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상플) 야누스의 달(Januarius) 9 - 처음
* 배경음악은 조용필의 <걷고 싶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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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어때? 이번엔, 구라 아닌 것 같지?”
“Absolutely not.....”(확실히 아니죠.)
화면을 바라보는 수장의 눈에는 뭔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수장의 비서인 콜라우드 역시 설마 했었다.
아무리 그가 야누스라고 해도, 자신이 예전에 섬겼던 주군을, 그것도 공주를 범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저 제스츄어만 취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야누스는 그들의 기대를 완전히 넘어서 버렸다.
“어...어!!! 이 새끼가!!!!!”
지지지직......
그대로 화면이 먹통이 되어버렸다.
“어쭈~ 줄을 끊어?
이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그러나 수장은 말만큼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이제 보지 말라는 거군....큭큭......”
“But that's okay. We've got the vedeo, sir.”(괜찮습니다. 이미 비디오는 확보했습니다.)
“웃기지 마.
이것 보라고. 며칠 전 것보다 화질이 더 떨어지잖아.
중간중간 지지직 거려서 끊어진 데도 많고......
야 근데 저번 것도, 그저 그렇잖아. 흐릿하기만 하고, 공주 얼굴은 다 가려져 있고....
저놈 저거, 완전 계획적인 거 아니야?”
“However, he'd got the princess.(그래도 그는 공주를 가졌습니다.)
It could be his plan.” (그것 역시 그의 계획일 수 있습니다.)
“알 수 없어....저 놈은.......
어쨌든 독한 놈은 독한 놈이야.
완전히 우리 쪽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쨌든, 지가 지키던 공주를 가진 거잖아.
허.......참........독한 놈이야. 독한 놈.”
“Do you regret accepting him?”(그를 받아들인 걸, 후회하십니까?)
“아니, 절대 아니지.
저 놈이 저래서 탐이 났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놈이니까......”
수장은 재미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였다.
콜라우드는 수장의 저 눈빛을 알고 있다.
콜라우드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조만간...저 놈이 와서 뭐라고 하는지, 기다려봐야겠군.”
수장은 아주 잠시는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둘 생각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수장의 손바닥 위일 뿐이었다.
23
그는 폭풍 같이 몰아쳤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이 지나갔지만, 재신은 참아내었다.
어쩌면 그가 먹여준 진통제 때문에 그나마 견뎠는지도 모르겠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버린 듯,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가 없었다.
“공주님......괜찮으십니까?”
그는 정신을 차리고서 바로 내가 괜찮은 지부터 물었다.
그토록 강하게 달려놓고, 이제 와서 그런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면 어쩌겠다는 건가.....
이 남자도 참.......
“.......괜찮아요.”
“많이.....아프셨습니까?”
“으으응......”
재신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또다시 놓였다.
또다시 깊이 다가오는 입술 때문에 재신의 입에서는 한숨이 또 한 번 뱉어졌다.
그렇게 길게 빨아당기다가 아쉽다는 듯 몇 번이나 입을 맞춘 후에야 겨우 놓아주었다.
그가 하는 대로 재신은 그저 몸을 맡길 뿐이었다.
그는 시트를 그녀의 머리 근처까지 덮어주고는 아랫도리를 대충 챙겨 입었다.
그러더니 침대 아래쪽에 무언가를 손으로 떼어내고는 다시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가는 건 아니지 싶은데...뭘 하는 걸까.....
궁금한 것도 사실이지만, 카메라가 있으니 괜히 그쪽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투툭!!
뭔가 거칠게 뜯기는 소리에 재신은 저도 모르게 문 쪽을 향했다.
시경이 감시 카메라 뒤쪽 전기선을 그대로 뜯어내어버렸다.
“어! 그거, 그래도 괜찮아요?”
그의 행동에 놀란 건 재신이었다.
망가뜨려도 되는 건지, 그들이 난리를 치는 건 아닌지, 재신은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공주님.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들이.......오면, 어떡해요?”
“어차피, 아까 장면이 있으니, 그냥 둘 겁니다.”
“그럼, 이제.....안 찍히는 거예요?”
“예.”
“그럼...이건......?”
재신이 손짓으로 침대 아래를 가리켰다.
도청장치는 아직 있으니, 그게 걱정된다는 거였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방금 전에 떼냈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여전히 걱정스럽게 묻고 있는 재신에게 그가 다가오더니,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웃는다.
“괜찮습니다. 공주님. 걱정마세요.”
그의 미소.....
이 남자.....웃을 줄도 아네....
그 미소가 부드러워서 재신의 얼굴은 자꾸만 달아올랐다.
재신이 부끄러운 듯 시트를 머리끝까지 올리자, 그는 또다시 욕실로 들어갔다.
아........
그는.......또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왔다.
이곳에 와서 그와 이렇게 밤을 나누고 나면, 언제나 그는 이렇게 나를 닦아주었다.
그전까지는 카메라를 의식해서인지 시트 안에서 닦아주던 그가 오늘은 시트를 발밑까지 내렸다.
“잠..잠깐만요.......”
뭔가 다 드러난 듯해서 부끄러워진 재신이 다시 시트를 잡으려 하지만, 그는 더 아래로 내려버렸다.
“닦아드릴게요.”
“그.....그래도.......”
부끄러운 듯, 재신은 눈을 감았다.
(삭제)
붉게 물든 그의 흔적들이, 자꾸만 그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삭제)
“아프......십니까?”
“.....조금...쓰려요.......그래도 참을 만해요.”
“죄송.....합니다......공주님........”
그의 목소리가 뭔가....나지막이....젖어 있었다.
눈을 감고 있던 재신이 그제야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깊게, 조금은 안타깝게, 그렇게 내려앉아 있었다.
“당신이....왜요?
내가......하자....그랬잖아.......”
하아.......
내 말에도 그는 깊은 한숨만 내뱉고 있었다.
“제가........너무 서툴러서.......공주님, 더.....아프셨을 겁니다.”
고개를 흔들던 재신이, 무슨 소리냐며 한 마디 툭 던졌다.
“서툴긴 뭐가 서툴러요?
내가 첨이라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당신.....분명......선수야. 선수.
지금도 봐요. 이러는 것도 다 선수라고.......”
“오해...십니다!”
“오해는 무슨 오해?”
“저......하아....처음입니다. 공주님.”
순간 재신은 이게 무슨 소린가 한참 해석을 해야 했다.
뭐가 처음이라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하는 게 처음이라는 거야?
아니면 공주랑 하는 게 처음이라는 거야.
아, 물론 공주랑 하는 건, 당연히 처음이지. 이 나라 공주는 나밖에 없으니......
설마 외국 공주까지 꼬셨겠어?
아니지, 저 남자, 그럴지도 몰라. 충분히 가능해.
한참을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던 재신은, 그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그것도 목까지, 귀까지 빨갛게 물드는 것을 보며,
지금......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설마...말 그대로 처음이라고? 이 남자가....?
이렇게 색스러운 남자가?
여자가 어떻게 하면 흥분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저 남자가?
게다가 자기 욕망을 저렇게 잘 조절하던 저 남자가?
처음이라고?
“말도 안 돼!!!”
재신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가 터져버렸다.
그 바람에 시경이 놀란 듯 그리고 조금은 두려운 듯 재신을 바라보았다.
“설마~~! 말도 안 돼요. 이건...말이 안 돼.
아, 그리고 그랬잖아요. 그 뭐지? 복수인가 뭔가 했다면서요?
근데...무슨 처음이야.....처음일 수가 없.......”
“처음입니다. 그때, 실제로 관계는.......흠흠......안 했습니다.”
그의 단호한 말에, 재신은 더 의심하는 투로 말할 수가 없었다.
정말일까....이 남자.....
이 남자도 처음이었을까......
연극이라고 했었는데........
뭔가 자꾸 가슴을 살랑이고 지나가는 것 같다.
(삭제)
수건을 다시 욕실로 내놓고 시경은 다시 침대 안으로 들어와 재신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재신도 너무나 당연한 듯이 그의 품에 안겼다.
이상하게 그의 품에 있어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웃기지.......
일주일...아니,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난 이 남자에게 길들어버렸다.
그것이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하더라도,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었다.
그의 가슴에서 심장이 뛴다.
그 강한 심장소리가, 터져나올 듯이 빨리 뛰어대는 이 남자의 심장소리가 재신을 설레게 했다.
24
해가 뜬지 한참이 된 것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나를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나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래도 따뜻한 그의 품에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자고 있는 그의 모습은......처음인 것 같다.
그의 짙은 눈썹과 그의 감은 눈....그리고 높게 솟은 코와 부드럽게 흐르는 그의 입술.....
날카로워 보이는 그의 턱선은 더욱더 그를 단단하게 보이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눈은 너무나 선했다.
강직한 눈과 날카로운 턱선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그는.......뭔가 날선 듯, 그렇게 긴장하고 있었다.
묘하게도, 그는 나를 안고 있을 때만, 쉼을 누리는 듯 보였다.
그냥 내 생각일지 모른다.
그래도.......그는 나와 있을 땐 숨을 쉬는 사람처럼 보였다.
첫날......어쩌면 그도 긴장했을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난.....그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그저 그의 행동만을 두려움에 떨며 보고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그 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봤더라면, 그 순간 덜 힘들었을 텐데.......
패닉에 빠져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손을 들어 그의 눈썹을 만져보았다.
짙은 그의 눈썹이 부드럽게 내 손가락에 감각을 전해왔다.
꼭 감겨진 그의 눈도, 수려하게 뻗은 그의 코도, 그리고 부드러운 그의 뺨도,
늘 이를 악물고 있는 듯한 그의 턱도,
손의 감각으로 만져보았다.
이곳이 아니었다면......좋았을 텐데......
아니, 이곳이 아니었다면......이런 일도 없었겠지.....
그와 내가 이렇게 누워 서로의 심장을 맞댈 수는 없었겠지.......
내 손은 이미 그의 입술로 향하고 있었다.
단 며칠만에 나를 길들여놓은....그의 입술.....
그의 입술을 생각만 해도, 벌써 발가락이 간질간질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감각들.......
정말.....이 남자는 무서운....남자다.....
아!
그 순간이었다.
그의 손이 내 손을 잡아 다시 그의 입술로 가져갔다.
천천히 내 손바닥에 입을 맞춰왔다.
감각들이 자꾸만 자글자글 흘러 다녔다.
“은...시경...씨......”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가 나를 너무나 깊고 또렷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안.....잤어요?”
그는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자신의 질문만 던졌다.
“공주님은.......다 주무셨습니까?”
“응........”
그 말이 무섭게 그의 입술이 내 입술로 내려앉았다.
갑자기 다가오는 그의 입술에 무방비하게 나를 내어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하아...하아.....”
그는 나를 자신의 아래로 눕히며, 내 위로 단번에 올라왔다.
“잠....잠깐만요.....지금 뭐.....하는.........”
“.......기다렸습니다.”
“뭘요?”
“공주님......깨어나시길.......”
“왜...왜요?”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떨린 채 나왔다.
“........하아...........”
그의 깊은 한숨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내 귓가를 간질였다.
“아직........연극은........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입술이 거침 없이 내 입술로 내려앉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내 혀와 얽혀들며 빨아당겼다.
(삭제)
흐읍.......
숨이 막혀왔다.
(삭제)
분명...거짓말이다.
처음일 리가 없다.
이 남자.......
(삭제)
오로지 태초의 감각만이 살아서, 온 몸을 자극하며 원초적인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아아.........
그렇게....온 세계가 그와 함께 터져버렸다.
태양이....오롯이 우리에게로 비추고 있었다.
25
똑똑.....
“들어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가 대답을 한다.
(삭제) 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숨만 겨우 내쉬며, 그의 아래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아....저......”
메이드인 듯했다.
“뭐야?”
그는 여전히 내 위에 있는 채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저, 아침....준비가 돼서 가지고 왔는데....나중에 가지고 올까요?”
“아니, 거기 두고 가.”
“네? 네.”
메이드가 문 옆 테이블에 놓고 나가려 하자, 그가 다시 불러 세웠다.
“점심도.......이쪽으로 가져와.
나중에 올 때도, 조용히 놔두고 가.”
“네?”
“문.두.드.리.지.말.고. 그냥 놔두고 가라고.”
“네.네...알겠습니다.”
뭔가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메이드가 황급히 나가버렸다.
“은시경 씨....뭐예요?”
여전히 내 위에 있는 그를 살짝 밀며, 내가 묻자, 그는 더욱 나를 가슴에 깊이 안아버린다.
“은시경 씨!”
“배, 고프십니까? 공주님?”
“아니.......안 고파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입술이 또다시 내 입술로 밀려들어왔다.
“잠..잠깐만...은시경 씨...지금....뭐......”
“전.....고픕니다.”
“그러면.....아침......”
“전, 공주님이.....고픕니다.”
그렇게 그는 그를 밀쳐내려는 내 손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또다시 입술로 밀려내려왔다.
복도로 사람들이 다니는 소리가 들리는데, 분명 우리 소리도 다 들릴 텐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분명...참는다고, 참을 수 있다고 했던 남자였다.
그러나.....나는....어쩌면, 그의 마지막 핀을 뽑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나는....지금.....짐승 같은 한 남자를 맞닥뜨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입술 사이로.......이 남자 때문에 수도 없이 신음을 뱉어내며, 그가 주는 감각에 온 몸을 떨면서 그를 또 한 번 온 몸으로 받아낼 뿐이었다.
그리고....그와의 또 한 번의 사랑이 끝나던 순간.......
분명히 들었다.
“공주님, 제가.....보내드리겠습니다. 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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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요.....
우울했어요.
쓸 이야기는 많은데, 쓰고픈 이야기도 많은데.....
이럴 땐, <야누스의 달>을 쓰는 게 은근히 스트레스 해소가 돼서.....
이렇게 또 달렸습니다.
즐감해 주실지는 모르겠으나, 즐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근데.....어디서 어떻게 잘라야 할지...이상하게 은근히 내용 전개와 연관되어 있어서 다 잘라내지도 못하고...
말투만 조금 바꾸기도 하고 했지만, 뭔가...이거 이대로 올려도 될지..걱정 걱정.....입니다.
이상하면 얘기해주세요. 뭔가...더 삭제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에효.....
여튼 검색은 안 되게 해두었으나...걱정입니다....ㅠㅠㅠㅠ
* 그리고 손가락 많이 좋아졌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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