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 야누스의 달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8 - 소녀, 심장을 훔치다

그랑블루08 2013. 6. 25. 21:56

 

(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8 - 소녀, 심장을 훔치다

 

 

 

 

 

 

 

 

 

*배경음악을 틀고 봐주세요.(원하시는 곡만 반복해서 들으셔도 됩니다.)

 

1. 나의 사랑 수정 / 조정석

2. Say I Love you / 포맨

3. 소녀 / 이문세

4. 처음 사랑 / 이윤지

5. 걷고 싶다 / 조용필

 

 

 

 

18

 

 

 

 

 

왕실 의전차량을 타고 공주님이 학교 앞에서 내리셨다.

먼저 와 있던 시경은 그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공주님.”

 

“어, 시경 오빠~~ 일찍 왔네요.”

 

반갑다는 듯 환하게 웃는 그 미소에, 시경은 마주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도저히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미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도, 잘록한 허리도, 모두 너무나 아름다워서 시경의 가슴을 자꾸만 뛰게 했다.

아직...어리신데.....

아직...열여덟밖에 안 되셨는데.....

자신의 이 마음이 자꾸만 추악하게만 느껴져서 시경은 애써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

 

재신의 팔이 시경의 오른팔을 잡아 왔다.

 

“공주님......”

 

“이것 보세요. 파트너님. 적어도 파트너면, 멋없게 혼자 가심 안 되죠.

에스코트.....안 해줄 거예요?”

 

그녀는 장난을 치듯이 짐짓 정색을 하고 말하다가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시경은......그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 자신이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지 자꾸만 두려워지고만 있었다.

 

“시경 오빠?”

 

공주님이 재차 자신을 부르고서야, 시경은 공주님 쪽은 바라보지도 못한 채, 학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재신은 이미 보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점점 붉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가....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재신의 얼굴에 또다시 환한 미소가 걸렸다.

 

 

 

 

19

 

 

 

 

말 그대로 댄스파티였다.

강당의 큰 홀 전체가 댄스파티의 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육사에서도 페스티벌이다 뭐다 하면서 댄스파티니 무도회니 하며 열리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분명 고등학교인데, 스케일은 웬만한 대학 뺨을 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력한 인사들의 자제들만 올 수 있다는 학교였다.

집안이 좋거나, 아니면 본인 스스로가 천재거나, 뭔가 내세울 게 없다면 들어오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학교가 바로 대한민국왕실고등학교였다.

대한민국 1%만이 올 수 있는 학교.....

아니 그 1%도 오기 힘든 학교......

왕족의 학교다웠다.

 

재신과 시경이 함께 들어서자,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공주님이 오신다는 소문은 이미 자자하게 퍼져 있었다.

사실 이 댄스파티는 파트너가 필수는 아니었다.

파트너가 있으면, 데리고 오는 것이고, 없다면 이곳에서 또 만남의 장을 열면 되는 것이었다.

일종의 상류층의 자제들이 이 순간, 서로의 짝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장이었다.

작년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재신 공주가 참여한다는 소식통에, 남학생들 대부분은 솔로로 참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은 정말 기회였다.

작년에도 참여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녀가 참여하지 않아서 학생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는 공주가 참여한다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사실 재신 공주가 참여한 데는 교장선생님의 약간의 압박이 있었다고도 한다.

전교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겸, 교장선생님 입장에서도 공주님이 참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시너지 효과 때문에

은근히 재신에게 말해두기도 했었다.

물론 재신은 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신은 이제 뭔가 한 번 터뜨려줘야겠다 싶었다.

학교 생활 자체가 피곤해서, 좀 조용히 다니고 싶다는 그런 마음 때문에 이렇게 시경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시경이 나타나자, 여학생들은 부러움의 시선이, 남학생들은 질투와 실망의 시선이 시경을 향해 집단 폭격이 되고 있었다.

 

“와...저 사람...그 때 그...육사 수석 입학생...맞지?”

 

“그래...완전 잘생겼더라니.....에효...그럼 그렇지.....

공주님 남자였어?”

 

“저 오빠 아빠가 궁에 비서실장인가 그거라며?

그러니까 잘 알겠네.”

 

“아, 완전 부럽다. 완전 잘생겼어.

공주님이니까, 저런 킹카를 사귀지......아...부러워.”

 

“야,야.....공주님이야. 솔직히 공주님한테는....저 남자 좀 약하지 않냐?”

 

“야, 지금이 조선시대냐? 뭐 양반 상놈 있냐?

저 정도면, 잘 생겨, 똑똑해, 흉통은...크억....죽여~~ 뭐가 빠져?”

 

“그건 그래...부럽다...으엉~~~”

 

강당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여학생들의 속삭임이 재신의 귀에 고스란히 들렸다.

시경도 들었나 싶어 흘낏 보니, 시경은 뭔가 긴장한 듯, 주변의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객원 DJ의 음악 선곡에 맞춰서, 강당 안에는 신나는 음악들로 채워지고 있었고,

길게 늘어선 홀의 탁자 위에는 무알콜 소다와 칵테일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하나, 둘 짝을 맞춰서 중앙홀로 나가 춤을 추어대자, 시경이 슬쩍 그쪽을 쳐다보더니, 드디어 공주님께 한 마디 건네었다.

 

“춤....춰야 하는 겁니까?”

 

“에?”

 

정말 한참만에 나온 그의 말이, 재신은 뭔가 황당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 풋 웃음을 터뜨렸다.

 

“풋~~안 춰도 돼요.

그냥 내 옆에 있으면....돼.”

 

그녀는 뭐가 웃긴지 자꾸만 그를 보며 쿡쿡 웃고 있었고, 시경은 자꾸만 긴장이 되고 있었다.

 

“뭐, 마실 거, 갖다 드릴까요?”

 

“응....좋아요. 소다류로 가져다 줘요.”

 

“예.”

 

바텐더에게 가서 주문을 넣고 기다리는데, 음악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댄스파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블루스 타임이었다.

짝을 찾을 수 있게, 중간 중간, 블루스 타임을 넣겠다고, DJ는 모두의 바람을 담아 공표를 했고,

때는 이때다 싶은 남학생들은 제각각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신청을 해대고 있었다.

 

늦네......

 

재신은 혼자 테이블 근처에 서서 기다리다가, 음악이 바뀌자, 이건 뭐야, 아예 짝짓기로 가자는 거야, 싶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

 

그 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네?”

 

“공주님.....혹시 실례가 안 되시면, 저랑 춤을.......”

 

자신을 부르는 남자의 얼굴을 보니, 낯이 익었다.

인사를 따로 해본 적은 없지만, 유명한 인물이었다.

현재 고3인 A기업 막내 아들.......강현욱이었다.

 

“아, 전....파트너가 있어서.....”

 

정중하게 웃으며 거절하는 재신에게 그는 의외로 진득하니 붙어 있었다.

 

“파트너는 다른 곳에 가신 듯한데, 잠시 저와 추셔도 될 것 같은데요?”

 

뭐지...이 집요함은......

 

약간 귀찮아지려는 찰나, 그의 손이 재신의 팔을 가볍게 잡아 왔다.

속에 짜증이 올라왔지만, 재신은 A기업이 이번에 왕실 후원 사업에 꽤 큰 액수를 기부했다는 걸 기억해냈다.

 

한 번....춰야 하는 걸까......

그냥 한 번 춰주고 말까......

 

그녀의 왼손이 그를 향해 뻗어나가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며,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안았다.

 

어!!

 

돌아보니, 시경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어쩝니까? 공주님은 파트너가 있으신데.......”

 

내용은 부드러웠으나, 말투는 부드럽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군인처럼 딱딱하고 거칠었다.

그의 말이 마치, 당장 꺼지라는 말처럼 들렸다.

아까까지 분명 자신이 보기만 해도 얼굴을 붉히던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다음 기회에 다시 오죠.”

 

“........적어도 오늘은......”

 

“예?”

 

“다음 기회란....없을 겁니다.”

 

시경의 단호한 말에 현욱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지만, 딱히 다른 말은 하지 못한 채 멀어져갔다.

재신은 이 모든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군인 체질인가.....

 

“풋.......”

 

재신이 웃음을 터뜨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시경은 또다시 당황하는 표정이 되었다.

 

“내...소다는요?”

 

“예..예? 아...그게......”

 

“안, 가져왔어요?”

 

“.....예. 죄송합니다.”

 

"뭐, 그런 걸로 죄송할 것까지야...풋~"

 

소다를 기다리는 동안, 공주님을 지켜보던 시경은, 현욱이 접근하자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고 있었다.

설마...그냥 가겠지 싶었는데, 몇 마디가 오고가자, 뭔가 공주님이 갈등을 하시는 듯이 보였다.

게다가 그 놈이 공주님의 팔을 잡자,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이 확 올라왔다.

소다가 나왔다고 얘기하는 바텐더의 말은 듣지도 못한 채, 시경은 이미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놈을 향해 내밀어지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고, 마치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의 허리를 자신의 팔에 감아왔다.

 

“근데요.....시경 오빠....”

 

“예?”

 

“음...음...언제까지.....이럴 거예요?”

 

“예? 뭘.....아...죄송합니다.”

 

시경은 자신이 계속해서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몸이 그의 팔에서 빠져나가자, 알 수 없는 상실감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두 번째 블루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예 마음껏 짝짓기를 하라는 건지, 조명까지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공주님.....”

 

“네?”

 

“아까...왜 손 내미신 겁니까?”

 

“응?”

 

“혹시.......춤, 추시고 싶으셨던 겁니까?”

 

이 남자의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캐치가 되지 않아서, 재신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띠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기대된다. 이 오빠의 다음 행동이......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재신을 깊은 눈으로 마주보던 시경이 하아...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홀로 나갔다.

 

“어....뭐예요? 아까...못 춘다고 그랬잖아요?”

 

“춰야 되느냐고 했지, 못 춘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시경의 손이 부드럽지만 강하게 재신의 허리를 감쌌다.

생각보다 강한 힘에, 설핏 놀랐지만, 이 남자 군인이지 싶어서 재신은 다시금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럼...이건?

 

재신은 두 팔을 들어 그의 목에 감은 후, 그에게 바짝 안겼다.

도발.....이었다.

아직 어리다 생각한 소녀의 도발.

사실 어리다는 건 시경의 머릿속 이성일 뿐, 그의 감각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의 까만 눈이 재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러기엔 그의 눈이 너무나 짙었다.

오로지 빨려 들어갈 듯한 그 눈을 보고 있으려니 도리어 당황이 되는 건 재신이었다.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뭔가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와 춤을 추는 이 시간이 좋았다.

 

재신이 얼굴을 시경의 가슴에 기대오자, 시경은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소리가 그녀에게 들킬까봐 긴장이 되었지만,

심장은 진정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터질 듯이 뛰어대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한결같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시경의 눈에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의 품안에 있는, 자신의 가슴에 곱게 기대어 있는 한 소녀 외에는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없었다.

 

 

 

 

블루스 타임이 끝나자, 뭔가 뻘줌한 마음에 서로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뒤로 빠져서는

소다를 마시네, 무알콜 칵테일을 마시네 하며, 서 있었다.

 

그 때, DJ의 음악이 끝나고 사회자가 올라왔다.

 

“자, 여러분, 뜨거운 밤을 보내고 계십니까?”

 

“네~~”

 

“그러면 지금부터 분위기를 바꿔서 미니 콘서트로 진행해보겠습니다.

숨겨진 가수, 나름 좀 부른다 하시는 분들 앞쪽으로 나와서 신청해주시거나 추천해주시면

콘서트로 꾸며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였다.

학생들이 갑자기 입을 모아 공주님을 부르기 시작했다.

 

“공주님! 공주님!!”

 

모두들 공주님을 부르자, 재신은 당황하며 곤란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재신은 사회자를 향해서 고개를 흔들었지만, 사회자는 본 체 만 체 하며, 학생들의 연호를 더욱더 부축였다.

 

“공주님이라구요?”

 

“예~~~~”

 

“왜요?”

 

“공주님 가수보다 더 노래 잘 하세요!!!”

 

다들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재신의 노래를 청하고 있었다.

공주님이 축제 댄스파티에 이렇게 참석했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 일인데, 이렇게 공주님의 노래를 듣는다는 건,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일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재신에게 시경이 낮게 물었다.

 

“으으응.....큰일이네.”

 

“왜, 그러십니까?”

 

“나, 목 아파서 지금 노래 못해요. 어쩌죠?”

 

시경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잠시만 다녀오겠다며, 사회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이에도 학생들은 모두가 공주님을 외치고 있었다.

시경이 사회자에게 몇 마디 건네자 사회자가 좌중을 향해 또다시 말을 던졌다.

 

“어쩝니까? 공주님께서 목이 많이 아프신 관계로.....안 되시겠다는데....네? 뭐라구요?”

 

사회자가 공주님은 아쉽게도 안 되겠다고 말하는 동안, 앞에 서 있던 몇몇의 여학생들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흑기사!! 흑기사!!!”

 

“네? 흑기사요? 흑기사 누구?”

 

“은시경!! 은시경!!!”

 

“네? 은시경요?”

 

“네~~~~~”

 

은시경이라고 외치는 말에 시경은 공주님께 돌아오는 와중에 그만 멈칫 서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자, 그럼 은시경 흑기사님을 모셔볼까요?

우리 학교 설명회에 오셔서 엄청난 팬클럽을 형성하셨죠?

육사 개교 이래 최고의 엘리트 훈남이자 배우 뺨치는 외모의 은시경 씨......가능하시겠습니까?

이거, 공주님이 안 되시니, 흑기사가 해주셔야 되는데요.”

 

한숨을 쉬던 시경이 몸을 돌려 다시 무대 쪽으로 향하자 학생들이 자지러질 듯 소리를 질러댔다.

 

“여러분, 은시경 씹니다. 박수로 환영해주시죠.”

 

사회자는 은시경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바로 마이크를 넘겼다.

 

“흠흠......”

 

마이크에 대고 목을 가다듬자, 여학생들은 이미 쓰러진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재신은 여학생들의 반응에 자신이 더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저 남자가...멋진건가.....

뭐, 저 정도면 수준급이긴 하지만......

 

“충성!! 육사 생도 55기 은시경입니다.”

 

그가 군인처럼 경례를 해오자, 정말로 좌중은 자지러질 듯이 난리를 쳤다.

재신의 눈에도 뭔가 멋있어 보였다.

 

그가 밴드를 향해서 뭔가 말하자,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소녀....에게......바치는 노랩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이 읊조리자, 정말 자신들에게 보내는 노래인양, 여학생들은 쓰러질 듯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출처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43632961>

 

 

소녀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그리움 두고 머나먼 길

그대 무지개를 찾아올 순 없어요.

 

노을진 창가에 앉아

멀리 떠가는 구름을 보면

찾고 싶은 옛 생각들 하늘에 그려요.

 

으~~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그의 노래가 감미롭게 울려 퍼졌다.

처음은 부드러웠다.

축제를 로맨틱하게 만드는 노래였다.

그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가수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처음 부드럽게 시작하던 그가 점점 뒤로 갈수록 힘을 더할수록,

곁에 서 있던 여학생들은 멋있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재신을 자꾸만 두근거리게 만든 건, 그의 노래 실력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그의 시선 때문이었다.

내 곁에만...머물러요.....떠나면 안 돼요.....

처음부터 그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신을 바라보았다.

그 이후 눈을 감으며 부를 때 외에는 정확하게 재신만을 바라보았다.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이 노래가 이렇게 파워풀한 노래인지, 그 전에는 몰랐다.

그의 목소리로 듣는 이 노래는, 파워풀하기도 했지만, 정말 사랑하는 소녀를 지켜주겠다는

그런 강인한 힘과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향한 눈을 조금도 떼지 않았다.

2번째 후렴을 부르는 순간, 위에서 이미 장치해 놓은 듯, 물이 비처럼 떨어졌다.

촉촉하게 젖어가는 그의 모습은......멋있었다.

그 속에서도 그는 열창을 하고 있었다.

그의 노래가 끝이나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은 계속되어, 마치 아이돌의 무대가 끝난것처럼

함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쿵..쿵..쿵..쿵.....

 

아까부터 계속해서 심장이 뛰고 있었지만, 그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이 순간, 심장은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통제를 잃고 있었다.

그가 오는 길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사람들이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오로지 주변으로 물러나주는 사람들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자연스럽게 길이 만들어졌다.

내게로 오는 길......

그는 내게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튀어나올 듯이 두근두근댔다.

 

나....왜...이러지?

 

지금 내 상황을 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재신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심장을 꼭 눌렀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걸어오면서, 물이 묻은 머리를 살짝 털었다.

물방울이 옆으로 튀고 있었지만, 그조차 멋있어보였다.

아니다.

단순히 멋있는 상황이 아니라, 정말.....섹시해 보였다.

 

 

 

 

 

 

 

 

 

어느 순간, 그는 내 바로 앞에 섰다.

예의 그 까만 눈동자 안에 나를 깊게 담고서, 나를 깊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리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그의 볼로 떨어졌다.

 

아.......

 

그의 입에서 단발의 나직한 음성이 들렸다.

내 손이 그의 볼로 향해서 그 떨어지는 물방울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의 눈이 떨리는 게 보였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물방울이...그러니까...아..물이 묻어서.....”

 

“예? 예.....흠흠.....”

 

그는 쑥스러운 듯 목을 가다듬었다.

그의 귀가 빨개지고 있었다.

내 얼굴도 뭔가 자꾸 뜨거워지고 있었다.

 

“......우리...나가요.....”

 

더 이상 그곳에 있기가 뭐했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뭔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생기는 그와 나의 긴장감이 더 힘들게 했다.

밖으로 나가자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 나왔다.

 

여름으로 가는 초입......

밤은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이 뜨거워지던 기운을 조금은 식혀주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와서도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늘을 보니, 맑았다.

어쩌면......볼 수도 있을까......

 

“차, 가지고 왔어요?”

 

“예. 궁으로.....가시겠습니까?”

 

“차 어디 있어요?”

 

 

 

 

 

 

20

 

 

 

 

그를 졸라서 성곽으로 왔다.

차 안, 지독한 긴장감 속에서 그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궁으로 가지 않겠다는 말에, 그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난 못 본 척했다.

안 된다고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성곽으로 차를 몰았다.

 

내려서 같이 걸어가면서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묵묵히 걸어가는 길.......

근위대원들과 함께 이곳을 오기도 했었다.

그들은 정말로 내 호위를 위해서 따라온 거였지만, 늘.....이곳은 혼자만의 장소였다.

엄밀히 보면, 이 사람은 내 호위도, 근위대원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만의 장소에, 누군가가 함께 한다는 것이, 뭔가 두근두근대게 했다.

 

“여기, 자주 오셨습니까?”

 

“응....답답할 때, 자주 왔어요. 별 보기가 정말 좋거든요.”

 

“.....많이 답답하십니까....”

 

“네?”

 

“저......주제 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 아니에요. 풋........”

 

갑자기 사과를 해오는 이 남자 때문에 재신은 웃음이 나왔다.

뭐가 이렇게 심각하고, 조심스러운지......

그에게 나라는 존재는....이렇게 어렵고 조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 왔다.

 

성곽에 앉겠다고 하자, 그는 고민을 하더니 그의 자켓을 벗어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는 나를 끌어당겨, 그곳에 앉혀주고는 자신도 내 옆에 앉았다.

 

“오늘 별똥별 쇼 한대요.”

 

“예?”

 

“어, 어~~~ 떨어진다 떨어진다. 와~~ 진짜 별똥별이야!!!!!

우와~~~ 빨리 소원 빌어요!!!!”

 

갑자기 소원을 빌라는 재신의 말에 시경은 당황한 듯 황망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원 빌라니까?”

 

“그건...미신입니다.”

 

“엥? 어우, 진짜~~ 그런 거 누가 몰라요? 그냥 장단 좀 맞춰 달라구요.”

 

재신의 타박에, 시경은 어쩔 수 없이 그녀처럼 손을 모았다.

그녀가 눈을 감는 걸 보며, 시경도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감았다 뜬 순간도, 여전히 그녀는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다.

때마침 산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를 살그머니 흔들고 지나갔다.

그녀의 입술에는 미소가 묻어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마치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쿵..쿵..쿵..쿵.....

 

심장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뛰어댄다.

지금 이 순간밖에 없다는 듯이, 시경은 그 모습을 자신의 가슴에 담았다.

 

 

 

 

 

 

 

 

“...어? 시경 오빠~! 벌써 다 빌었어요? 뭐 빌었어요?”

 

재신의 눈이 다시 시경을 향하자, 시경은 큼큼,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자신을 그녀가 바보 같이 볼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세계 평화, 나라의 안보, 뭐 그런 거?”

 

재신이 말하자마자 시경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뭐야, 진짜 이 남자.....

 

“진짜? 진짜 그걸 빈 거야? 하~~ 난 무슨 코미디에서나 그런 건 줄 알았지.

진짜 그런 사람이 있구나.”

 

공주님이 정말 웃기다는 듯이, 계속해서 웃으신다.

비웃고...계시는 거겠지.....

시경은 자꾸만 속상해지다,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뭐가, 웃깁니까?”

 

“아니, 민망하잖아요. 닭살 돋고.....”

 

“공주님은 뭘 비셨는데요?”

 

“나요? 난.....스무 살 되기 전에 음반 내게 해달라구요.

나...가수가 꿈이거든요. 사실......”

 

“그렇군요. 공주님은.....미래에 가수가 되실 수도 있겠네요.

근데 전 군인입니다. 군인이 소원으로 나라의 안보를 비는 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가수는 되면서, 군인은 왜 안 됩니까?”

 

재신은....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그가....화를 내고 있었다.

아까까지 얼굴을 붉히던, 그 예의바른 남자가, 정말 진지하게 자존심이 상한 듯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그래도 뭐, 빨리 졸업하고, 별 달고 싶다, 그런 거면 몰라도, 좀....가식적이잖아요.”

 

“군인이,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게 그렇게 가식적입니까?”

 

이 남자....정말 화가 났다.

어떡하지......

 

“공주님은 우리가 바보 같죠. 무식하고 단순한 또라이들, 그래요.

그래서......육사 정복 입고, 시내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왜, 사람들이 비웃으니까......

이제 뭐 그런 거 괜찮아요. 익숙해지기도 했고.

근데, 그래도 대다수 군인들은 바보 같지만 순진하게 이 나라, 지킵니다.

공주님이 이렇게 놀러다니시고, 노래 부르시며 꿈을 키우실 수 있는 것도,

그래서 가능한 거고요.

우리 때문에 놀고 먹으면서, 우리 덕 보면서, 왜!!

..........우리를 그렇게, 비웃죠?”

 

이 오빠, 정말 화가 났다.

군인이.....화를 내니까 정말 무서웠다.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그를 비웃으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는 상처를 받은 듯,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무섭다기보다는, 미안했다.

어쩌면 내가 자꾸 놀려먹어서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는 나를 위해서 오늘 하루를 비워준 거였다.

아무리 공주라고는 해도, 그가 지금 궁에 취직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는 그저 육사생도일 뿐이다.

대학생으로, 고등학교, 이 유치한 축제에 오고 싶었을까....

싫어도, 공주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온 게 아닐까......

 

“......노래, 불러 줄까요?”

 

그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놀린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지금 놀리는 거, 아니에요. 빈정거리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미안한데, 그냥 말로만 미안하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은 풀어지는 것도 같았다.

 

“내가 만든 노랜데, 아무한테도 안 들려준 거예요.

아무도 몰라요. 아직....이 노래는.......”

 

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처음이에요.....시경 오빠.......”

 

그의 볼이 아주 조금 붉어지는 것도 같다.

 

“아까...목, 아프시다고......”

 

“그냥....안 부르고 싶었어요. 그곳에서는....

나한테 너무 빠지면, 피곤해지거든요.

지금도 충분히...에효.....”

 

“그런데...지금은...왜......”

 

“미안해서요. 진심으로......

사과하는 대신......시경 오빠한텐 불러줄게요. 응?”

 

그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사랑

 

처음엔 친구처럼 소중한 연인처럼

나의 마음에 너의 맘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설레던 내 마음은 운명이 될 거라고

믿었던 철없던 내 처음 사랑

 

숨만 쉬어도 행복했었어 햇살 같은 사랑이었어

영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추억 속에 남았어

 

이젠 아픈 맘 슬픈 눈물 내 뺨에 기대어도 괜찮아

기억 속 상처 온몸가득 남겨져도 괜찮아

마음이 먼저 선택한 너 처음사랑으로 충분해

영원히 지킬게 내 처음사랑

 

짜릿한 마법 같은 너의 그 입맞춤이

나의 마음에 설레임은 그렇게 시작됐고

불꽃처럼 뜨거운 사랑을 속삭이듯

미래를 꿈꾸었었던 내 처음 사랑

 

너의 미소가 나를 웃게 해 별빛 같은 사랑이었어

마냥 좋았어 그땐 그랬어 아름다웠던 시간들

 

이젠 아픈 맘 슬픈 눈물 내 뺨에 기대어도 괜찮아

기억 속 상처 온몸가득 남겨져도 괜찮아

마음이 먼저 선택한 너 처음사랑으로 충분해

영원히 지킬게 내 처음사랑

사랑해 행복했던 처음사랑

 

 

자신을 자꾸만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는 시경을 보며, 재신은 미소 지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는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것이 자꾸만 설레게 했다.

스물두 살의 그에게도, 열여덟 살의 그녀에게도, 그 밤, 살랑대는 바람이 가슴으로 지나갔다.

 

 

 

 

<윤찡갤 시경재신횽아 짤...감사함돠~~>

 

 

 

 

 

21

 

 

 

 

 

“안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한사코 괜찮다는데도 그는 재신을 모셔다주겠다며, 강직하게 말해왔다.

이 오빠, 은근 고집이 센 거 같아.....

싶다가도, 또 이렇게 자신의 곁에 있고 싶은건가 싶어, 묘하게 설레기도 했다.

 

“그럼....후원까지만 바래다 줘요.

공주궁 앞엔 근위대원들이 많으니까......그리고 후원 넘어서부터는 감시카메라도 엄청 깔려 있어서 괜찮아요.”

 

더 모셔다드리겠다고 하면, 공주님이 부담스러우신가 해서, 시경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궁에 들어와 천천히 공주궁을 향해 걸어들어갔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뚫린 길이 있었지만, 재신은 후원을 돌아 공주궁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후원 깊은 쪽으로는 감시카메라도 없어서, 뭔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늘 그쪽으로 산책을 나가고는 했는데, 재신은 그 길을 지금 시경과 함께 걷고 있었다.

 

“오늘 힘들었죠?”

 

“아닙니다.”

 

“요즘 바쁠 때 아니에요?

대학은 시험도 빨리 친다면서요? 6월 초반에 기말고사 다 친다던데......”

 

“괜찮습니다.”

 

“풋~ 진짜 시경 오빤, 엘리튼가 봐요.

기말고사가 있어도 신경 안 쓰인다니......”

 

“그렇다기보다는......”

 

재신의 칭찬에 시경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공주님....아까 그 노래.......”

 

“네? 그 노래가 왜요?”

 

“너무...잘 부르셔서......저만 듣기엔 정말 아까웠습니다.”

 

“어, 그거 칭찬이죠? 풋~~ 그죠? 나 넘 잘하죠?

대한민국 공주에, 이렇게 미모에 노래까지.......넘 대단하죠, 나....?”

 

재신은 농담처럼 말하고 있었는데, 시경의 얼굴은 정말 진지해 보였다.

 

“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니.....시경 오빠....내가 그냥 농담한 건데, 거기다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요?

완전 자뻑 공주잖아.”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은근 이 오빠 돌직구였다.

 

"사실은.......아까......."

 

주저주저하는 듯,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별똥별...... 보라고 하셨지만, 사실 전......안 봤습니다.”

 

“응?”

 

“공주님께서.....그 별보다도 더, 반짝 반짝 빛나셨습니다.”

 

쿵........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의 검은 눈이 내게 빨려들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진심이다.

그저 아부하고자 하는 말도, 입바른 소리도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재신의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의 얼굴도 조금씩 붉어지고 있는 듯했다.

 

“아...이제 가봐야겠어요.”

 

“제가 공주궁 앞까지....”

 

“아니에요. 너무 늦게 왔는데, 오빠 이때까지 끌고 다닌 거 알면 더 욕먹어요.

뒤로 들어가려구요.

그리고 저 앞에 근위대원들 엄청 많이 서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

 

시경은 어서 가라는 말에도, 조용히 그녀의 눈을 바라볼 뿐, 가만히 서 있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사실...고등학교 댄스파티.....대학생 눈으로는 허접했을 텐데...

와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공주님.....

저도....흠흠...즐거웠습니다.”

 

재신이 고맙다며 미소를 짓자, 시경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

그런 시경을 향해, 더욱더 아름답게 재신이 환한 미소를 보내자, 시경은 그 미소를 홀린 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그의 감정이 다 보이는 것 같았다.

나, 미쳤나봐......

재신은 그의 팔을 잡았다.

재신은.....지금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려는 건지, 머리로 인지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은 알아서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볼에....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쿵.......

시경의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가 미친 듯이 뛰어대기 시작했다.

처음 순간은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그 부드러움은 강렬하게 심장까지 퍼져왔다.

놀라서 바라본 그녀의 얼굴도 뭔가 빨갛게 붉어지고 있었다.

 

“음....이건...고마움의 선물....

나 이제 들어가요.”

 

재신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스로의 행동에 스스로가 놀라고 있었다.

어서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싶어, 할 말만 빠르게 하고, 뛰어갈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그녀의 팔을 시경이 잡아 당겼다.

 

어..어!!

 

부끄러워 들어가려는 재신의 팔을 시경이 잡아서 그대로 자신의 품안으로 안았다.

그의 가슴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쿵...쿵...쿵...쿵....

 

그의 심장은 마치 터져나올 것처럼 뛰어대고 있었다.

 

하아........

 

그의 한숨소리가 가슴 저 안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공주님, 함부로.......남자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그는 재신의 허리를 더욱더 꽉 껴안고 있었다.

마치 보내주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재신은 숨도 쉴 수가 없었다.

그저 발그레해진 뺨을 그의 가슴 속으로 숨기며, 그의 떨리는 심장 소리를 들은 채, 그의 품속에서 설레며 안겨 있었다.

서로의 심장소리만이 가득했다.

 

 

소녀는 열여덟 살......남자는 스물두 살.......별빛이 쏟아질 것만 같던 어느 두근대던...밤이었다.

 

그날 밤, 열여덟 살 소녀가, 스물두 살 남자의 심장을 훔쳤다.

 

 

 

 

 

------------------------------

 

 

 

1

이렇게 길게 쓰면 안 된다고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오늘은 24장입니다.

이런 식이면, 야누스의 달은 연재하기 힘든데.....에효....

그래도 은시경과 공주님의 첫만남을 2회만에 끝내야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네요.

이렇게 긴 건, 이번만....

쓰면서 너무 지쳐서.......

다음부터는...반드시 열 장 안팎을 지키겠노라, 굳게 결심하고 있습니다.

 

8회가 생각보다 늦었습니다.

제가 사실 손가락 관절이 안 좋아져서...왼쪽 두 번째 손가락 부분이 주먹을 쥐지도 펴지도 못하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좀 낫기는 하지만, 여전히...좀...안 좋습니다.

계속 파스를 붙이고 있어서 좀 낫기는 했는데,

며칠 동안은 주먹을 쥐는 것조차 안 되고, 무언가를 잡을 수도 없고, 그래서 애를 먹었습니다.

 

3

조배우의 <소녀>를 넣었습니다.

출처는 저 위에.....퍼감이 되길래, 모셔왔습니다.

혹시 안 되시면, 얘기해주시길...삭제할게요.

여튼......<소녀> 다시 보고, 혼자 뻑이 가서, 며칠 글도 못 적었다죠. 물론..손가락 문제도 있었구요.

파워풀한 조배우의 소녀는...정말 들어도 들어도 좋네요.

자꾸 이렇게 뿅가면 안 되는데...큰일 큰일....

조배우가 <소녀>로 싱글 하나 냈음 좋겠어요.

합법적으로 배경음악에 넣고 파요....에효.....

 

 

4

이번 주, 제가 좀 많이 바쁩니다.

정신없는 일정이 또 기다리고 있어서, 숨이 턱턱 막히네요.

모두들......다......힘드시지요?

<야누스의 달>이 뭐 그리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삶의 활력소가 되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짧은 쉼이 되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또 계속해서....평안하시길.....(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