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선택 상플/(선택) 94년 어느 날, 어쩌면

[선택/상플] 94년 어느 날, 어쩌면 - 제1장 프롤로그 : 그와 나의 거리

그랑블루08 2016. 2. 27. 23:22

* 외도일지도....그래도 마음이 서걱거려서 잠시 정리하고 가야 할 듯해서......

* 그 사이 아주 조금만 들여다보고, 내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보내줄 수 있도록.....

* 이 바쁜 와중에 이러고 있는 나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 혹시 갤에서 썰릴까 싶어 조심조심 조용히 옮겨 놓는다.

* %8갤에 연재했던 선택 상플 이야기 (1회~20회 (완)(160212~160403)

  너무너무 힘들었던 시간들. 슬럼프 정도가 아니라 바닥 아래로 깔아 앉았던 시간들. 눈 앞에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놔두고도 손도 까딱도 할 수 없는 시간들

  그 시간에 나는 이 글을 끄적였다. 그래서 조금 살 수 있었다. 그 대가로 이 프로젝트가 떨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4년 동안 해왔던 프로젝트의 마감이 4월 말로 다가왔다. 이를 위해 빨리 마무리를 해야 했던. 그래서 4월이 되기 전 끝내고 싶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힘도 얻고, 적어도 슬럼프를 이제 이겨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던.

  아직 여전히 가라앉아 있지만, 그래도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조금은 희망이 생기게 해준 시간들.


 

 

[선택/상플] 94년 어느 날, 어쩌면 1 : 원본 글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reply1988&no=887558 


 

94년, ㅇㅅㅎ 콘서트 전 어느 날 정도의 이야기.
덕선이가 소개팅을 아주 많이 했고, 자주 남자를 만나왔다는 설정 정도랄까.

두 사람의 94년과 그 사이가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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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본으로 수정하여 재업로드] 




1장 프롤로그 그와 나의 거리

 

 

 

 

 

89년 그 날, 그의 입술을 만난 이후 열병에 걸렸다.

그러나 내가 다가갈수록 그는 멀어져만 간다.

아니 딱 그 거리만큼 서 있다.

그 거리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아니 그 거리를 받아들여야 해서

난 남자를 만난다. 헤어진다. 그리고 또 만난다.

그러나 그 거리는 여전히 남아 있고, 이젠 그 거리에 안심한다.

 

 

 

 

 

 

94년 어느 날.

 

"오올, 성덕선, 너 이번엔 오래 간다? 웬일이니? 그 남자가 눈이 삔 거니?”

 

무슨 소리야?”

 

뭔가 호들갑을 떠는 동룡과는 달리 덕선의 목소리는 심드렁하다.

 

웬열, 특공대, 요즘 좀 잘 나간다, 이거니?”

 

, 나 원래 잘 나갔어. 왜 이러셔? 글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 ..”

 

둘이 티격태격 하든지 말든지, 나머지 두 친구들은 지들끼리 술잔을 부딪치고는 목구멍 안으로 술을 들이붓는 데 여념이 없었다.

 

성덕선, 이번 남자는 만날만한 거냐?”

 

만날만하니까 만나지, 내가 뭐 자원봉사라도 하냐?”

 

덤덤하게 묻던 정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얘 진짜, 큰일이야. 너 요즘 뭐라 그러는 줄 아냐?

너 팜므파탈이랜다.”

 

선우가 툭 던진 말에 덕선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마른 오징어를 하나 입에 문다.

 

오늘따라 참 이놈의 오징어가 질기기도 하지......

 

그래, 성덕선, 이 도사님께서 모든 걸 접고 받아들일 테니, 하나만 대답해 봐라.

 

이번 남자의 특징은 뭐니? 돈이니? 얼굴이니? 아님 뭐 다른 거라도 있...?“

 

.....”

 

동룡이의 개구진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덕선의 대답에 네 남자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 정적에 마치 쇄기를 박듯이 덕선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주.....많이......그래서....미안할 만큼......”

그래도 제일 먼저 정신 차린 건 역시나 동룡이었다.

 

~~, 성덕선, 드디어 남자 보는 눈이 생긴거니? 이거 축하해야 하는 거니?

그럼, 성덕선이 드디어 100일을 넘겨 보는 거니?”

 

오바하지 마. 아직 몰라.”

 

, 그래도 너 좀 만났잖아. 한 달은 넘었지? 두 달은 됐냐?”

 

아직 두 달은 안 됐어.”

 

이거이거, 성덕선 진짜 100일 기념 하나요?

성덕선을 위해서 우리 건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성덕선의 100일을 위하여~~~ 건배~~~”

 

동룡이의 거나한 외침에 선우도, 정환도 낄낄 대며 잔을 마주쳐오는데, 오직 한 사람만 마치 정지화면처럼 멍하니 있었다.

 

, 최택, 너 지금 잔 들고, 자는 거냐?

, 수면제 먹고 술 먹는 거니? 그런 거니?”

 

택이가 미쳤냐? 술 먹는 날은 절대로 수면제 안 먹어.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어. 이 놈이 그럴 놈은 아니지.”

 

선우 니가 아직 전문의도 아닌데, 택이가 니 말을 듣냐?”

 

선우와 동룡이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택이가 한 박자 늦게, ....소리를 내더니, 조용히 자신의 잔을 그대로 비워버린다.

 

말술이 됐네, 최택 9...쯧쯧.....동룡이 걱정인지 핀잔인지를 던지고 있지만, 택은 자신의 빈 잔에 또다시 술을 채워넣었다.

 

, 자작하지마.”

 

선우가 급히 잔에 손을 대보지만, 택은 엷게 미소를 짓더니 또다시 잔을 비워냈다.

 

....취한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을 한 건, 택이 아니라 덕선이었다.

 

가야겠다. 니들 더 마시다 와.”

 

"덕선아, 너 그냥 여기서 자. 우리가 보통 친구니?”

 

닥쳐~! 내 혼삿길 막히는 소리 하고 있네.”

 

, 니 남친이 싫어라 하시니?”

 

됐거든? 헛소리는 접어두시지. 간다. 도롱뇽!

~, 정팔아, 나 간다.”

 

술잔을 흔들며, 빠이빠이를 외치는 술취한 남자들 사이로, 덕선이 마치 뭔가 까먹었다는 듯이, , 하며 말을 덧붙였다.

 

택아, 얼굴 좀 보고 살자.”

 

택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연한 미소가 비치는가 했지만, 금세 사라지고 만다. 입술을 깨물던 덕선은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중에, 내 남친이랑 같이 한번 보든가......”

 

순간 놀란 듯하던 택이 이번에는 제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진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