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식물원에서 찍은 보리수 나무>
學而 第一
2
1) 有子曰 其爲人也孝弟(悌), 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有子가 말했다. 그 사람됨이 효도하고 공경하는데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가 드무니,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난(亂)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아직까지 없었다.)
2) 君子務本, 本位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歟).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을 세우면 도가 생긴다.
효도하는 것과 공경하는 것은 그 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 근본일 것인저.)
1) 有子曰 其爲人也孝弟(悌), 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有子가 말했다. 그 사람됨이 효도하고 공경하는데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가 드무니,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난(亂)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아직까지 없었다.)
2번째 장 중 첫번째 문구는 <논어> 전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유자는 공자의 제자다. 공자에게서 배웠으니, 공자의 말과 같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건 나로서는 모르겠다.
어쨌든 유자는 윗사람에게 난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 부분이 공자를, 혹은 논어를 공격하는 가장 큰 부분이 되었을 듯하다.
특히 이를 정치에서 사용하게 되면, 아주 위험한 일이 되어버린다.
<논어>는 이토록 복종과 순종만을 가르칠까.
내 개인적으로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이야기도, <논어>를 다 읽고 나서 하고 싶다.
어쨌든 이 부분은 문제의 여지가 많았던 부분으로, 정치에서 사용하게 되면, 굉장히 악용될 소지가 있다.
다행히 요즘은 진보 쪽에서도 <논어>에 대해 재해석을 하면서, 조금은 다르게 읽히고 있다.
물론 나는 내 나름대로 오독을 해본다.
효도하고 공경하는 것.....효도하고 공경하는 사람이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라는 것.
이 亂이라는 것도 윗사람의 말에 대들고 정치적으로 민란을 일으키는 그런 의미라기보다는,
'분란'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다투고 싸우는 행위.
그런 사람들이 있다.
늘 다른 사람들과 다투고, 싸우는 사람들,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인 양,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그것이 과연 올바른가, 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것은 다른 논의가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나 '공경'은 다르다.
윗사람만을 공경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위도, 아래도 아니라,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공손하고, 사람을 대할 때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분란을 일으키나? 그건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달리 말하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그 마음에 공경이, 존경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분란을 일으킨다면, 내가 가는 곳마다 싸우고, 가는 곳마다 다투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정지해볼 필요가 있다.
내 마음에 공경함이, 사람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2장의 첫번째 글은 내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분란자인가, 평화롭게 하는 자인가."
"나는 지금 '사람'을 공경하고 존경하는가.
그 사람이 어리든, 약하든 상관 없이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가."
그 질문을 매번 던져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2) 君子務本, 本位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歟).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을 세우면 도가 생긴다.
효도하는 것과 공경하는 것은 그 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 근본일 것인저.)
사실 2장에서 마음에 와닿는 건 이 부분이다
務本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는다.
근본에 힘써라.
- 務專力也, 本猶根也.
(힘쓴다는 것은 오로지 힘을 다하는 것이고 근본은 뿌리와 같은 것이다.)
주희의 해석을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근본, 뿌리에 모든 힘을 쏟아라, 한눈 팔지 말고 오로지 한 곳만을 집중하라는 뜻이다.
- 君子凡事, 專用力於根本. 根本旣立, 則其道自生.
(군자는 범사를 오로지 근본에 힘을 사용하고, 근본을 이미 세우고 나면, 그 도는 스스로 생겨난다.)
군자는 오로지 근본에 힘쓴다.
기본에 힘쓰라는 말이다.
혹시 내가 기본 없이, 다른 용도에, 내 사리사욕에 힘을 쓰는가,
그것에 대한 반성을 보여준다.
내 힘은 지금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가.
순간순간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
근본이 아닌 일에, 기본이 아닌 일에 눈과 마음이 쏠리고 있지는 않은가.
가장 기본이 무엇인가.
그것부터 잡아서 다른 데 한눈 팔지 말고 오로지 모든 힘을 쏟으라 한다.
잡스러운 곳에 마음을 쓰지 말라고,
근본이, 기본이 아닌 일에 흔들리지 말라고,
그리 말하는 것 같다.
사리사욕에 눈이 가기도 하지만,
살다보면, 가장 눈이 많이 가는 것은 사람이다.
다른 이의 잘됨.
특히 선하지 않은 이들의 잘됨.
그것을 보고 있으면 기본에 오로지 마음을 쏟는다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더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럴 때, 어쩌면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전심전력을 다해서 기본대로 하는 것.
그 기본에 내 모든 노력을 쏟아붓는 것.
다른 것에 다른 사람에게 한눈 팔지 말고, 속상해 하지도 말고,
그렇게 나 자신을 닦아나가는 것이 道라 말하는 것 같다.
- 德有本 本位則其道充大.
(덕은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자리 잡으면, 도가 충만하고 커진다.)
- 孝弟行於家而後, 仁愛及於物, 所謂親親而仁民也.
(효제를 집에 행한 후에 인과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것이니,
이른 바 ‘친한 이를 가까이 하고서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먼저 자기를 닦은 후, 그 다음은 바로 가까운 이로 이어진다.
나의 가족들부터.
집에서부터 행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미치게 하라.
다른 이들에게만 잘 하고, 나의 가까운 가족에게 잘 하지 못하다면, 그 역시 어불성설.
내 가족에게 공경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이에게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그건 가식일 뿐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맞지 않는 가족이 있다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 어쩌면, 亂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싸우지 말고, 온전히 기본을 행하며, 존중하라.
그것이 아닐까 한다.
상대가 싸우려 한다면, 그저 듣고 피할 것. 내가 亂하지는 말 것.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되는 것이지, 나는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되지 않을까.
사실 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꿀 수 없다면, 또 늘 부딪친다면, 그 부딪치는 상황을 피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싸우지 않는 것,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 그저 조용히 묵묵히 기본을 하는 것.
이것이 사실...요즘 내린 내 해답이기도 하다.
분명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부딪칠 수 있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부딪치고 더 화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마음에 인이 있는지, 존경이 있는지, 공경이 있는지, 존중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라는 것 같다.
어쩌면 성인이 되어 출가를 해버리면, 사실 형제간도 이미 먼 사이가 되고 만다.
어쩌면 나의 가족이라는 바운더리는 남편과 아이일 뿐일지도 모른다.
나머지는 가까운 친척, 먼 친척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결국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가족인데,
그럴 때 내 마음에 존중과 존경을 먼저 가지라 말한다.
물론 한 쪽이 안 되는데, 나만 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노력해도 안 되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내 마음에 존경부터, 존중부터 품어야 하는 것 같다.
어쩌면 내게는....내 아이에 대해서 그래야 하는 듯하다.
내가 낳은 아이라도, 이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 존재 그 자체다.
그렇다면, 아무리 어리다 해도, 존경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2장의 가르침인 것 같다.
修身齊家 治國平天下(수신제가 치국평천하)가 정말 맞는 것 같다.
나를 먼저 닦고, 내 가족을 내가 존경하고, 그 이후 다른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내 자신을 겸허히 들여다 볼 수 없다면,
내 아이를 존경하고, 존중하지 못한다면,
나는 이미 큰 일을 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배움이란.....참......어렵고 어려운 일이지만, 어쩌면 가장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본에 충실할 것. 그리고 "사람"을 아무리 어리고 약하더라도 존경하고 존중할 것.
오늘 내 멋대로 배운 배움의 한 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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