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으나, 올해의 봄은 이토록 빨리 저물어 버렸다. 그러나 또한 기다리는 자에게 봄은 올 것이다.>
조율 - JK김동욱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하늘 때가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 주세요 x2
우~ 내가 믿고 있는 건
이 땅과 하늘과 어린 아이들
내일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조율 한번 해 주세요
가사 출처 : Daum뮤직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처럼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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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그 곳에서, 가장 암울한 그곳에서
시인은 시를 썼다.
너무 쉽게 쓰인 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그러나 그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시인은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며,
그 어느 날, 그 미래의 어느 날을 희망하던
그 희망을 품던
그 시인의 마음을.....
70년도 더 지나
이곳에서 울컥하며 읽고 있다.
아무리 어두워도,
시인은 노래한다.
인생이 이토록 살기 어려운 일인데도,
시인은 시가 이토록 쉽게 씌어지는 것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시인은
희망을 놓지 않고 노래한다.
새벽을 기다리는,
새벽을 깨우는,
가장 참혹하고 어두웠던
시대를 밝히던 시인처럼,
작은 등불을 들어,
부끄러워하며,
죄스러워하며,
참회하며,
그러나 또다시 희망을 노래하며,
기도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등불처럼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그 시인을 기다리며,
이 어두운 밤,
새벽을 위해
촛불을 밝힌다.
또다른 시작을 노래할 그날까지.....
불을 밝힌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은 빛나는 법.
하늘이 통곡하는 것처럼
비가 내리는 날.....
70여년 전 시인의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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