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삶/시와 풍경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그랑블루08 2013. 5. 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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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법  -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침묵하라......

 

시인이 말하는 바를, 내 우둔한 머리로는 다 알지 못한다.

언제나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오늘따라 이 시가......가슴 저 안을 긁어댄다.

 

과욕......

 

호의도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인간의 습성상,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인 양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호의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어떤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 채,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언제나 떠남은 어렵다.

그것을 놓으려, 비우고 또 비우지만, 늘 어렵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은....

반드시 떠남을 동반하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람이든, 일이든, 관계이든, 관심이든........

그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

 

떠남을 온전히 받아들일 것......

 

처음부터 내 손에 있었던 것은 없다......

내 빈손을 기억할 것.......

 

흙으로 와서, 흙으로 갈 뿐........

그러니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흙을 움켜쥐려 하지 말 것.......

 

흐르는 대로........

잡지도 말고, 속상해 하지도 말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저 그러한 대로 내버려 둘 것......

 

물은 흘러가는 법.......

그 흘러감을 내 영혼으로 받아들일 것.......

 

 

내려 놓음.......의 진리.

내려 놓고 나서 만나는......

내 등 뒤에 가장 큰 하늘......

푸른....바다 같은....큰 하늘.......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하늘이 그토록 아름답게 푸를 수 있는 것은......아무 것도 갖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비우면 비울수록 푸르러지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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