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1 - 야누스, 문을 지키는 자
여자가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러나 여자의 눈은 그 두려운 가운데에서도 위용을 잃지 않으려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누구인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 눈빛 속에서 그녀의 태생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는 없다.
방 안 구석에서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감시 카메라의 화질 자체가 정확하게 감별을 해낼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다.
게다가 수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트까지 가져가서 확인할 인물이다.
필요하다면, 체액 확인까지 할 인물이다.
이때까지, 봐온 수장은 그런 인물이었다.
수장은....지금.....시험하는 중이다. 분명.......
어디까지....가능한 것인가......
앞쪽으로 팔을 묶인 채, 재갈까지 물려서 침대 위로 던져진 여자를 어디까지.....
그는 구석에 달린 감시 카메라를 흘낏 보며, 알 수 없는, 조소가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침대에 던져진 여자 역시 보고 있었다.
여자의 눈이 두려운 듯, 커지는 것이 보이지만, 그는 침대 옆으로 가서 천천히 자신의 자켓의 단추를 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던 여자가 눈에 띠게 떨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러나 남자는, 개의치 않는 듯, 자신의 할 일을, 마치 옷을 하나하나 벗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대한 임무라는 듯이 벗고 있었다.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면서, 그는 그 사이 목에 매여 있던 검은 넥타이를 한 손으로 휙하고 잡아 당겨 풀어서 던져버린다.
소리 없이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가 마치 엄청난 소리를 낸다는 듯이,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어쩌면 그 다음 순간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아니 처음부터 납치되면서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순간, 그 상황이 벌어진 것을 직접 목도하는 것은, 아니 곧 벌어질 것임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다.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이미 하얀 와이셔츠까지 벗어버리고, 단단한 근육의 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보면서도, 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던져져 있는 그녀에게로 서서히 다가갔다.
재갈을 물린 그녀의 얼굴 가까이 완전히 다가간 남자는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재갈을....풀어드릴 겁니다."
재갈을 풀며, 남자는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마치 얼굴이 맞닿을 듯이, 그는 그녀에게 깊이 다가가 있었다.
재갈을 풀자, 부어 있는 그녀의 입술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뭐....뭐...하는....거야........"
덜덜 떨리듯 뱉어진 목소리는, 가녀린 그녀의 상황을, 지금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이 들어 있었다.
납치되면서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이렇게.....더럽혀지는 건가.......
풀려지자마자.....그녀는 마지막 자존심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손이 강하게 그녀의 턱과 목을 한 번에 잡아 왔다.
"지금....허튼 짓을 하시면, 아마 다음 타겟은....당신의 오빠가....될 겁니다."
순간 그녀의 턱의 힘이 풀렸다.
눈에는 이미 그렁그렁한 눈물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이제 시작입니다.......그러니........견디셔야, 합니다."
잔인한 말이었다.
그러나 이 남자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납치한 것은, 그 수장이라는 작자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쇼였다.
다음은.........대한민국의....왕제가, 아니.....국왕이 될 수도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채우기 위해서, 그녀를 데려왔다면, 분명 그 목적을 채우기까지 그 작자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로 채울 수 없다면, 다음 타겟으로 그 목표를 채우려 할 것이다.
혀를 물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던 그녀의 결심은, 그 한 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처절하게.....이렇게.....더럽게......짓밟혀야 하는가.......
그녀의 눈에서는 쉴새 없이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더러운 개 주제에.........뭐하는 짓인가........
"빨리.....해 버려........."
자포자기한 듯 내뱉는 말에도 여전히 그녀를 지탱하는 고고한 혈통이 비치고 있었다.
"뭐를......말입니까........"
그는 여전히 그녀의 눈물을 입술로 받으며, 그녀에게 무심한 듯 물어왔다.
"지금! 하려는......더러운 짓.......빨리 하고, 끝내란 말이야!"
그의 얼굴이 돌연 차가워진다.
그는 그녀를 뒤로 밀어 침대 위로 눕히더니, 묶여 있는 그녀의 팔을 그녀의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몸 위로 밀착한 채, 위로 올라와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후회하지.....않으십니까........"
"어차피, 욕 보이려고, 잡아온 거잖아.
얼마든지......견뎌줄 테니......해봐. 얼마든지 욕보이라고........."
하아..........
아무 감정이 없어 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한숨이 깊게 새어나왔다.
아니다. 분명 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이 남자의 눈은.....온갖 감정들이.......깊은 심연의 어둠을 담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가, 얼굴을 돌리는 여자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확 돌려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도록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여자의 눈이 남자의 눈과 마주치는 그 순간, 남자의 거친 입술이 여자의 입술로 내려앉았다.
흡.......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남자의 입술은 미친 듯이, 그녀의 입술 안을 헤집고 들어왔다.
여자는 미친 듯이 얼굴을 흔들었지만, 그의 입술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잡고, 그녀의 입술 깊숙이 얽혀들었다.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은 채, 그녀의 입술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혀와 얽혀들고, 강하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모든 것을 삼킬 듯이 깊이 깊이 들어왔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반항도 용납되지 않았다.
남자의 힘 앞에서 그녀는 연약하고 가녀리기만 했다.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은 그 순간, 그의 입술이 겨우 그녀의 입술을 놓았다.
이 상황을 외면하려는 듯 눈을 감고 있는 그녀에게, 그녀의 눈 위로, 또다시 부드러운 무언가가 놓였다 지나간다.
여전히 맺혀 있는 눈물을, 남자가 입술로 닦아내고 있었다.
남자의 입술은 여자의 눈으로, 볼로, 그리고 귀로 다가와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숨이 훅하고 멈춘 순간,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게 들려왔다.
"반항을 하셔도 됩니다. 거부하는 행위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왼쪽 끝 쪽에 감시 카메라가 있습니다.
침대 아래쪽에 도청장치도 있습니다.
이렇게 귀에 바로 대고 얘기하지 않으면, 모든 소리들이 전달될 겁니다."
"뭐...무슨....흡......"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뭐라고 말하려는 그녀의 입술로 그의 입술이 다시 와서 얽혀 들었다.
입술과 입술이, 혀와 혀가 농밀하게 얽혀들며, 야한 소리들만 방안 가득 흘러 넘쳤다.
그러던 그가 다시금 귀로 다가가 혀로 핥았다.
아니 혀로 핥는 줄 알았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대해, 아는 척을 하셔서는 안 됩니다. 반응도 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는 끊임없이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말을 하는 것인지, 입을 맞추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입술은 그녀의 귀를, 목을 핥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 그는 그녀의 귓속으로 작은 소리들을 전하고 있었다.
이 긴장되는 순간에도 알 수 없는 자글거림이 온몸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 지켜보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다. 감시받고 있는 것은.....
그런데 지금 이 남자가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는....도저히 알 수 없었다.
"제 말에 잘 따라만 오시면, 이 모든 걸, 페이크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무슨 말인가....페이크......?
놀란 그녀에게 그는 방금 전과는 달리, 큰 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지금부터.....옷을 벗기겠습니다."
그 말에 다시금 여자의 몸이 긴장한 듯, 움츠러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로 향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그의 다른 손이 그런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며, 입술을 깨물지 못하도록 다독였다.
뭐지...지금, 뭐지......
그의 손은 그녀가 애처롭다는 듯이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깨물지 말라는 듯이, 아프게 하지 말라는 듯이.....그랬다.
걱정 마세요, 그런 일 없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그의 입 모양은 분명 그랬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그는.........분명 그녀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그의 손이.....그녀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그녀의 하얗다 못해 투명한 속살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점점 더 검게 짙어졌다.
그의 몸이 그녀에게로 서서히 다가왔다.
“당....당신.......누구야........?”
“........야누스..........”
“뭐?”
“당신이 계신 그곳에서는...................은.....시경입니다..........공주님.........”
그녀의 입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과 혀는, 그녀의 입술 안으로 깊이 들어와 그녀의 혀와 또다시 얽혀들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너무나 강하게 들어오는 입술에, 그녀의 숨소리조차 앗아갔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숨을, 그녀의 한숨을, 그녀의 신음을 그대로 삼키며, 그녀의 안으로 더 깊게 더 깊게 다가와 얽혀들었다.
문을 지키는 신.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 그리고 문의 앞뒤를 보는 두 개의 얼굴.........
지키는 자, 문을 여는 자, 그의 이름은, 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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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은요, 야누스에서 나온 거랍니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 야누스......그는 하늘의 문지기로, 문지기 신이라고도 합니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문을 지키기 때문에 모든 일의 시작을 나타내는 출발점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새로운 한 해를 여는 신, 새해를 여는 신이기도 해서,
January의 어원이 라틴어의 Januarius(야누스의 달)이라네요.
2
이상한 글 하나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제 머릿속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장면들인데요.
요즘 머리를 시끄럽게 해서 미쳐버리게 만드는 은신입니다.
다크다크할 수도 있고.....뭔가......다른 은신일 수도 있고......
야근의 후유증으로 이상한 이 글을 막무가내로 투척하고 전.......다시 야근 모드로.......
이제 곧 퇴근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니...큰 일........
나머지 일은 싸가지고 가서 집에서 좀 더 마무리해야 할 듯합니다.
이 글은....마음대로 상상해 주시길.......
이상하다고 욕하지는 마시길.......(__)
+) 결국 <야누스의 달> 카테고리를 열었습니다.
이 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은신과 잡담에 있는 <야누스에 대해....>라는 글 http://blog.daum.net/grandblue08/8746828에 가셔서 읽어보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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