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6 - 야누스, 문을 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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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배경음악은 <조용필/걷고 싶다>입니다.
걷고 싶다 / 조용필
이런 날이 있지 물 흐르듯 살다가
행복이 살에 닿은 듯이 선명한 밤
내 곁에 있구나 네가 나의 빛이구나
멀리도 와주었다 나의 사랑아
고단한 나의 걸음이 언제나 돌아오던
고요함으로 사랑한다 말해주던 오 나의 사람아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불안한 나의 마음을 언제나 쉬게 했던
모든 것이 다 괜찮을 거야
말해주던 오 나의 사람아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난 널 안고 울었지만 넌 나를 품은 채로 웃었네
오늘 같은 밤엔 전부 놓고~ 모두 내려놓고서
너와 걷고 싶다 너와 걷고 싶어
소리 내 부르는 봄이 되는 네 이름을 크게 부르며
보드라운 니 손을 품에 넣고서
12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수장의 물음이 매서웠다.
“뭘, 말입니까?”
그러나 시경의 눈매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너, 지금, 아예 화질 작업 방해하려고, 작정한 거야?”
“제가 의도한 거, 아닙니다.”
“그러면 뭐야? 우발적이라는 거야?
그래서 지미 오른팔을 그 꼬라지로 만들었어?”
“분명 시작할 때, 전제를 말했을 텐데요.
내 방식대로 한다고.....
내 거, 건.드.리.지. 말라고......말입니다.”
표정 변화도, 말투의 변화도 없었지만, 끊어 말하는 한 음절, 한 음절에서 싸늘한 섬뜩함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던 수장이 그제야 얼굴이 펴지고 있었다.
“큭큭큭큭........”
“......................”
수장이 웃든 말든, 시경의 얼굴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도리어 그 상황을 지켜보는 수장의 비서인 콜리우드만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수장은 두려운 존재다.
그런데 야누스는 그런 수장을 대할 때, 흔들림이 없었다.
저 남자....속을 알 수 없는 저 남자가.....두렵다.
“야, 이거 진짜......기집애들 읽는 하이틴 로맨스도 아니고...큭큭큭큭.....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놈은 니가 처음이야, 이 버전이잖아....큭큭큭큭......”
수장은 분명 즐거워보였다.
이 모든 게임이 그에게는 너무나 재미있을 것이다.
“그러면, 니 거로 확실하게 삼든가......
지금 이도, 저도 아니잖아. 아니야?”
“신뢰를....쌓는 중이라고 나는 분명 말했습니다.”
“그 놈의 신뢰 2번 쌓다가는, 돌부처 되겠는데, 어? 너 도 닦냐?”
“이미, 나올 건, 다 나왔을 텐데요.
그리고 지미 최가 완전히 망칠 뻔 했다는 건, 수장이 더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뭐가 망쳐? 솔직히, 딱 깨놓고, 니가 등장해서 상황 종료 다 시켰잖아.
이건 완전히 도와준 거지. 넌 지미한테 고마워해야 돼.
솔직히 그거 때문에 공주가 그래, 니 말 대로, 신.뢰.를 더 쌓은 거 아니야?”
“만약에, 제 시간에 못 갔으면요?”
“뭐?”
“날 필요로 하는 건, 수장입니다.
그냥 내가 아니라, 여전히 대한민국 왕실과 연결된 ‘나’겠죠.
그런데 만약 그 짓이.........성공했으면, 왕실과도 끝이죠.”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내 방식대로, 합니다.”
“와......참....대단하십니다. 알겠다, 알겠다고...니 마음대로 해봐. 니 마음대로......”
시경은 그런 수장을 내버려두고 뒤돌아섰다.
그러다 문 앞에서 우뚝 선 시경이 콜리우드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좀....구해주실 게 있습니다.”
13
재신은 밤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밤이 안 되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발가락이 자꾸만 자글자글거렸다.
해가 졌다.
그가....곧 오겠지.
아침에.....그는.....그렇게 뜨겁게 입을 맞추면서도 다시금 참아냈다.
“밤까지.....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공주님.”
이미 결정이 끝났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공주님은 지금.....그래요, 조금은.....감정적이 되셨습니다.
어제 그 일을 겪으셔서,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지금 이러시는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는 더 생각해 보라며, 방을 나갔다.
차라리 빨리 끝내고 싶은데, 그는 또 내 시간을 유예해버렸다.
이건 마치 웃기는 일이다.
제발....나랑 자자...라고...내가 매달리는 꼴이라니......
이 남자는....정말.....이상한 남자다.
처음부터 그랬다.
나를 자꾸.....이상하게 만든다.
샤워를 하면서도,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그리고 침대에 앉아 있는 이 순간도 재신의 심장은 자꾸만 뛰어대었다.
마치....첫날밤을 기다리는.....여인네처럼......뭔가 알 수 없는 기분에 자꾸만 심장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두려운 건가.....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두렵다고만 하기에는 발끝이 너무나 자글자글했다.
그는 야했다.
그래서......그런 그를 떠올릴 때면, 다시금 심장이 두근댄다.
그 사람이라서....그런 거겠지.......
시경.....오빠.......
큭......
생각해 놓고 보니 웃긴다.
이 상황에서 웃다니......이제 나도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한 듯하다.
두려웠다가 자포자기의 기분이 되었다가, 다시 체념이 되었다가 이젠 뭔가 돌파구를 찾아나가려는 이 시점이 되니
이 상황도 조금은 견딜만 했다.
똑똑......
그가 들어왔다.
순간.....가슴이 쿵쿵거리며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가만히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불을 끄고, 벽 쪽 작은 미등불만 켰다.
실내가 은은한 빛으로 가득했다.
마치......정말 첫날밤처럼.......
그는 천천히 걸어와서 침대 맡에 앉았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의 손이 내 얼굴을 들어 자신을 보게 한다.
그제야 마주한 그의 눈은......나만큼이나 흔들리는 듯했다.
“다시......생각해 보셨습니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묻고 있었다.
“내 결정은.....변함이 없어요.”
하아.......
그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배어나왔다.
“정말.....후회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제가.....감히.....공주님을..........가져도.....됩니까.....”
분명...그와 나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낭만적이고 싶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그의 말 한 마디에 모든 상황이 다 바뀌어버렸다.
마치 사랑하는 여자에게......말하는 듯한......그의 목소리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더니, 그는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서 자켓을 벗었다.
첫날.....이곳에 와서 두려웠던 그 순간....봤던 그 장면이 데자뷰되고 있었다.
분명 같은 장면인데 달랐다.
그가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같은 장면인데, 자꾸 가슴을 쳐댄다.
웃긴다. 이재신......
뭔가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사각사각대는 소리들이 더 자극적으로 들렸다.
협탁 위에 총을 올려놓더니, 그가 물을 따라서 마셨다.
그도 목이 타는 걸까.......
그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내 입술로 그대로 들어왔다.
입 안으로 물이 넘어왔다.
읍.........
그의 입술은 그것을 삼키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물과 약을 완전히 삼키고서야 그의 입술은 나를 놓아주었다.
“뭐....예요?”
“진통젭니다.”
“어? 왜요?”
“처음.....이라고 하셔서.......
그냥....드리면 안 드실 것 같아서......”
그래 생각해 보니, 진통제 먹으라고 주면 참 민망할 것 같기도 하다.
자, 약 먹고 시작하자....뭐 이런 상황.......
이거 뭔가......선수의 느낌이 자꾸 든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조금은 붉어진 듯도 하다.
분명, 하는 행동은 뭔가 능숙한데, 저 얼굴은 또 뭘까......
야누스가 달리 야누스가 아닌 것 같다.
“당신이.....야누스인 거.....이제 좀 알 거 같아요.”
“예?”
“바람둥이 같은데......이렇게 자꾸 순진한 척, 코스프레를 해대니까......”
“바람둥이......아닙니다, 저.”
이 상황이 참......미묘했다.
뭔가 말들이 겉돌고 있었다.
뭐라도 자꾸 말하려는 나와, 자꾸 내게 깊은 눈길을 주는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손이 또다시 내 볼을 쓰다듬는다.
그의 손길이 너무나 부드럽다.
“오늘 밤만.......저와....연극하시겠습니까? 공주님?”
“응? 무슨 말이에요?”
“공주님과 제가....배역을 맡아서....충실하게 연기를 하면 됩니다.”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뜬금없는 말은.....뭔가 이곳에서 만난 그답지 않았다.
“제 배역은........아주 오랫동안 짝사랑을 하는....한 남자 역할입니다.
처음...만났을 때, 소녀였던....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남잡니다.
너무 아름답게 웃어서, 그 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뭐?
“소녀가 그 남자에게 웃어주고 난 다음부터, 그 남자는 그 어떤 여자를 봐도 심장이 뛰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를 봐도 시큰둥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결심했습니다.
그 소녀의 곁으로 가야겠다고......
그렇게 소녀 곁으로 갔지만, 소녀는 어느 새 성숙한 여인이 되어 먼 나라로 떠나버렸습니다.”
지금....이 남자....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아주 간혹, 소녀는, 아니 그 여인은 남자의 곁으로 오고는 했습니다.
아니 남자의 곁이 아니라, 남자가 볼 수 있는 곳으로, 아주 잠깐씩 다녀갔습니다.
여인이 되어 만난 그녀는.......예전의 그 남자만의 소녀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반짝거리며 아름다워서, 세상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그녀에게는....그 남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자도 알고 있었습니다.
감히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남자는......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잠깐 다녀가고 나면, 남자는......몇날 며칠.......가슴 앓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다시 올 때까지.....또다시 가슴 아프게 그 시간을 견뎌내어야 했습니다.
점점......가슴이 터져버릴 때쯤.......남자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또다시 며칠 머물러 오고는 했습니다.”
심장이.......빠르게 쿵쿵 뛰고 있었다.
지금 이 남자의 이야기는......자신의 이야기일까.......
“그래도.......그녀는 그 남자가 감히 잡을 수 없는....그토록 멀리 있는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일지라도.....
남자는.....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그녀와 함께 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그녀만을 바라보는 그 마음은....포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정말....평생에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언젠가 정말로 그녀 앞에 설 수 있는 그런 엄청난 기회가 온다면,
몸도, 마음도 그녀에게 순결하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재신의 눈에는 점점 놀라움이 번져가고 있었다.
설마...이 남자의 이야기야? 정말.....그런 거야?
“그러다가........그녀를....다시 만났습니다.
그녀는......그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8년 간,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그 사랑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합니다.
남자가 부족하지만, 그녀는 너무나 반짝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따뜻한 마음으로 그 오랜 사랑을, 받아주기로 합니다.”
“은...시경 씨.....혹시.....?”
“공주님이 맡으실 역할입니다.”
“네?”
“공주님은 오늘 밤, 그 남자의 사랑을 받아주시는 역할.......그걸 해주시면 됩니다.
저는.....8년 간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한 사람만 가슴에 품었던 한 남자의 역할입니다.”
재신은 뭔지 알 수 없는 뭉클한 것이 가슴 저 안에서 올라왔다.
“공주님의 처음은.........8년 간 이어온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주시는......순간이라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은시경 씨........”
“사실이......하아......아니니까.......지어낸.............이야기니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공주님의 이 시간이.......그래도 조금은.......사랑 받는 시간이기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라고, 상상해주시기를.......저는 바랄 뿐입니다.”
재신의 눈에 이상하게 눈물이 맺혔다.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처음을.......비참하지 않게 해 주기 위해서.....그는......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전해져 온다.
“그 남자가......그 여인에게....기적처럼 그녀의 처음을 품게 된 날...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
“사랑합니다. 공주님......
이 말을.......할 수 있게 될 줄은.....정말 몰랐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아름다운......공주님......”
“....은...시경......”
“......이게.....그 남자의 마지막.....대사입니다.”
그의 입술이 떨어지는 눈물 위로 살포시 다가왔다.
그의 입술은 볼을 따라 천천히 내려와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내 입술 위로 안착했다.
천천히 혀로 핥으며, 재신의 입술 사이로 들어가, 그녀의 혀를 한껏 빨아당겼다.
재신의 입술 사이로....훅....하고 놀라는 음성이 새어나오지만, 시경은 더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그의 입술과 혀만으로도 이토록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는 정말 야한 남자였다.
재신을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얽혀들고, 쓰다듬었다.
하아..하아....
겨우 숨을 내쉬느라, 입술이 떨어진 사이.....시경이 작게 속삭여왔다.
“공주님....그리고 싫으시면, 언제든지....말씀하세요.
그 어떤 순간에서도....공주님께서 힘드시면, 저는.....멈출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그의 혀가 아무리 야해도, 그의 입술이 아무리 부드러워도, 처음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있다고, 내가 조금이라도 싫다면 멈추겠다고 약속해주고 있었다.
그는.......분명...그 말을 지킬 것이다.
(삭제)
며칠 간 그의 입술과 손길을 느꼈다고 해도, 여전히 그 감각은 적응되지 않았다.
여전히 낯설고, 여전히 부끄럽고, 여전히 자글거렸다.
(삭제)
그녀가 안 된다고 한다면, 나는....참을 수 있을까....
시경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삭제)
멈칫 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느껴지자, 시경은 눈을 감았다.
하아......
저 속에서 욕망에 들끓는 한 남자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다시 그녀의 귀로 올라가 그녀의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
“싫으십니까.......”
“...하아...아니...아니에요.......”
(삭제)
.
그 순간, 그가 멈췄다.
(삭제)
그가 그녀의 얼굴 위로 와서 입술 위에 입을 맞추었다.
“공주님......이제 마지막입니다.”
“하아...하아.....뭐가요....?”
“하아.......안 해도....됩니다. 그러니....공주님 자신을 지키셔도 됩니다.”
“무슨...말이에요?”
“지금도 멈출 수 있습니다.
공주님께서 원하신다면....하아......얼마든지 멈출 수 있으니......다시 생각해 보세요.”
그가 주는 감각에 젖어 눈을 감고 있던 재신이 눈을 떴다.
“멈추고 싶어요? 나를...갖는 게 싫어요?”
싫다니...어떻게...싫을 수가 있는가.
지금도...정말.......인간이 할 수 없는....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고 있는 중인데......
“하아......그럴 수가 없습니다...........
당신을.....가질 수만 있다면, 뭐든.......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얼마나 당신을 갖고 싶은지, 품고 싶은지.....공주님은 죽어도 모르실 겁니다.
그러나...제가 갖기에는 그만큼.......그 이상으로......당신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는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럼.....가져요......나.......”
그 말에 시경의 눈에서 불이 이는 것을.......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마지막....이성의 끈을 그녀가 끊었다.
(삭제)
“하아...하아.....”
그녀의 입술에서는 자꾸만 신음이 새어나왔다.
“많이....아프십니까...공주님.....”
재신의 눈앞에서 시경은...고통스러운 듯, 안타까운 듯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정말......사랑받고 있다는....착각이 들었다.
재신은....고개를 흔들었다.
재신의 팔이 시경의 목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나....하아.....가져요......시경....오빠..........”
툭.......
시경의 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가져도 된다....그녀를 가지고 싶다.....
그 미칠 듯한 욕망이.....지금 이 순간 폭발해버렸다.
(삭제)
지금 자신들이 있는 공간도 잊고,
그들에게 주어져 있는 상황도 잊고,
여기가 어디인지,
왜 자신들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잊었다.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로 서로를 깊이 깊이 품었다.
그 밤을.......그렇게......서로의 살과 체온으로 채웠다.
온전히 서로로만 가득 차올랐다.
8년을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마음을 품어온 남자 주인공과,
그 사랑을 마음 깊이 받아 준 여자 주인공이 펼친
아름다운 밤의 향연이
서로의 몸을 무대로 삼아,
그렇게 끝없이 펼쳐졌다.
그렇게 서로의 쉼이 되어주며, 서로의 노래가 되어주며,
오롯이 돌아올 수 있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나에게 보내는 노래 - 안도현
너를 위해 내가 불러줄 노래가 있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많아서 철길은 꿈쩍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철도노동자는 푸른 제복을 벗지 않고 있다
기다리는 기차는 오지 않았지만
대합실을 이대로 비워 둘 수는 없다
죽어도 누울 곳이 없는 껌팔이 소년과
귀싸대기 빨간 능금들을 좌판대 위에 두고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집이란, 돌아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라
국물을 끓여 먹고 등짝을 데우는 곳이 아니라
단지 떠나야 할 때 구두끈을 조여매는 곳
떠나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으니
정작 돌아오려거든 늘 떠나야 한다
나 아닌 것들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도
우리는 한 번도 목숨 걸고 살아 본 적 없었다
다가오는 겨울의 발자국 소리만큼 덜컹대는
유리창 앞에서 아아, 흔들리는 마음 앞에서
갈탄 난로를 피우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것보다는
세상은 내 한 몸이라도 들이밀어 바람구멍을 막아야 하는 곳
너를 위해 버려도 좋은 내 몸뚱아리 식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내가 불러야 할 노래는 끝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집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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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누스의 달>을 다른 사람이 연재하는 거였다면, 전, 안 봤습니다. 아니, 못 봤을 듯합니다.
전체 시놉과 끝까지 아는 상황이니 제가 이렇게 쓰는 게 가능했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 회, 한 회 읽는 건, 전 사실 자신 없습니다. 에효.....
그러니, 님들께 욕먹어도 싸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사실 다 알고 쓰면서도, 한 회 한 회 제 스스로도 땀이 날 지경인데,
전혀 알지 못하신 채로 읽으시는 님들의 담력은, 어찌 그리 세신지.......
심장이 안 좋거나, 뭔가 불안하시건, 급한 성격의 소유자이신 은신러님들은,
미뤄두셨다가 완결되고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사실...이번 회....<야누스의 달>을 쓰면서 가장 쓰고 싶었던 회 중 하나입니다.
이것 때문에 달렸습니다.
사실.....지금 안 달리면, 제 상황상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만약 당.기.못의 한 회처럼 길게 쫙 이어서 보시면, 그야말로 재미가 없으실 겁니다.
짧지만 강렬하게, 도대체 뒤를 알 수 없는,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이 <야누스의 달>의 특징이 될 듯합니다.
대신.......올리는 텀을 짧게 두는 걸로.....죄송함을 대신합니다.
그런데...이러다 제가 바빠지면...에효.......
사실 이 때문에 10장 전후라는 룰을 제 스스로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15장 이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함정....
오늘도 18장......ㅠㅠ
그러나 더는 안 됩니다.
더 길어지면, 쓰는 저나 읽으시는 님들께서는 모두 괴로워지게 되는....ㅠㅠㅠ
그저 한 회 한 회, 물 흘러가는 대로 읽어주시길....전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도 괴로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좀 지나고 나서, 기획의도? 같은 건 한 번 올려놓을까 합니다.
참 웃기게도, 기획의도도, 여러 설명도, 이미 다 써두고 있었다는 거죠. ㆅㆅ
장마라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오늘 밤도 평안하시길....(__)
* 혹시 가능하시면, 제 배경음악에 조용필 / 걷고 싶다를 반복 재생해서 들으시면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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