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침묵하라......
시인이 말하는 바를, 내 우둔한 머리로는 다 알지 못한다.
언제나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오늘따라 이 시가......가슴 저 안을 긁어댄다.
과욕......
호의도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인간의 습성상,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인 양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호의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어떤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 채,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언제나 떠남은 어렵다.
그것을 놓으려, 비우고 또 비우지만, 늘 어렵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은....
반드시 떠남을 동반하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람이든, 일이든, 관계이든, 관심이든........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
떠남을 온전히 받아들일 것......
처음부터 내 손에 있었던 것은 없다......
내 빈손을 기억할 것.......
흙으로 와서, 흙으로 갈 뿐........
그러니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흙을 움켜쥐려 하지 말 것.......
흐르는 대로........
잡지도 말고, 속상해 하지도 말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 둘 것......
물은 흘러가는 법.......
그 흘러감을 내 영혼으로 받아들일 것.......
내려 놓음.......의 진리.
내려 놓고 나서 만나는......
내 등 뒤에 가장 큰 하늘......
푸른....바다 같은....큰 하늘.......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하늘이 그토록 아름답게 푸를 수 있는 것은......아무 것도 갖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비우면 비울수록 푸르러지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