경의 마음이 뭔가 불편하다는 것을, 조금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화....났어요?”

 

“........아닙니다.”

 

재신이 화났느냐고 물어도 시경의 대답은 한참이나 있다가 나왔다.

화가 난 것 같았다.

왜, 내가 뭘 어쨌길래?

 

“에휴...알았어요. 방해 안 할게.

그냥 나 알아서 들어갈 테니까, 걱정 말고 놀다 와요.”

 

“아닙니다. 공주님,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됐어요. 오늘 토요일이고, 비번이잖아.

굳이 궁으로 들어올 필요도 없는데 뭘 그래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그렇게는 제가 안 됩니다.”

 

화가 난 것과는 상관없이, 단단한 목소리로 재신을 데려다 주겠다고 고집을 세우는 그가 재신은 밉지 않았다.

뭔가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듯한 느낌.

이 느낌이 뭔지 재신은 굳이 알 수는 없었지만, 기분이 좋아진 건 사실이었다.

 

“어, 잠깐만요. 건형 씨 와요.

아...그러니까 은시경 씨, 재미있게 놀아요. 그럼.......”

 

“공주님!”

 

재신은 이미 시경과 통화를 끝내고 있었다.

시경은 급히 공주님을 불러보지만, 재신은 건형에게 보여주기 위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건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경이와 통화하시는 겁니까?”

 

“아, 네. 어떻게 됐나 싶어서.......”

 

“그럼, 잠시만 저 좀 바꿔 주세요.”

 

“네? 네.”

 

공주님이 건형이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시는 듯했다.

 

“은시경, 너 아직 같이 있냐?”

 

“어.”

 

“야~ 좋은가 보네. 뭐, 어쨌든 걱정 마라.

니가 팔 뒤로 꺾은 분, 내가 안전히 모셔다 드릴 테니까......“

 

“아니, 내가........”

 

“니가 왜? 넌 해영 씨 챙겨야지.

니가 소개팅을 하도 안 해봐서 까먹었나 본데, 각자 자기 파트너 챙기는 게 예의야, 임마.”

 

시경은 자신이 하겠다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가는 정말 공주님이라고 들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꿎은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물론 건형이 공주님을 모셔다 드려도 되지만, 싫었다.

적어도 궁에는 자신이 모시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 굳이 자신이 모시겠다고 한다면, 문제가 될 게 뻔했다.

절대로 공주님이라는 걸 밝혀서는 안 된다고 그토록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끝까지 자신이 모시고 가겠다고 한다면, 공주님께서 화를 내실 건 당연한 것이었다.

 

끊어진 전화를 한참동안 들고서 시경은 생각했다.

차라리, 건형은 몰라서 좋겠다고.

공주님이신지 몰라서, 정말 좋겠다고.

깊은 곳 저 속에서 올라오는 한숨을 시경은 힘겹게 뱉어낼 뿐이었다.

 

 

 

 

 

 

2

 

 

 

나, 계속 만나고 싶다. 재신 씨.”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를 않는다.

건형의 말이 자꾸만 떠다니며, 시경의 온 몸에, 온 심장에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화가 나는데, 그 화를 밖으로 내보지도 못한다.

드러낼 수도 없다.

왜 자신이 화가 나는지, 지금 왜 이토록 죽을 것 같은지......

자신의 죽마고우 앞에서도 시경은 내비칠 수가 없다.

그저 연거푸 독한 술을 자신의 몸에 들이부을 뿐이다.

건형은 그런 시경을 보면서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옆에서 그저 자작을 하며 술을 마실 뿐이었다.

 

그렇게 이 오랜 지기들은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다, 비틀대며 밖으로 나왔다.

 

“괜찮겠냐?

집으로 갈 거지?”

 

옆에서 걱정하는 건형의 말이 들리지만, 시경은 괜찮다며, 택시를 잡아탔다.

 

행선지를 알려주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

 

“손님! 손님! 다 왔는데요.”

 

그 말에 겨우 눈을 뜬 시경은 한참 여기가 어딜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밤에 왜 궁에는 가시는 겁니까?”

 

택시 기사가 궁금한 듯 시경에게 물어보자, 그제야 자신이 궁에 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가운데, 궁을 외친 듯했다.

다시 사저로 갈까 하다가, 시경은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려섰다.

궁은 마치 거대한 옹벽처럼 눈앞에서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늘 나지막하고 고즈넉하다 생각했던 궁이, 지금은 너무나 크고 두렵게 느껴졌다.

차가운 바람이 시경의 심장까지 휘젓고 가는 듯했다.

그 바람에 비틀대던 걸음이 조금은 반듯해진 듯도 했다.

그렇게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어가자, 보초를 서던 근위대원들이 시경을 알아보고 거수경례를 붙인다.

그들에게 대충 경례를 해준 다음, 시경은 약간은 비틀대며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발걸음의 주인은 난데, 내 발걸음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듯, 발걸음이 멈춘 곳은 공주궁 앞이었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마른 하늘에, 그 검은 하늘에 대고, 시경은 메마른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니 놈이 올 곳이란, 이곳이지.

 

하아......

 

메마른 웃음은 곧 저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한숨으로 바뀌어 있었다.

 

습관처럼 올려다 본 2층 창의 불은 꺼져있었다.

시계가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까지 깨어계실 리가 없는데, 시경은 자신의 이런 습관적인 행동에 진절머리가 났다.

한참을 그곳에 서 있고 나니, 찬 기운에 정신이 깨는 듯도 했다.

 

시경은 바로 근위대 사옥으로 가지 않고,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후원 뒷길을 따라 걸으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술에서 깨는 것처럼, 그렇게 내 마음도, 내 감정도 깼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부질없는 바람을 가지기도 했다.

그게 마음대로 되었다면, 내가 지금 이러지 않아도 될 텐데.......

이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기까지 시경 스스로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완전히 잠식해 버린 이 감정이라는 것을 시경 자신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감정이 자신의 이성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을 서른이 되어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날.....그녀에게 빨리 나가자며 재촉하지 않았다면,

그날......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날 그렇게 그녀를 앞지르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 날 그곳에서 그녀의 감은 눈을 보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나는 적어도, 내 감정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조금은 편했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후회를 해볼 뿐이었다.

 

그러나 시경은 알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자신이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어느 순간 자신의 눈이 한 사람만을 담고 있었다는 걸......

그것이 조금씩 고통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어!!! 은시경 씨!!!”

 

환청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인가....그녀일까.....

자신이 잘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술 때문에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닌지,

한참을 멍하니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술...마셨어요?”

 

그녀가 물어오고 있었다.

환상이 아니었다.

그녀의 입에서 따뜻한 입김이 공기 중으로 하얗게 퍼지는 게 보였다.

그녀다. 진짜 그녀다.

 

“공주님........”

 

“술 마신 거 맞죠? 어, 뭔가 다른 거 같애. 풋......”

 

후원 벤치에 앉아 있던 그녀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다.

또 다시 심장이 쿵 하고 저 아래로 떨어진다.

아니다. 그렇게 떨어져버린 심장은 마치 자신이 살아있다는 듯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심장의 박자를 따라가기가 벅차다.

 

“.......안...주무셨습니까?”

 

“네.”

 

 

짧은 물음에, 짧은 대답.

그러고 나서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계속 있을 거면, 잠깐 앉아요.”

 

“예.”

 

거절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한번 말이나 해보자 싶어서 앉으라고 권해본 거였는데,

그는 별 거부 없이 바로 재신의 곁에 앉았다.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늘 보던 사람이다.

늘 자신의 옆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호위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앉아 있는 그가, 조금은 낯설다.

아니, 낯선 정도가 아니라, 자꾸 뭔가 어색해진다.

이 어색한 침묵이, 자꾸 숨을 쉬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재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진 듯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 말을 뱉기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재신은 잠이 오질 않았다.

아무리 누워서 잠을 청해보려고 해도, 뭔가 자꾸 가슴을 답답하게 누르고 있었다.

 

집에 갔겠지?

 

시계를 보니 12시 반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설마 지금까지 만날 리는 없겠지.

 

생각해 보니, 해영 언니는 그야말로 말술이었다.

술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취하지를 않았다.

언니 성격이라면, 은시경 씨를 끌고 술을 마시러 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득 아까 해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 저런 남자는 술을 먹여봐야 돼.

너무 반듯하잖아. 저 각이 술을 먹고도 계속 유지되는지 봐야 한다고.”

 

“글쎄. 언니. 은시경 씨는 아마 술을 마시면서도 주먹 꽉 쥐고 군기 바짝 들어 있을 것 같은데?”

 

“쯧쯧, 내가 이래서 재신이 니가 남자를 모른다는 거야.

이재신, 너 모르지? 저런 남자가 원래 술 마시면 퓨즈 퐉~ 나가서 장난 아니게 상남자 스타일로 확~ 변한다는 거.”

 

“은시경 씨가? 그럴 리가 없을 걸.”

 

“으이구. 내기 할래? 평상시에 저렇게 각 잡힌 채 사는 남자들이, 원래 술 마시면, 속에 참았던 것들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법이라고.

아마 저치도 속에 상남자를 꾹꾹 눌러뒀을 거다.”

 

“도대체 그 놈의 상남자 타령은........참......”

 

“이재신, 니가 몰라서 그래. 흉통 봐라. 흉통......

아, 진짜 저 남자 술 먹여 보고 싶은데?”

 

바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창문 밖으로 시경과 건형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해영이 시경에게 계속 술 먹여 보고 싶다며, 재신을 붙들고 한참을 얘기했었다.

 

문득 재신의 머리에 해영의 그 말이 떠오르자, 도저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가슴이 자꾸 답답해왔다.

 

이건 뭐, 비번이니 언제 들어오는지 확인할 길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12시를 넘어 1시를 향해하고 있는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건 진짜 미친 짓이다.

 

재신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겉옷을 걸치고는 밖으로 나왔다.

불침번을 서고 있는 근위대원에게는 답답해서 후원에 잠깐만 나갔다가 오겠다며 얘기해놓고는 천천히 공주궁 밖으로 나와 거닐었다.

찬바람을 쇠니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듯도 했다.

그렇게 거닐다가, 후원의 벤치에 가서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습관처럼 바라본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도심 한 가운데에서도 별이 빛나는 게 신기했다.

 

그날도 참 별이 많았었지. 별똥별도 보고......

그렇게 소원을 빌고......

그리고 그를 화나게 했고.....

그래서 그 사람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래를 불러주고.......

 

그 때 그는 나를 보고 있었다.

뭔가 빨려들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면, 그는 당황한 듯 목을 가다듬으며, 애써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치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그의 눈은 다시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왜 그랬을까.

공주가 자신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니 신기해 보였을까.

 

에휴...나도 참,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자신을 타박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곳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시경이 서 있었다.

마치 바닥에 발이 붙은 것처럼 그렇게 꼼짝도 않고 서서는,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재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 말 없이 몇 번이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재신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냥 들어갈까........

 

재신은 그 침묵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일어설까 싶던 찰나였다.

 

“오늘.......즐거우셨습니까?”

 

한참 만에 그가 던진 말이었다.

 

“응. 재미있었어요.

은시경 씨는요?”

 

“...................”

 

그는 또다시 아무 말이 없었다.

 

뭐야, 술주정하는 건가?

 

“이때까지 언니랑 술 마신 거예요?

나 참, 그렇게 나가기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즐거웠나 봐요.”

 

“....................”

 

재신은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결국 그에게 던졌다.

그래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재신은 뭔가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재신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건형이...........마음에 드셨습니까?”

 

“네?”

 

“노래도........불러주셨습니까?”

 

그가 갑자기 묻기 시작했다.

 

“어? 은시경 씨 취했어요?

혼자서 계속 말하네?”

 

“노래......불러주셨습니까?”

 

아까보다 더 단호하게 시경이 말하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의 눈이 자꾸만 가라앉고 있었다.

재신을 향해서 자꾸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아니...왜 그래요? 갑자기......”

 

“제게 불러주신 것처럼....그렇게......노래, 불러주셨습니까?”

 

“은시경 씨....취했어요. 지금....”

 

“하아.....안 취했습니다.”

 

“나 참, 취한 사람이 취했다고 말하는 거 봤어요?

취했구만 뭘. 어서 들어가요. 넘 늦었어요.”

 

“공주님은, 늦었는데, 왜 여기 나와 계시는 겁니까?”

 

“네? 나, 나요? 아, 나..난....그냥 잠이 네. 잠이 안 와서 바람도 쇠고...그러려구요.”

 

재신은 자기 스스로도 지금 자신이 왜 당황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이 남자의 눈 때문이라고, 너무 깊고 진해서, 자꾸만 당황이 되는 거라고,

애써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다.

 

“공주님, 건형이 계속 만나실 겁니까?”

 

“아, 진짜 은시경 씨 취했어요. 들어가요.”

 

“대답해주세요. 공주님.”

 

“내가....왜..그런 것까지 은시경 씨한테 말해야 해요?”

 

“건형이, 제 친굽니다.”

 

“알아요. 왜, 친구가 걱정돼서 그래요? 내가 괴롭힐까봐?”

 

재신은 순간 감정이 상했다.

뭐야, 자기 친구만 중요하다는 거야?

그런데 그의 다음 말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만나지.......마세요.”

 

“응? 뭐라구요?”

 

“건형이, 만나지 마세요. 공주님.”

 

“은시경 씨!”

 

“노래도, 불러주시지 마세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하아........공주님.......”

 

그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었다.

재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깊어지다 못해, 이젠 심연처럼 어두워지고 있었다.

재신은 그런 그의 눈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은..은시경 씨....나......”

 

<공주님!!! 공주님!!!>

 

그 때 근처에서 궁중실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네. 저 여기 있어요.”

 

재신이 대답하자 궁중실장과 근위대원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니, 공주님, 이렇게 오래 나가계시면 어떡해요.

아무리 궁 안이라도 위험한데.....

어, 혼자 계신 게 아니었네요.

은시경 중대장님도 계셨어요?”

 

“예.”

 

시경은 언제 흐트러져 있었냐는 듯이 반듯하게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재신은 그 모습에 기가 막혔다.

방금 전까지 분명 취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근데, 은시경 중대장님, 오늘 비번 아니세요?

오늘 사저로 가시는 줄 알았는데요?”

 

궁중실장의 말에 시경이 약간 멈칫한다.

 

“아, 일이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그러셨어요?

참, 공주님, 이제 들어가세요. 너무 늦었어요. 거의 3시가 다 되어가요.”

 

궁중실장의 팔에 이끌려 재신은 공주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재신은 그곳에 서 있는 시경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가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뭔가 번개라도 맞은 듯, 그 어떤 사고도 되지 않았다.

 

술 취한 것뿐이야.

저 사람의 주사일 뿐이야.

 

그렇게 되뇌면서도 재신은 그를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계속 그의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건형이, 만나지 마세요. 공주님.”

“노래도, 불러주시지 마세요.”

 

재신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에 내려앉아 재신을 잠들지 못하게 한다.

 

 

 

 

3

 

 

 

 

다음 날 아침이었다.

잠도 설친 채로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영선의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면서 일어섰다.

걱정 어린 큰 오빠의 시선도, 다크 서클이 턱까지 내려왔다며 심하게 비웃는 작은 오빠의 비아냥도

귓등으로 흘리며, 식당 문을 나섰다.

그런데 문 밖 복도에 시경이 서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아는 척을 할까, 못 본 척하고 가버릴까 고민을 하는 사이에 시경의 대화 내용이 재신의 귀에 고스란히 들렸다.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네. 전 당연히 괜찮죠.

해영 씨는 어떠세요?”

 

중간 중간 들리는 시경의 통화 내용은 뭔가 화기애애해 보였다.

 

어제 정말 좋았나 보네.

목소리 봐. 진짜 부드럽게 얘기하잖아.

심지어, 다, 나, 까를 사용하지도 않고.

나한테만 딱딱하게 하는 거야?

 

재신은 뭔가가 자꾸 기분이 나빴다.

 

어제 나한테 한 말은 뭐야? 도대체!

 

시경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재신을 그제야 보고, 순간 멈칫한다.

 

“해영 씨, 지금 근무 중이라,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재신에게 인사하려고 급히 해영의 전화를 끊었지만, 이미 재신은 시경에게 싸늘한 바람을 풍기며, 돌아서서 가버렸다.

시경은 멍하니 그런 재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뭔지 모를 감정의 찌꺼기가 자꾸만 재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와서 그냥 자버릴까, 싶은 찰나에 해영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시경과 전화를 끊고 다시 재신에게 하는 모양이었다.

 

 

“어. 언니.”

 

<공주님, 목소리 왜 이래? 너 피곤해?

건형 씨랑 너무 오래 논 거 아니야?>

 

“사돈 남 말 하시네. 건형 씨랑 난 일찍 헤어졌거든.

언니랑 은시경 씨가 늦게까지 있었던 거지.

참, 어땠어? 은시경 씨?”

 

<괜찮은 사람이더라. 보면 볼수록 진국이야.>

 

“뭘 언제 봤다고 보면 볼수록이래?”

 

<“야, 그래도 꽤 봤어. 너 호위할 때.>

 

“그래서 계속 만나보려고?”

 

<응. 나야 좋지.>

 

“은시경 씨는 뭐래?”

 

<글쎄 모르지. 그래도 싫진 않나봐. 전화도 잘 받고, 친절하고.>

 

“하~ 설마, 은시경 씨가? 그럴 리가.

진짜 답답하고 딱딱하고 그런데? 무슨 친절?”

 

<아니야. 그 사람 사석에서 보니 좋더라.

공무중일 때랑 같을 수가 있겠니?>

 

공무중?

뭐야, 나는 돈줄이라 이거지?

돈 벌기 위한 수단인 거야?

 

재신은 점점 열이 챈다.

 

뭐야, 사람 차별하는 거야?

그래, 내가 품위도 없는 공주라 이거지?

나 같은 품위 없는 왕족은 왕족도 아니라 이거야?

아니지. 난 그저 공무 수행하는 도구일 뿐이지.

싫어도 견뎌야 하는 돈 줄.

 

해영과 전화를 끊고 나서도 재신은 화가 누그러지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재신은 염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염동하 중위, 오늘 행사 호위 좀 해줘요.”

 

<예? 은시경 중대장님은요?>

 

“그냥 염동하 중위가 해줘요.”

 

얼떨떨해 있는 염동하에게 공주의 명으로 강압을 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 나서도 재신은 계속 씩씩대고 있었다.

 

뭔지 모를 화가 계속 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왜 자신이 화가 나는지, 무엇 때문인지 살필 정신도 없었다.

지금 자신을 휘몰아치는 감정 때문에 재신은 그저 씩씩대고 있을 뿐이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들어와요.”

 

문을 열고 은시경이 들어오고 있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재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은시경 씨?”

 

재신의 목소리는 어쩔 수 없이 날이 서 있었다.

그리고 재신의 말을 들은 은시경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지고 있었다.

 

“염동하 중위에게 호위 명령 내리셨습니까?”

 

“네. 그랬어요.”

 

“왜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걸 내가 은시경 씨에게 꼭 얘기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

 

“혹시.....어제.....제가 술 취해서 한 행동 때문에 그러신 거라면,

죄송합니다.

제가.....술이 취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됐어요. 그런 거 아니에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은시경이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신은 그 사과 때문에 더더욱 기분이 상하고 있었다.

 

“그러면, 제가.......공주님 모시겠습니다.”

 

“아니에요. 이미 염동하 중위에게 부탁했으니까, 은시경 씨는 오빠 일 도우면 돼요.”

 

“왜, 그러시는지......말씀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잔뜩 굳어 있던 시경의 목소리는 의외로 주저하고 있었다.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재신을 향해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냥 은시경 씨 바쁜 거 같아서 그래요.

이래저래...일도 많고, 개인적인 일도 있을 것 같고......”

 

개인적인 일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힘이 들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뼈가 담긴 말이 나가고 있었다.

 

“제가......”

 

“네?”

 

“제가 공주님 호위하면, 안 되겠습니까?”

 

재신은 기가 막혔다.

지금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그만큼 얘기하고 있는데

그의 귀에는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마치 재신이 떼를 쓰는 아이인 것처럼 달래기라도 하려는 것인가.

그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은시경 씨!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비빠보여서 좀 쉬라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도대체 왜! 내 호위를 하겠다는 거예요?”

 

시경의 눈빛이 아프다.

말할 수가 없다. 왜 그러는지, 대답해 드릴 수가 없다.

마음의 자락들이 나올 것만 같아서, 자꾸 울컥대고 있는데,

그녀가 묻는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무섭다고........자신은 지금 너무나 두렵다고......

그 말을 할 수가 없다.

혹시 화가 나신 건지,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건지, 그래서 이렇게 자신을 내치실 건지......

심장이 서늘해지도록 두려웠다.

 

이젠, 자신이 곁에 있는 게 싫으신 건지.......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지.....

답답해서, 딱딱해서, 재미가 없어서, 싫으신 건지........

 

저 깊은 곳에서 고통스런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다...나...까.......”

 

“예?”

 

“언제나 은시경씨는 다..나..까로만 끝나요.”

 

“무슨...말씀이십니까?”

 

“늘 그렇다구요. 은시경 씨는........

내게만 그래요. .....”

 

“공...주님?.......”

 

“나가 주세요. 은시경 씨. 피곤해서 쉬어야겠어요.”

 

재신은 아까부터 한숨을 쉬는 그에게 결국 저 밑바닥에 있던 말을 던졌다.

그게 왜 화가 나는 건지, 왜 이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자꾸만 화를 내고만 싶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저 남자에게 화를 내서 어쩌자는 건지.

무엇보다 자신이 왜 화가 나는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그를 몰아붙이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거니.....

 

 

 

 

4

 

 

 

 

건형은 회의를 하면서도 약간 멍한 듯이 앉아 있었다.

 

“영감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옆에서 보좌관이 뭐라고 하자, 그제서야 건형이 정신을 차리고는 잠시만 쉬었다 하자고 회의를 잠시 중단시켰다.

 

커피를 내려서 건물 옥상 위로 올라간 건형의 표정이 미묘했다.

 

공주님........

 

뭔가.........이상했다.

 

공주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경이에 대해서 물었다.

 

“은시경 씨, 어렸을 땐 어땠어요? 그때도 그렇게 답답했어요?”

 

“사귀는 사람 있었어요? 왠지 연애도 못해본 거 같아요.”

 

“진짜 신기해요. 은시경 씨한테 친구가 있다는 것도.......”

 

“은시경 씨, 학교 다닐 땐 어땠어요? 공부만 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사시는 합격해 놓고 왜 안 간 거예요? 진짜 신기해요. 그 사람.

은시경 씨는 군인이 그렇게 좋대요?

사실 진짜 어울리기는 해요.

음...근데 왠지 검사를 했어도 잘 어울렸을 거 같아요. 큭큭큭.....

왠지 재판 중에도 거기 있는 사람들 다 얼어붙게 했을 것 같아요.

판사가 잘못하면, 지금 잘못하신 겁니다. 막 이러면서 들이댈 거 같기도 해요. 큭큭큭큭 생각만 해도 넘 웃겨요.”

 

건형의 머리에 떠오른 기억은 온통 시경에 대해 묻던 공주님의 질문들이었다.

공주님의 전담 호위라고는 하지만, 이건 뭔가 좀 이상했다.

그리고 계속 만나고 싶다는 자신의 말에 아무 말도 못하던 시경의 모습도, 자꾸만 눈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공주님을 모셔다 드릴 때, 장면이 떠올랐다.

 

뭔가 찝찝해 하고 있는 시경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건형은 공주님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

 

“궁으로 가면 되죠?”

 

“네?”

 

갑작스러운 건형의 말에 공주님은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감추지 마세요.

그렇다고 다르게 보는 것도 없습니다.”

 

“아, 미안해요.”

 

건형은 그렇게 궁 앞 근위대원이 서 있는 앞에 차를 세우고는 재신이 앉아 있는 운전석 차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며 들어가려는 재신을 건형이 잡았다.

 

“공주님, 저랑 왜 소개팅하신 겁니까?”

 

“아, 미안해요. 그냥 오늘 하루 즐겁게 놀려고 했는데,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제가 애프터 신청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그건.....미안해요.....”

 

“안 된다는...말씀이세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제가 특수한 상황이다보니......”

 

“공주님, 한 가지 부탁드릴게요.

다시는 이렇게 소개팅 하러 나오시면 안 됩니다.”

 

“왜요?”

 

“우연히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서 머리가 터져 죽습니다.”

 

“네?”

 

“공주님께는 재미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평생 지고 갈 감정의 늪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연히 던진 돌에 개구리 두 마리의 머리가 터져버린 걸 수도 있습니다.”

 

“아..저.......”

 

“걱정 마세요. 전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

그래도 억울하니, 한번은 저랑 더 데이트 해주셔야 합니다.

그건 되시죠?”

 

“아, 네.”

 

“공주님께서 밥도 사주셔야 합니다.

뭐, 공주님 말씀대로 하루 만나서 평범하게 놀아보죠.

공주님도 그러시지 못하셨을 테니...한번 그렇게 놀아보는 것도 좋겠죠?”

 

“풋....알았어요. 그럴게요. 나도 좋아요.”

 

건형의 뭔가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말에 재신도 웃으며 오케이하고 있었다.

 

 

건형은 마지막 공주님 말을 떠올리며, 결국 뭔가 결심한 듯이 전화기를 들었다.

 

<어. 무슨 일이야?>

 

“야, 은시경! 너 똑바로 대답해라.”

 

<뭘?>

 

“지금 내가 묻는 거.”

 

<무슨 소리야?>

 

“나, 재신 씨한테 지금 데이트 신청할 거다.”

 

<뭐?!!!!!!>

 

“그래도 되냐?”

 

<................>

 

시경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전화기 속에서도 시경이 엄청나게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숨소리가 거칠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되냐고 물었다. 난.”

 

<...........그건, 그분이.....결정할 일이야.>

 

“공주님?”

 

<뭐?>

 

“알고 있어. 임마. 그게 감춘다고 감춰질 일이냐?

그리고 공주님도 내가 알고 있다는 거 알고 계셔.”

 

<미안하다. 미리 얘기 못해서.>

 

“어쨌든 넌, 상관 없다는 거지?

공주님께 다이렉트로 내가 연락해도 된다는 거지?”

 

<......내겐....어떤 말도 할....권리가 없어.>

 

“알았다!”

 

건형은 바로 전화를 끊고는 재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주님, 저 박건형입니다.”

 

 

 

 

 

 

5

 

 

 

 

 

그녀가 그 날 그 때처럼 홍대 그 바에 앉아 있었다.

마치 소녀처럼, 청아한 모습으로, 빛이 뿌려지는 모습으로 그곳에 앉아 있었다.

심장이 쿵..쿵..뛴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것도 같다.

그녀가 뭐라고 말할까.

화를 낼까.

 

그러나 가고 싶었다.

그녀에게.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미친 거다.

몇 번이나 말하면서도, 내 발걸음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어!!!!! 지금 뭐예요?”

 

“공주님.......”

 

“왜, 은시경 씨가 여기 있는 거예요?!!!”

 

 

공주님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심장이....쿵...하고 떨어져 내린다.

 

 

 

 

건형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데이트를 신청하겠다고....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건지......

화가 났다.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할 수 없었다. 내겐 그럴 권리가 없다.

그런데 미칠 것 같았다.

그녀가 허락하셨을까......

내게는 가까이 있는 것도 금하셔 놓고, 건형을 만나신다는 걸까.

생각만 해도 알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안다. 이것이......치졸한 질투라는 걸.....

감히 내가 가져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는 걸......

그래도 미칠 것만 같았다.

 

“공주님, 내일 데이트 있으신가 봅니다.”라고 동하가 전해주었을 때, 그야말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근위대원들에게 근처에 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는데,

동하에게도 상부에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데,

동하는 걱정이 돼서 결국 자신에게 알린 것이었다.

뭘, 어쩌라는 것인가.

 

결국 건형이와 데이트 하는 그녀를 그림자처럼 호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질투로 미칠 것 같은 이 감정을 누르며, 나는 그녀를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일까.

심장을 누가 쥐어짜는 듯이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숨도 쉬기가 어려웠다.

 

뜬 눈으로 밤을 새고, 그녀가 나가신다는 데이트 시간을 마치 사형수가 자신의 집행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동하가 그녀를 모시고 이미 약속 장소로 출발하고 난 후, 건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

 

<은시경. 너 내 말 잘 들어.>

 

“뭐?”

 

<홍대, 그날 그 Bar로 가면 된다.>

 

“어?”

 

<지금 당장 가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오늘 못 나간다.>

 

“박건형!!!!”

 

<니가, 나가.>

 

“지금 공주님 이미 출발하셨어.

바로 연락드려. 못 나가면.

공주님 기다리시잖아.”

 

이건 무슨 마음인지.

아까까지는 건형과 공주님이 만난다는 것 때문에 질투로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지금은 건형이 못 나간다고 하니, 기다리시다 실망하실 공주님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난, 못 나가. 그러니까 니가 대신 나가서 놀아드려.>

 

“야!!! 박건형!!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왜, 싫어?>

 

“................”

 

순간 시경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속에서 올라오는 무언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욕망 때문에 그 어떤 말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가봐.>

 

“난....난.......

하아...공주님께서 싫어하실 거야.”

 

<가봐.

뭐가 그렇게 무서워?

공주님, 평범하게 놀고 싶으신 거 같더라.

가서 같이 있어드려.>

 

무섭다.라

그래 무엇이 그렇게 무서울까. 나는.

무엇이 이토록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

 

자신은 절대로 공주님께 못 나간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거라며, 너 알아서 하라며,

건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바로 전화를 드리면 되었다.

건형이 못 나온다고.....

그런데 시경은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주님과 평범하게 놀아본다.....

평범한 데이트......

그것이 주는 달콤한 유혹은 생각보다도 너무나 컸다.

 

시경은 애써 자신을 납득시키려 했다.

단지 공주님을 모시고 들어오려 가는 것뿐이라고....

실망하실 공주님을 위해서, 자신은 건형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직접 가서 모시고 오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자신의 차를 몰고 엑셀레이터에 힘을 가했다.

차가 힘을 받으며 앞으로 나가는 만큼, 그 이상으로 시경의 심장은 정신 없이 뛰고 있었다.

 

 

 

그렇게 이곳에 왔다.

놀란 그녀를 마주하며, 시경은 긴장한 채 서 있었다.

 

 

“뭐야, ....안 되면 안 된다고 연락하면 되지.

굳이....은시경 씨한테.”

 

“제가....나와서....싫으십니까?”

 

“아..아니..그런 게 아니라

바쁜 사람, 억지로 불러낸 거 같아서 그러죠.”

 

“...............”

 

“은시경 씨, 이렇게 개인적인 일에 불려 다니는 거, 싫어하잖아요.”

 

“싫어하지 않습니다.”

 

“네?”

 

“공주님....일이니까요.........”

 

“...............”

 

재신의 심장이, 뭔가 쿵...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만 달싹 댈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때 그가 말했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주저주저하는 그의 목소리....

뭔가 자꾸 가슴 저 안을 간질간질거리게 한다.

 

공주님....일이니까요........

중의적인 표현.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으나, 재신은 자꾸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아니, 조금은 기쁜 듯한, 설레는 듯한 울렁임이 보인다.

아니, 그건 자신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고 싶은 걸까. 자신은......

 

“뭐하시고 싶으세요?”

 

“영화....보러 가요.”

 

시경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재신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차 빌딩에 차를 세우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도,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영화를 보시겠냐는 말에, 겨우 <늑대소년>이라고 말해주고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평일 낮이라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설마 공주님이 이렇게 거리를 활보할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재신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는 표를 사오는 시경을 따라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재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남자 배우가 나오고 있었지만, 재신의 눈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엔딩 장면이 슬펐지만, 너무나 짠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재신은 계속 침도 삼킬 수 없을 만큼 긴장이 되었다.

영화관 안, 혼자 앉아 있는 몇 명 외에는 휑했다.

둘이 온 사람은 자신과 이 사람뿐.

둘이서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이, 그것도 캄캄한 영화관 안에 둘이 앉아 있다는 것이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치 처음 시작하는 연인인 것처럼, 뭔가 썸을 타고 있는 남녀인 것처럼......

누가 보더라도 어색하고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도 뭔가 이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곁에 앉아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팔이 스치기도 했고, 어깨가 조금씩 맞닿아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가 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흠흠....거리며 목을 가다듬기도 했고, 주먹을 쥔 손이 안절부절 못하며 폈다 쥐었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재신을 기분 좋게 했다.

늘 딱딱하게 자신이 할 일만 하는 사람이, 그래서 일처럼 할 것 같은 사람이, 이렇게 긴장을 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한 행복감을 주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고 있는 듯해서,

마치 처음 데이트를 하며 영화를 보는 연인이 된 듯해서,

그리고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옆에 앉아 긴장하다 못해 안절부절 못하며 신경 쓰는 듯해서

좋았다.

그것이 왜 좋은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그와 함께 나란히 앉아 긴장감을 느끼는 이 순간이,

좋았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맨 마지막으로 영화 상영관 밖으로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데, 저쪽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게 들렸다.

 

“확실합니까? 이 시간에 정말 오신 거 확실해요?”

 

“글쎄요. 확신은 못하겠어요.

모자를 쓰셔서 잘은 모르겠지만, 공주님과 닮으신 거 같더라구요.

워낙 공주님께서 한 미모하시니, 전 그냥 처음엔 연예인인가 싶었는데......

왠지 닮으신 거 같아서...

아닐 수도 있어요. 저도 확신을 못하겠어요.”

 

“이 시간에 영화관을 오셨다?

야, 만약에 사실이면 이거, 완전 대박인데요?

오늘 영화 상영 취재하려고 왔다가, 이거 진짜 완전 특종 잡았는데?”

 

순간 시경과 재신은 둘 다 얼어붙었다.

어쩌지.....

 

기자가 왔다.

확신을 한 건 아니지만, 분명 우리가 나올 걸 기다리고 있었다.

판매원의 말도 뭔가 한몫하고 있었다.

 

“은시경 씨...어쩌죠?”

 

시경도 난감했다.

영화가 끝날 때를 기다려 출구를 지키고 있는 듯했다.

다른 기자들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어쩌다 영화관에 취재하러 왔다가, 갑자기 제보를 받은 듯했다.

 

“공주님, 아무래도 지금은 나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 다시 상영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데.......”

 

복도가 미로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어디 들어갈 방은 없었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다들 지키고 있어서 문제가 되었다.

난감해 하다가 시경은 일단 재신을 데리고 미로로 이어져 있는 복도 반대쪽으로 걸어들어갔다.

10개의 상영관에서 나오는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다 보니 중간 부분에 오른쪽으로 꺾이는 복도가 나왔다.

그쪽 끝에 다시 오른쪽으로 꺾이더니, 비상구가 있었다.

관계자들을 위한 비상구인 듯,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밖에서 열리는 문인 듯했다.

그래도 그곳이 복도에서 몇 번 굽이쳐서 꺾이고 있어서, 완전히 이쪽 끝까지 오지 않는다면,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를 것 같았다.

벽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굳이 안으로 와서 확인하지 않는다면, 모를 것 같기도 했다.

 

“공주님, 여기 잠시 있어야 할 듯합니다.”

 

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대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구석으로 돌아들어간 장소라 공간 자체는 굉장히 좁았다.

사실 공간이랄 것도 없었다.

문을 위해서 약간 들어간 장소랄까.

그래서 복도에서 서서 보면, 잘 안 보이기는 했지만,

두 사람이 서 있기에는 굉장히 좁았다.

두 사람이 거의 붙다시피 있어야 겨우 가려질 정도였다.

다행히 아직 이까지 들어오는 소리는 없었다.

만약 누군가 복도쪽으로 온다면, 겨우 붙다시피 하면서 숨어 있어야 했다.

 

그 때 굽이 돌아간 저쪽 복도 끝에서 사람들이 두런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 아니야? 출구 여기밖에 없지?”

 

“예, 그런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이 걸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경이 그 소리가 들리자 바로 재신을 비상구문쪽으로 바짝 붙이고, 자신도 재신 앞에 바짝 붙어 섰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가 하고 있었다.

상영관 안에 들어가서 확인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밖에 누가 있는 건지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갈 수도 없었다.

혹시 출구에 누가 서 있는 상황에서 몇 명이 상영관을 확인하고 있다면, 나가는 순간 바로 덜미가 잡히는 상황이었다.

근처까지 발자국 소리가 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긴장감에 재신의 심장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그때 갑자기 시경이 윗 자켓을 벗더니, 재신의 머리끝까지 씌워준다.

 

“은시경 씨?”

 

재신이 작게 속삭였지만, 시경은 그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내서는 바닥에 대충 던졌다.

그러더니 하얀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재신은 지금 그가 무슨 행동을 하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 의아한 듯 그의 행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경이 이젠 와이셔츠 단추 몇 개를 위에서부터 풀기 시작했다.

재신의 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재신의 심장이 점점 쿵쿵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긴장감으로 뛰던 심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왜...그러는 거지....?

 

앗!!!

 

시경이 재신을 벽까지 완전히 붙여서 자신의 팔로 재신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은...시경....씨....지금......”

 

“곧 올 겁니다.

그저 애인인 것처럼 있으면 될 겁니다.

저쪽에서 보면, 애정행각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제가 공주님을 좀 안겠습니다.”

 

그의 하얀 와이셔츠 깃이 자신의 눈 앞 바로 앞까지 왔다.

벌어진 와이셔츠 사이로 그의 단단한 가슴이 보였다.

얼굴에 열이 확 올라오는 것 같다.

자신의 이마에 그의 숨결이 닿는 듯도 하다.

재신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시경의 목소리가 낮게 들린다.

 

“공주님......눈 감으세요.”

 

“네?”

 

재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제가 제스츄어만 하고 있겠습니다.”

 

“아...네......”

 

그는 지금 연인인 것처럼 흉내만 내고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멀쩡이 눈을 뜨고 있으면, 둘 다 뻘줌할 테니 눈을 감으라는 것 같았다.

 

재신은 눈을 감았다.

자꾸 긴장이 돼서, 꼭 쥔 주먹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다.

그의 입김이, 그의 낮은 한숨이 자신의 얼굴 근처에서 어른대고 있었다.

심장이 자꾸만 뛰어댄다.

감고 있는 눈도 바들바들 떨리는 것 같다.

그가 다 보고 있을 텐데........

눈을 감고 있어도, 그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있으니,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의 거친 숨소리가 너무나 강하게 느껴졌다.

 

저 멀리서.....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발소리가 아니라, 복도 저 끝으로, 출구쪽으로 다시 걸어가는 것 같았다.

이곳까지 오지 않는 건가.........

 

그때였다.

어쩌면 오지 않나보다 하고 조금은 안심하고 있던 그 때,

입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무언가 때문에 재신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부드러움은 단숨에 심장으로 내려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쿵쿵 뛰게 만들고 있었다.

 

“은...시......”

 

살짝 닿은 듯 떨어지던 부드러운 무언가가 다시 다가와서는 그녀의 입술을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촉촉하게 그녀의 입술을 핥고 있었다.

 

지금....뭐야?!!!!

 

그가 내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간질간질한 무언가가 흘러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팔이 내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았다.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난 그에게 완전히 밀착된 채, 그의 입술을 헐떡대며 받아들이고 있었다.

집요하게 입술 안으로 들어오던 그가 숨 쉬기 위해서 헐떡거리며 벌어진 입술 안으로 들어왔다.

 

아!!!!

 

그의 혀였다.

순간 전신이 바르르 떨려왔다.

뭔가 낯선 느낌에 도망가고 싶은데, 단단한 그의 팔에, 그의 가슴에 붙잡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는 내 입술 안으로 들어와 몰아붙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도망가는 내 혀를 잡고는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이상했다.

이 낯선 느낌 때문에 등 뒤로 자르르 무언가가 흘러가는 것도 같고,

가슴이 자꾸만 서걱대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혀는 자꾸만 내 혀를 쓰다듬고 감싸며 훑어내리면서, 내 온 몸을 떨리게 하고 있었다.

다리가 후들후들거렸지만, 그의 입술은, 그의 혀는, 그리고 그의 강한 팔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자꾸만 휘청거리자, 그의 팔이 더 강하게 내 허리를 감싸면서 벽으로 나를 더 몰아붙였다.

정신을...차릴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하는 대로, 그의 입술이 빨아당기는 대로, 그리고 그의 혀가 얽히는 대로, 헐떡대며 받아들이는 것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주저앉지 않으려 그의 목을 나도 모르게 감싸 안으며, 그에게 매달리고만 있었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혹시나 들킨다면, 연인들이 그저 애정행각을 벌이는 정도로만 보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고개만 조금 돌리고 있으면, 저쪽에서 볼 때 키스하는 것처럼 보이겠거니 싶었다.

그런데.....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다.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콧날, 그리고 그 아래 자리잡은 붉은 촉촉한 입술.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마비될 것 같았다.

안 된다고. 공주님이라고.

미친 거냐고, 내 속에서는 끊임없이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그래서 주먹을 꽉 쥐며 참으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지만,

내 입술은 마치 다른 것에 지배를 받는 것처럼 그녀의 입술 앞까지 거침없이 다가갔다.

부드럽고 촉촉해 보이는 그 입술을 맛보고 싶었다.

느끼고 싶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가지고 싶었다.

그 원초적인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지금 그녀의 입술을 가진다면, 죽어도 좋다고, 그런 미친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다.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 한 사람만이 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내 품에 있는 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그녀의 향이 가슴 저 안까지 떨리게 했다.

가지고 싶다.......

오로지 단 하나만이 나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입술은 이미 그녀의 입술 위에 놓여 있었다.

 

그 부드러움은, 떨어지고 나서 더 강하게 심장 저 아래까지 강타했다.

미칠 것 같았다.

정말로 내 모든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녀를 갖고 싶었다.

입맞추지 말아야 했다. 입술을 대지 말아야 했다.

난, 금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금기를......

이미 살짝 맛 본 부드러움은, 내 모든 이성을 마비시켜버리고,

저 안에 감추어두었던 내 수컷을 그대로 밖으로 끄집어 내놓고 말았다.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감싸고, 미친 듯이 그녀의 입술로 달려들었다.

그녀가 놀라서 꿈틀대는 걸 보면서도, 피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더욱 더 안으로 들어가 나를 애태우는 그녀의 혀를 감싸며, 그녀의 입술을, 혀를 가졌다.

가져도 가져도, 입을 아무리 맞추고, 혀를 맞대어도, 모자랐다.

그곳에는 그녀에게 미쳐 있는 남자 하나가 있었을 뿐이었다.

뭔가 야하고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어, 여긴 아니다.”

 

언제 왔는지,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없이 그녀와 입맞추고 있는 사이, 다시 다른 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냥 일반 연인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내가 그녀의 입술에 빠져 있는 사이, 그녀의 향기에 빠져 있는 사이,

어쩌면 우리는 위기를 모면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이, 조금은 내 이성을 돌려놓았다.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녀가 누구인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 말도 못한 상태로, 그녀를 그저 품에 안고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온다면 그것도 낭패였다.

 

 

 

 

그저 안겨 있었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다가왔을 때 정말 심장에 마비가 올 뻔했다.

그런데 역시 아니었다.

그의 기지로, 결국 우리는 위험을 피했는지도 모른다.

키스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이, 기자들이 왔다가 우리인 줄 모르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았다.

그가 진짜로 키스하지 않았다면, 들켰을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니, 아까 심장 터질 뻔했던 나 자신이 웃기게도 느껴진다.

그는 그저 자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뭘 그렇게 놀란 건지......

 

그런데 이상했다.

그의 심장이 엄청나게 뛰어대고 있었다.

얇은 와이셔츠 한 장으로는 그의 가슴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의 심장이 고장이 난 게 아닌가 걱정될 만큼 뛰고 있었다.

그 심장 소리가, 그렇게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 소리가, 재신에게 뭔가 기대감을 주고 있었다.

 

 

 

“간 거.....같아요.”

 

“아....예......”

 

그제서야 시경이 그녀를 놓아준다.

놓아주자, 재신은 다리의 힘이 풀린 듯, 휘청댄다.

그러자 다시 시경이 그녀를 잡았다.

 

둘이 눈이 마주치자, 누구랄 것도 없이 둘의 얼굴이 확~붉어져버린다.

 

“아.....”

 

“흠흠.....괜찮으십니까?”

 

“네? 네...그렇죠. 아, 괜찮아요. 그럼요.”

 

재신은 시경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버벅대고 있을 뿐이었다.

재신이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시경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나가도....되지 않을까요?”

 

겨우 용기를 내어 그의 눈을 바라보는데, 그 순간 재신의 심장은 또다시 쿵 하며 저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눈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두근대던 심장은 이제 아플 만큼 뛰고 있었다.

 

어....떡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것이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만 재신을 떨리게 하고 있었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허리를 잡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재신은 벽에 붙은 채로, 꼼짝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건형이.......마음에 드세요?”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올 말인가 싶기도 했다.

마치, 그가 술을 마시고 온 날, 그 날처럼, 그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검고 깊게 가라앉은, 심연 같은 눈빛 앞에서 재신은 심장이 떨려왔다.

 

“네? 무슨...뜻이에요?”

 

“남자로......마음에 드시는가 해서......”

 

“그냥....은시경 씨 친구라고 하니까 믿을 수 있을 것 같고....편해요.”

 

“그래서......좋으세요?”

 

약간은 고통스러운 그의 목소리.

 

“그냥.....그뿐이에요.

은시경 씨 친구. 가장 친한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하아........

 

뭔가 깊은 저 안에서 올라오는 한숨소리......

그 한숨소리에 떨림이 묻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한숨소리가, 그 떨림이 재신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하나 물어봐도 돼요?”

 

“예.”

 

“해영 언니.........마음에 들어요?”

 

한참 재신을 바라보는 시경 때문에 결국 재신은 눈을 돌리고야 말았다.

 

“좋은 분...입니다.”

 

“...후우...그죠? 맞아요. 해영 언니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나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재신은 고개를 돌렸다.

 

뭐지...지금 이 마음은....뭐가 이리 마음이 가라앉지....지금 이 마음은 뭐지....하아......

 

“........만나 보면........더 좋아질 거예요. 착하고, 능력도 있고...또......”

 

“싫습니다. 전.”

 

“네?”

 

갑작스럽게 단호하게 싫다고 말하는 시경 때문에 재신은 놀라서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의 눈이 온전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검고 깊은 그의 눈이 일렁이는 듯도 하다.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

 

왜......저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 거지....왜......

 

“전...전......”

 

역시...항아 언니였나 보다.

내가...참 괜한 짓을 했네.

뭔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실망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은시경 씨, 정말 반듯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물론 첨엔 뭐 이렇게 답답한 사람이 다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은시경 씨 같은 사람, 정말 없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 올바른 사람.......

그러니까....은시경 씨가 마음에 담았다는 그 사람에게 은시경 씨 마음 고백하면,

그 사람도 은시경 씨 마음 받아줄 거예요.

그러니까 고백해봐요. 그 사람한테........”

 

시경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공주님.

아까, 건형이는 아니라고 하셨던 거, 혹시.....평범한 사람이라 그런 겁니까?

공주님께 어울리는 사람은 적어도 재벌은 되어야 하니까.....”

 

그 순간 재신은 폭발하고 말았다.

정말 자신을 그렇게 바닥으로 봤단 말인가.

그저 사람을 돈으로 판단하는 그런 바닥이라고 생각한 건가.

어떻게 은시경이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지금!!! 은시경 씨!!! 날 뭘로 보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재벌만 좋아해서 재벌이 아니라서 안 좋아한다는 거예요?

사람, 이상하게 보지 말아요!!”

 

화가 났다.

이 사람이 나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억울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럼....저는....안됩니까.....”

 

그 순간이었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지...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지...지금?

 

“네? 뭐가요?”

 

“공주님......좋아하실 만한 사람......저는.....”

 

“은시경 씨..지금..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재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몸이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려 온다.

지금 이 사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제가....공주님...마음에 담으면 안 됩니까?

아니 이미 담아버렸는데, 이미 그래버렸는데,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재신의 심장이 아플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마음에 담아버렸는데, 이젠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감히라는 거 아는데.......제 마음대로 안 됩니다.”

 

뭐?

내가 지금.....무슨 소리를 들은 거야?

도대체 이 사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머리가 하얘지고 있었다.

몸이 바르르 떨려 온다.

 

“공주님.......제가...감히......공주님을.......사랑합니다.”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나를....사랑한다고?

이 남자가....나를?

항아 언니가 아니라 나라고?

 

재신의 눈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오롯이 그녀만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정확하게 말하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당신을 가슴에 담았다고......

그의 감정이 넘쳐서 그녀에게로 흘러오고 있었다.

도저히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나...난......난.......”

 

재신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뭐라고 말해야 하나....

도망갈까......

 

그러나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애써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렸다.

 

“은..시..경........”

 

“아까.....왜 거부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난.......”

 

“분명 거부하실 수 있었습니다.

어디 일개 근위대원이 공주의 입술을 훔치냐고, 뺨이라도 날리셨어야 했습니다.

왜, 그러시지 않으셨습니까?”

 

재신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안다. 자신이 아까 어땠는지, 그의 입술에 얼마나 열렬히 반응했는지.

그도 알 것이다.

아, 정말 미치겠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지....

나 어떡하지.....

 

“지금 공주님께 키스할 겁니다.”

 

그의 눈이 위험해지고 있었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의 눈을 하고 있었다.

남자......

뭔가 두렵게 만드는, 그런 눈이었다.

 

“은시경 씨!!!! 난..난....”

 

“싫으시면, 피하세요.”

 

“은...시경........!!!”

 

“안 피하시면, 공주님, 제 거......할 겁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왔다.

피해야 돼. 피해야 돼.

그의 뺨이라도 한 대 치고 비키라고 해야 돼.

머리는 끊임없이 아우성을 쳐대지만, 재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그의 두 팔 안에서, 재신은 바르르 떨고 있을 뿐이었다.

 

“피하세요. 마지막 기횝니다. 공주님.”

 

그의 입술이 스칠 듯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의 숨결이 내 입술 위에서 바로 느껴졌다.

 

그러나 재신은 피하지 못했다.

순간, 그의 입술이 재신의 입술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뜨겁고도 달콤한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혀를 감싸며, 그녀의 모든 몸의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다.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떨려왔다.

 

한숨을 내쉬며 헐떡대고 있는 재신을 안는 시경.

 

“공주님, 이제 제 겁니다.”

 

“................하아.....”

 

“공주님......대답해주세요.”

 

“.............응.........”

 

대답과 함께 재신은 다시 벽에 밀쳐졌다.

시경의 입술이 다시금 밀려왔다.

재신은 숨도 쉬기 힘든 상황에서 그의 입술과 혀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제서야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재신은 알게 되었다.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그제야, 자신이 질투라는 걸 했다는 것을.......알게 되었다.

 

그의 입술이 또다시 휘몰아치며 들어왔다.

 

공기가 열기로 가득차 올랐다.

그의 입에서,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달끈한 신음소리로 가득차고 있었다.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하는 두 남녀만이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남은 이야기>

 

손을 잡고 복도로 걸어나온 재신과 시경.

재신은 자꾸만 부끄럽기만 하다.

 

“자꾸 보지 마요.”

 

“보고 싶어요 공주님.”

 

“공주라고 하지마. 들켜요.”

 

“예.”

 

 

 

 

“나, 전화 한 통만 할게요.”

 

 

재신은 해영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미안해.”

 

<뭐가?>

 

“나, 그 곡 포기할게.

미안해 정말.......”

 

<풋...나참...느리다 느려 이재신.

걱정 마라. 소개팅까지가 내 조건이었으니, 그 곡은 너 줄게.

근데, 하나 더 조건이 있어.>

 

“응?”

 

<소개팅 한 번 더 시켜줘.>

 

“어?”

 

<그 뭐였더라.....염...뭐시기 그 사람도 괜찮더라.

알았지?>

 

“언니, 연하...좋아했어?”

 

<당연한 거 아니야?

남자는 무조건 힘이야! 힘!!

어리면 어릴수록!!! 니가 알 턱이 있냐?

아니지, 곧 알게 되겠지.

니 옆에 있잖아. 힘 좋은 남자..ㅋㅋㅋㅋㅋ

흉통 죽여주는 남자!!>

 

“언니!!”

 

재신이 얼굴을 붉히며 시경을 보는데, 갑자기 시경이 재신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어? 은시경 씨?”

 

순간 시경의 입술이 그녀를 향해서 다가왔다.

깊고 진하게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빼앗고 있었다.

 

 

“여보세요? 야야!! 이재신!!!

너 은시경 씨랑 같이 있는 거야?

야!! 왜 아무 소리가 없어?

뭐야뭐야!!! 이 뭔가 야한 소리는 뭐냐고?

야 이재신!!! 너 미쳤냐!! 너 어디서 그러고 있는 거야?!!!!”

 

 

 

해영이 끊임없이 전화기 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두 연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서로의 입술과 혀 앞에서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뜨겁게, 야하게 얽혀들며, 서로의 몸에 매달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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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다 썼네요.

47장입니다.

정말 이렇게 많이 걸릴 줄은 몰랐어요.

세상에.....

 

뭐야? 이게 무슨 로망이야? 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제 로망입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숨어 있는 버전.

그 속에서 키스하는 남녀.

서로 아직 썸만 타고 모르는 상황에서 남자는 핀이 나가서 돌아버리고,

그녀의 입술로 돌진하는 분위기....

아...넘 좋아합니다.

 

저돌적인 은시경, 상남자 은시경.

사랑에 괴로워하는 은시경, 질투하는 은시경,

그러면서 입술로 들이대고, 자꾸 몰아붙이는 은시경.

 

ㅠㅠㅠㅠㅠㅠㅠ 너무너무 좋습니다.

그저 즐감해주시길...

 

비루하지만, 같이 느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후기 부분은 다시 정리해서 보완해야 할 듯합니다.

지금은 퇴근해야 해서.....

 

그리고 당기못의 빈 자리는 이 단편으로 조금은 채워주시길.....

단편 쓰느라 당기못은 또 다시 저 멀리 밀려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비루한 글 늘 애정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