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투하츠와 은신상플/은신과 잡담

팔짱

그랑블루08 2012. 6. 5. 17:37

 

 

 

 

 

아주 오래 전, 남편을 처음 만나고, 시외로 처음으로 데이트를 나갔었다.

남편과 나는 나이가 같아서 데이트라기보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트리플 A형인 남편은 뭔가 연애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나름 이것저것 준비한 눈치였다.

 

경주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트리플 A형 남편이 트리플 A형인데도 엄청난 말을 했다.

 

"팔짱 낄래?"

 

에엥?

뭐야? 왜 이래?

 

싶었던 나는, 팔짱은 아니지 싶었다.

 

여자들은 대부분 아는 사항이지만,

친구들과 팔짱을 끼더라도, 이건 뭐, 엄청난 스킨십이다.

특히 걸을 때마다 밀착되면, 아주 민망해질 수도 있는........

 

 

그래서 민망했던 나는 "그냥, 손 잡지?" 라고 말했었다.

 

그때 남편의 놀라던 표정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러고선 남편이 한 마디 했다.

 

"나야, 좋지만......."

 

남편은 손 잡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서, 그냥 팔짱 끼자고 했단다.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에효.....

 

 

그리고 아주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몇 년이 지나고, 이미 결혼해서, 우리 윤이가 생기고,

윤이를 어디 맡겨 놓고, 둘이서 같이 어디 갈 일이 있었다.

너무 너무 복잡해서 내가 남편의 팔짱을 끼는데,

남편이 한 마디를 했다.

 

"니가 왜 그 때 팔짱 말고 손 잡자고 했는지 이제 알겠다."

 

이건 뭔가 싶었다.

몇 년이 지난 얘긴데......

 

너무너무 복잡한 상황에서 내가 남편에게 바짝 붙어서 팔짱을 끼니까.....

이게 은근 야한 상황이 된다는 거였다.

 

 

그걸 몇 년이 지나서야 알다니....

게다가 남편은 그 당시 생각했단다.

정말....이 여자는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한 녀자? ㅋㅋㅋㅋㅋㅋㅋ

 

 

 

A형 남자와 살고 있는, 속 터지고 답답한, 그러면서도 그 남자 때문에 재미있는 B형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